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보호각 보수를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되레 석굴암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우방 원장(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이화여대 명예교수)은 최근 연구원 홈페이지에 "과대한 전실 공사를 빙자해 철근 콘크리트 광장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강 원장은 "석굴암 보호각 앞 석등은 기울어져 원래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석등대좌는 공사 내내 노출돼 시멘트에 덮여 있었다. 보호각 석조 기단까지 묻힌 것을 보니 참담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라고 했다.
석굴암은 본래 석불사였다. 석불사 금당(석굴암) 바로 앞에는 석등이 자리한다. 지난 2011~2014년 경주시가 석굴암 보호각 보수공사를 했다. 경주시는 보호각 보수 공사를 한다며 높이 28cm, 지름 95cm의 석등 좌대를 높이 1m 콘크리트에 묻었다.
강 원장은 "석등이 자리잡고 있던 곳은 석굴암 자리를 포함해 우주의 기운을 토하고(吐) 머금는(含) 자리이다. 토함산의 숨구멍이 콘크리트로 막힌 것"이라며 "석등 자리조차 움직여서는 안 된다. 석등을 그대로 두고 그 위를 덮어 콘크리트 광장을 만들었다면 이는 원형훼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우물 크기 구멍이라도 있어 석등을 볼 수 있었다. (지난 11일 현재) 이제는 손만 들어갈 크기로 좁혀 놨다"고 했다. 강 원장은 "(석등을 콘크리트에 감춰 놓고는) 석굴암 관계자는 '일제시대 없어졌다'거나 '어디로 치워놓았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강 원장은 "석굴암 석등대좌는 그 자리에 있었다. 석굴암 관계자들이 모두 '석등이 없다'고 강변한 것은 석등이 없으면 콘크리트 광장을 그대로 두어도 좋다고 생각한 모양인 것 같다"고 했다.
강 원장은 "보호각 지붕 공사와 철큰 콘크리트 축대와는 상관이 없다. 공사를 빙자해 시멘트 광장을 만든 것이 틀림 없다"고 했다. 축대를 높이려면 땅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현상변경에 해당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경주시가 발주해 문화재청이 감독했다면 감독관의 직무유기이고, 문화재청의 직무유기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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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11월, 석굴암 보호각 보수공사가 한창일 때의 모습. 보호각 보수를 위한 가설덧집이 설치돼 있다. 현재 가설덧집은 철거됐고, 바닥에 1미터 높이의 콘크리트만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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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보호각 보수 공사에는 지난 2011년부터 4년간 16억 원이 투입됐다. 보수공사는 끝났고 보호공사를 위해 설치된 가설 덧집은 철거됐다. 콘크리트 구조물만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철거를 맡은 경주시는 진동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콘크리트 등도 모두 철거를 생각하고 만든 시설이다. 본존불에 영향이 없도록 무진동기법을 활용하고 계측기를 통해 상시 관찰해 작업할 것을 경주시에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콘크리트 철거 때) 감독자가 상주하고 문제가 생기면 당장 중지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진동 기준도 선진국에서 허용하는 범위보다 엄격하게 적용토록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