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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찾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 내성천은 공사판을 방불케 했다. 강변은 물론 주변 산에 있던 나무들도 베어져 햐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 아름다웠던 산천이 처참히 망가져 가는 것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한다는 게 무척 고통스러웠다.

공사장 내성천의 모습. 동호교 다리 위로 새로운 고가도로가 놓였고, 아래 강바닥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앞쪽 절개지에서는 계속해서 흙이 흘러내린다
 공사장 내성천의 모습. 동호교 다리 위로 새로운 고가도로가 놓였고, 아래 강바닥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앞쪽 절개지에서는 계속해서 흙이 흘러내린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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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강 내성천은 온데간데없고 공사판 내성천의 모습만 남아있다. 멀리 산등성이를 보라. 내성천의 속살이 다 드러났다.
 모래강 내성천은 온데간데없고 공사판 내성천의 모습만 남아있다. 멀리 산등성이를 보라. 내성천의 속살이 다 드러났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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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이 완공돼 담수가 진행되면 물에 잠기게 될 주변 산지들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는 담수 후 수몰되는 기존 도로를 대신할 새로운 도로를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가만히 살펴보니 도로 폭이 너무 좁다. 자전거도로였다. 댐 주변을 돌아보는 일주 자전거도로라도 만드는지 구불구불한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유명한 '4대강 자전거도로'를 이곳에서도 만나게 된다(4대강사업 중 유일하게 일부 시민들- 자전거 동호인-에게 환영을 받는 것이 자전거도로다. "차라리 자전거도로만 닦지 왜 22조나 퍼부어 강을 막았느냐"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돌면서 내려다본 내성천의 모습은 황량했다. 모래가 사라지고 자갈이 드러나고 그 위를 풀과 같은 식생이 뒤덮는 육화(장갑화) 현상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제방 안쪽 농지는 농사를 짓지 않아 역시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골짜기 골골마다 들어선 소박한 농가들은 주인을 잃고 휑하니 버려져 있고, 아직 이장하지 못한 산소만이 고향산천을 지키고 있었다.
영주댐이 완공돼 담수를 하게 되면 완전히 수몰되는 400년 전통마을인 금강마을의 모습. 저 멀리 영주댐이 보인다
 영주댐이 완공돼 담수를 하게 되면 완전히 수몰되는 400년 전통마을인 금강마을의 모습. 저 멀리 영주댐이 보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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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공사로 전국 최초로 수몰되는 역사인 평은역. 400년 전통마을인 금강마을과 함께 물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영주댐 공사로 전국 최초로 수몰되는 역사인 평은역. 400년 전통마을인 금강마을과 함께 물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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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기 쉬운 마사토지대에 들어선 영주댐의 위험

그런데 이상한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도로를 만들기 위해 절개한 산지면 곳곳에서 흙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한두 곳도 아니고 대부분의 절개면에서 흙이 마구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태가 심각한 곳은 토사유실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해 뒀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콘크리트를 바른 아랫부분이 뜯겨나가고 다시 흙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기 때문이다. 멀리서도 육안으로 훤히 보일 정도였다.    

이를 보고 함께 동행한 내성천보존회 송분선 회장이 다시 말을 보탰다.

"영주에서 오래 사신 마을 어른신들은 '여기는 사토(沙土)지역이라 댐이 위험해. 모래지역인데 모래 위에 댐을 지어놓으면 우야노. 무너지고 말지. 물을 담으면 전부 사토(沙土)라 물을 먹어. 그렇게 되면 앞으로 큰비나 장마 같은 변수가 생기면 저 산들이 순식간에 흘러내릴 수 있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산등성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전조라는 것이다. 이 지역이 원래 사토지역이니까 새로운 길을 낸다고 산지를 절개해 닦으면 저렇게 사면이 무너질 것이란 말이다. 실지로 산사태도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곳은 천둥만 쳐도 산사태가 일어나는 지역"이라고 걱정할까.

이와 같은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영주댐건설단에서 댐공사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4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댐 시공에 앞서 시추조사를 충분히 했고 암반에 기초공사를 했다"며 "기반암 위에다가 댐 본체를 붙였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산지 사면 곳곳에서 사면이 무너지면서 흙이 흘러내리고 있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산지 사면 곳곳에서 사면이 무너지면서 흙이 흘러내리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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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 위 산지 사면은 콘크리트 타설을 해뒀지만, 콘크리트도 뜯겨나가면서 사면이 무너지고 있다.
 자전거도로 위 산지 사면은 콘크리트 타설을 해뒀지만, 콘크리트도 뜯겨나가면서 사면이 무너지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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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사면들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산지 사면들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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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가 붕괴된 다른 나라 댐들의 모습
 옆구리가 붕괴된 다른 나라 댐들의 모습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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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인 김정욱 교수 또한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마사토지대에 건설된 영주댐의 안전에 대해 우려했다. 김 교수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래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내성천 주변 산지가 모두 마사토지대라면 영주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마사토지대에선 산사태가 더 잘 일어날 수 있다. 물을 담게 되면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댐이 넘쳐 댐 하류쪽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댐이 들어서기 어려운 지형에 댐이 들어섰다는 것이고, 따라서 주변 산지의 사면이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 영주댐 또한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영주 다목적댐의 모습.
 영주 다목적댐의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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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산등성이에서 바라본 내성천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2012년께 대구환경연합 등은 "이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원래 강의 영역이었던 땅들을 강으로 되돌려주며 강을 정말 강답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일대는 거대한 범람원이자 습지가 돼 다양한 야생동식물들의 보고가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영주시는 어쩌면 순천만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관광자원을 얻게 될지 모른다.

영주댐을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다목적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짓고 있지만, 사실 낙동강으로 흘려보낼 유지용수를 공급한다는 목적이 더 크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물그릇을 키워놓으면 저절로 낙동강의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낙동강 수질개선용 유지용수를 흘려보낼 영주댐이 왜 필요하다는 걸까.

우래교 아래의 내성천.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할 내성천의 참 모습이다.
 우래교 아래의 내성천.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할 내성천의 참 모습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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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쯤에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대로 댐을 완공하고 말 것이냐 아니면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것이냐를 말이다. 댐의 효용가치가 높을지 아니면 댐을 포기하고 이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만들었을 때의 가치가 클지, 이젠 결정을 해야 한다.

4대강사업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사업임은 정부 조직인 감사원과 총리실에서 이미 확인해주었다. 수질 문제를 비롯한 수많은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되풀이 되고 있는 4대강사업. 이러한 문제들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강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영주댐은 필요없는 댐이 된다.

특히 영주댐 대신 이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이미 평은면과 이산면이라는 두 면은 이를 수용했으니 주민 저항도 크게 없을 것이다. 기회가 온 것이다. 이제 영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주시는 지금 세계적인 관광자원을 발아래 두고 있다. 영주시가 발아래 보물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평은면사무소가 내려다보이는 내성천. 원래 저곳은 제방을 쌓기까지는 모두 하천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영주댐 수몰지 모두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저 모든 공간을 하천에 돌려주자는 것이다. 그리하면 대규모 습지가 만들어지면서 그야말로 국립공원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평은면사무소가 내려다보이는 내성천. 원래 저곳은 제방을 쌓기까지는 모두 하천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영주댐 수몰지 모두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저 모든 공간을 하천에 돌려주자는 것이다. 그리하면 대규모 습지가 만들어지면서 그야말로 국립공원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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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내성천 생태조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 인터넷매체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영주댐, #내성천, #국립공원, #마사토,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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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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