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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지난 27일 오후 3시께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인터뷰에 응해준 인디밴드 마리슈는 기타 및 보컬 박성욱(리더), 건반 고수영, 베이스 강규현으로 구성된 3인조 혼성밴드다.

작년에 싱글 앨범을 발표한 신예지만 리더 박성욱 군은 12여 년 이상 인디밴드 활동을 한 베테랑 뮤지션이다. 인디밴드 부흥이 일던 2000년대 초반, 펑크밴드 멤버로 시작한 그가 달달한 발라드 가수가 되기까지 사연을 들어봤다.

이러한 과정은 홍대에서 오래 활동하는 인디뮤지션들의 대체적 흐름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음악에 들어있는 정신, 이른바 스피릿(spirit)를 외치던 락의 시대에서 일상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음악을 추구하는 발라드의 시대까지 인디밴드가 거친 변화를 이끈 동인은 무엇이었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마리슈는 다음 달 새로운 싱글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 너무 어린 밴드에게는 할 수 없었던 질문입니다만, 인디밴드를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인디라는 말이 무색해지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독립'이라기보다는 '자립' 수준이지 않은가 하는 것이죠. 주류와 인디사이에 음악적으로 구별되는 것이 이제는 거의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죠. 이런 의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성욱 : "사실 경계가 없어진 것은 한참 지난 일입니다. 예전에는 인디밴드만이 할 수 표현 할 수 있었던 분야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황신혜 밴드' 같은 경우가 그런 경우겠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경계가 거의 없어 졌습니다.

'스피릿'이라는 자체가 사라졌고, 지금은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사람은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냥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것이지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게 없죠. 전국에서 홍대 하나만 보고 몰려드는 거예요. 음악은 경계가 없는데 전국에서 비슷한 음악을 가지고 몰려드니까 이제는 홍대라는 공간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는 것이죠."

마리슈의 멤버와 인터뷰를 한 커피숍에서의 한 컷
▲ 인디밴드 마리슈 마리슈의 멤버와 인터뷰를 한 커피숍에서의 한 컷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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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똑같은 풍의 노래가지고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주류와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잖아요. 아니 인디밴드 음악을 들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지금 인디밴드의 모습을 보면 마치 주류로 진출하기 위한 연습실처럼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박성욱 : "제가 생각하기에 그게 음악을 하는 실력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똑같은 실력이라도 얼마만큼의 돈을 써서 만든 것이냐에 따라 그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이죠. 그러니까 여기서 연습을 해서 실력을 쌓고 주류로 간다는 설정은 좀 대체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 제가 가진 문제의식은 인디밴드를 주류로 가기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박성욱 : "그럴 수 있어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 분들은 지금의 현실에 만족할 수 없는 분들이겠죠."

- 아까는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박성욱 : "예를 들어 설명을 하자면 우리는 여기서 음악을 하며 사는 것에 정말 만족하고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대형기획사에서 인디밴드를 키우려고 한다면서 우리 팀에게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해온다면 그걸 마다할 사람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곳에 들어가야지 하고 생각한 뒤에 여기서 실력을 쌓아 보자하고 들어오는 사람은 처음부터 인디뮤지션이 되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다 보니 여기서 만족할 수 없고 항상 그곳만 바라보게 되겠죠. 그런 분이라면 항상 불만족인 상태일 것이고요."

- 그렇게 보면 독립이라는 말이 희석된 건 사실인 거네요.
박성욱 : "그렇죠. 그렇게 된지는 아주 오래된 얘기일 거예요. 제가 예전에 생각했던 고집들이 이제는 없어진 것이죠. 지금 생각은 제 음악을 많은 사람이 들을 수만 있다면 저는 춤을 출 수 있고, 어디 나가서 우스운 이야기를 하고 뭐 그런 것들 다 할 수 있어요. 그만큼 들려 주고 싶은 마음이 크죠. 그 전에 정신이 어떻고 하는 문제들은 이제 그 마음하나로 다 사라진 것이죠. 고집이 없어졌어요. 이제는..."

합주를 하고 있는 마리슈
▲ 인디밴드 마리슈 합주를 하고 있는 마리슈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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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S사의 광고 중에 '너희는 아직도 음악을 돈 내고 듣니? 나는 공짜로 들어'라는 문구가 들어 있어서 뮤지션들의 반발을 샀어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성욱 : "그런 부분도 아까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그 한 음악스트리밍 회사에서 '너희 노래를 메인 차트에 처음에 노출되게 해줄게, 노래 여기로 좀 줄래?' 이렇게 나온다면 어떻게 할까요? 사실 그건 고민도 안 하고 무조건 하는 거죠.

음원 구조를 위해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하는 말은 정말 구호로만 들어올 수 있죠. 현실은 그런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것이죠. 저의 개인적인 문제의식과는 별개로 생각되는 것이죠. 돈을 주든 안 주든 조금이라도 내 음악을 들어 줬으면 하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죠."

- 예전에는 락밴드가 주로 인디밴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그것도 역시 이른바 '정신'의 문제일까요?
박성욱 : "그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은 어쿠스틱 붐이 일어났습니다. 예전에 펑크나 락밴드가 인디를 이끌어 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어질 수 없었던 것은 또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락밴드가 공연을 하려면 우선 갖춰놔야 하는 게 많습니다. 일단 드럼을 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자체부터 어려우니까요. 반면에 어쿠스틱 씬은 그냥 사람들과 엠프만 있으면 지금 당장 이 커피숍에서도 공연이 가능하죠. 열댓 명의 관객만 있더라도 충분히 공연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공연이 가능해요. 그러니까 어쿠스틱으로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 그것도 역시 현실적인 문제군요. 마지막으로 음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음악하는 사람들이 음원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고수영 : "사실 저는 아주 예전부터 곡을 만들어 왔어요. 그래서 저작권 관련 통장을 따로 두고 있죠. 하지만 한 번도 그 통장을 정리해 본 적이 없어요. 거기 얼마가 들어왔는지 확인하지 않았죠. 10년을 해온 일의 대가가 이건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 까봐 못 열어보겠더라고요. 나중에 찾아보려고 해요."

박성욱 : "사실 어쿠스틱 시장이 커지면서 기본적인 선을 지키지도 않고 돈만 바라는 신예 뮤지션들이 있는데 그러지는 않았으면 해요."

(* 인터뷰 전문은 이 기자의 거북이 뉴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 바로가기 클릭)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뉴스투데이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인디밴드, #마리슈, #당신뿐이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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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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