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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흥규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마치 사드 자체가 우리 안보를 지켜주는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며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지도 모르는 특정 무기체계에 너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심리적인 위안감을 쌓아간다"고 지적했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흥규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마치 사드 자체가 우리 안보를 지켜주는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며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지도 모르는 특정 무기체계에 너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심리적인 위안감을 쌓아간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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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사드 도입 찬반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친미와 친중이 갈리는 모양새다. 혹자는 지금의 정세가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친미와 친중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국익 중심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국가안보를 핵심에 놓고, 사드의 효용성과 비용대비 효과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흥규 (정치외교학과)교수는 중국전문가로 사드 도입 문제가 불거진 초기부터 사드 도입에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사드로만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이는 곧 전면전을 의미한다"면서 "실질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수조 원의 비용과 효과,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무기 체계를 면밀히 고려한 뒤, 사드가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 26일 김 교수와 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친미-친중' '보수-진보' 사드논쟁의 핵심 비껴가

김흥규 교수는 "수조 원의 비용과 효과,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무기 체계를 면밀히 고려한 뒤, 사드가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흥규 교수는 "수조 원의 비용과 효과,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무기 체계를 면밀히 고려한 뒤, 사드가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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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한 찬반 논쟁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이 이슈가 '친미 대 친중', '보수 대 진보'의 대결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사드 논쟁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드 논쟁의 본질은 세력전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중장기적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단기적인 현안 이슈는 결국은 그 돈을 누가 내느냐하는 문제다. 한국 입장에서 이 문제의 본질은 미국이 요구하는 범위와 정보가 '과연 우리 국익에 합당하고, 중장기적인 국가전략· 비전에 부합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냐다.

본질은 '친미냐, 친중이냐'도 아니고, 안보를 생각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세력전 과정에서 전략적 변화가 드러난다. 고차방정식의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한국의 국가이익을 어떻게 정리하고, 미래 자화상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 정부가 사드 배치문제에 대해서는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한 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는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사드 문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시는가.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강점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주요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이 논의를 통해 다양한 대안들을 찾는 절차를 당연시 여긴다. 그래야만 정책의 정당성을 얻기 쉽고 권위주의 체제, 밀실정치 혹은 일방의 탑 다운(Top-Down)식 정책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국가가 가진 자원과 브레인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혹시 범할 수도 있는 엄청난 정책적 착오를 줄일 수 있다.

밀실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사람들이 졸속으로 (정책을) 결정했을 때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오히려 강대국의 압력과 회유 혹은 개인이 갖는 자기한계에 의해 비용과 이익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차원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되는 상황은 건강하고 바람직한 구조다."

- 일각에서는 정부입장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사드 문제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란다.
"사드가 정말 주한미군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긴급한 문제라면, 그냥 배치해 놓고 우리 정부에 통보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언론플레이를 통해 미국이 게임을 주도해가는 느낌이다. 아마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상당히 불쾌하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보수우익의 입장에서도 당혹스럽고, 진보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어떤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그 핵심에는 결국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이 정부의 (외교)정책기조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이라고 생각한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경도되는 데 대한 나름의 어떤 저항, 혹은 신중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이 사드 도입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요구를 은연중에 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직접 한국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보다 오히려 한국 내의 보수적이고 특정이해를 가진 집단들을 동원해 한국 정부를 움직이게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방어적 무기체계, 역사적으로 성공한 예 드물어

김흥규 교수는 "사드가 국가의 안보를 지켜주고, 우리가 안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믿음' 자체가 21세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미신이다"고 지적했다.
 김흥규 교수는 "사드가 국가의 안보를 지켜주고, 우리가 안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믿음' 자체가 21세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미신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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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이들 중 일부는, 북한의 핵미사일은 새로운 위협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과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심정적으로는 동의한다. 우리가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이라면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의 역량과 나의 역량, 상대의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결정자는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드는 검증되지 않은 체계다. 제작사가 자체실험으로 80% 정도의 요격 성공확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수치다. 사드 포대가 방어할 수 있는 유효범위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여러 발의 미사일을 쏘았을 때는 사드 포대를 여러 개 배치해야 한다. 이 말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사드를 사야한다는 얘기다."

-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은 아주 다양한데, 만약 미사일이라는 특정위협에만 대응할 수 있는 사드를 도입하면 잃게 되는 기회비용도 상당한 것 아닌가.
"그 비용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방어 무기체계는 아무리 강화해도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 아무리 군사기술이 발달해도 그것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드의 요격확률이 80%라고 제작사 록히드 마틴이 주장하지만, 정말 그렇게 효과적인 무기라면 우리보다 훨씬 긴박한, 예를 들어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 벌써 도입을 했을 것이다. 사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들면서도 용도는 대단히 제한적인 무기다.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영향력)를 강화하는 수단들이 더 급박할 수도 있는데, 사드를 도입함으로써 그걸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전략적으로 '억지'라는 것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상대방이 공격할 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어용 억지, 또 하나는 공격을 당하면 그보다 더 강력한 보복을 통한 억지다. 전자는 비용이 높고 역사적으로 효용성은 적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은 되지 못한다. 여전히 어떤 방법으로 공격할 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은 북한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자는 오히려 우리가 훨씬 더 선택권을 많이 가질 수 있다.

마치 사드 자체가 우리 안보를 지켜주는 것처럼 과대평가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지도 모르는 특정 무기체계에 너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심리적인 위안감을 쌓아간다. 사드가 국가의 안보를 지켜주고, 우리가 안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믿음' 자체가 21세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미신이다."


태그:#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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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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