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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선거 기획에 가담한 공무원 두 명에 벌금 90만 원을 선고해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더해 선거법 위반에 대한 판결 잣대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 여론도 뜨겁다.

현직 교육감의 선거운동을 기획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85조를 적용하지 않고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린 반면,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압수수색까지 벌였던 대학강사에게는 공직선거법 85조를 적용해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 대학강사는 공무원도 아니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을 위반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법 제86조 제1항(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강사 직위 이용해 선거운동... 벌금 100만 원"

영남대 유소희 교수가 자신을 국가보안법 위반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영남대 유소희 교수가 자신을 국가보안법 위반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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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에서 '현대사회와 대중문화'를 강의해 온 사회학과 유소희 교수는 지난 2013년 4월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대구평통사)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또 대구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와 검찰의 조사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유 교수를 조사하면서 강의자료뿐 아니라 수업 분위기와 상황 등을 자세히 묘사하기도 해 사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국교수노조와 대구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유소희 교수 수업사찰 규탄 및 학문과 사상의 자유 대책위원회'는 2013년 9월 4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누군가가 유소희 교수의 강의를 지속적으로 사찰해 온 정황이 발견됐다"라면서 "대학 강의를 몰래 사찰하고 강의 참석자에게 배포한 수업자료를 취득해 탄압의 도구로 삼은 것은 명백한 학원사찰"이라고 규탄했다.

경찰은 유 교수가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에 해당한다며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검찰은 유 교수가 수업 부교재로 사용한 <한겨레> 칼럼 등을 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사용했다면서 2013년 6월 14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관련기사 : 경찰, '선거법 위반 혐의' 교수 강의 사찰 의혹).

유 교수가 2012년 9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강의내용 중 <한겨레>에 실린 칼럼 '과거가 쏟아내는 질문' '원칙주의자를 위한 사과의 원칙' '종박의 추억' 등을 두고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봤다.

법원은 유 교수에 공직선거법 제85조 제2항(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점) 등을 적용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이 벌금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당시 공직선거법 제85조 제2항(현재 제3항으로 내용이 옮겨짐)에는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유소희 교수가 사립대 강사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불법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봤다. 유 교수는 수업을 했을 뿐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했다.

유소희 교수의 변호를 맡았던 신성욱 변호사는 "검찰 측이 재판을 하면서 제시한 증거는 강의평가와 소감문이었다"라면서 "유 교수는 강의한 내용에 대해 리포트 형식으로 강의평가 및 소감문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의견이 다른 학생들에게 성적을 낮게 주거나 편파적으로 주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법원이 단지 공직선거법 상의 문구만 가지고 판결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유 교수가 <한겨레>의 칼럼을 복사해 수강생들에게 배부한 후 그와 관련된 강의를 한 것은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 교수가 영남대학교 강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수강생들에게 선거운동을 한 것은 유죄라고 판결했다. 강의는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유 교수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더 이상 영남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수 없었다. 공직선거법에는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직위를 상실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대외비 문건 유출한 공무원에는 '솜방망이 벌금형'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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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동기 대구교육감의 선거운동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두 명의 공무원에 대해 검찰은 공직선거법 85조보다 처벌이 약한 86조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공무원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벌금형(90만 원)을 선고했다.

대구시선관위는 지난해 5월 14일 우 교육감의 선거기획을 도운 이아무개(54) 대구시교육청 과장과 이아무개(47) 초등학교 교감 등 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선관위는 이들이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과 제86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이 대구시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 모여 선거공약과 선거공보물을 제작하기로 공모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선거홍보물 제작업체인 <매일피엔아이> 대표 전 아무개(55)씨와 프리랜서 방송작가 성아무개(38)씨 등과 함께 선거공약을 수정하고 선거공보를 만드는 일을 함께 했다.

이들은 또 교육청의 대외비 문건이 담긴 노트북을 전달했다. 이들이 선거공보물의 제작에 매우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선거공약과 선거공보물을 작성하는 기간에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전화 통화를 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제85조 제1항을 제외하고 제86조 제1항 제2호만 적용했다. 이들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했지만,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공무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을 구형하고 선거홍보물 제작업체 전씨와 방송작가 성씨에게는 징역 1년과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검찰의 구형보다 훨씬 낮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공무원 2명은 벌금 90만 원을 선고해 직위를 유지하도록 하고, 선거기획자 전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 성씨에게는 8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은 공무원이 아니라 선거홍보물 제작업체 대표인 전씨이고 이들 공무원들은 선거운동 기획에 관여한 정도가 그리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이들 공무원들이 대구교육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점과 동료들이 선처를 바라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우동기 교육감 무혐의 처분... 기득권층 옹호"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26일 오전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3일 대구지법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기획을 하다 선관위에 적발된 공무원들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데 대해 규탄하고 고발인단을 모집해 우동기 교육감을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26일 오전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3일 대구지법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기획을 하다 선관위에 적발된 공무원들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데 대해 규탄하고 고발인단을 모집해 우동기 교육감을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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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거법 위반 판결을 두고 시민단체들은 사법부가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에는 공정해야 한다"라면서 "누구는 공무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판결을 하고, 누구에게는 사법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도 "유소희 교수는 교원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다"라면서 "수업을 한 교재를 빌미로 선거운동을 했다며 공무원의 선거운동 행위로 처벌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유 교수와 대구교육청 공무원에 대한 사법부 판결의 차이는 박근혜를 거론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라며 "우동기 교육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도 기득권층을 옹호하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우리복지시민연합과 전교조 대구지부 등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교육감 불법선거 수사촉구 공동행동'은 시민고발단을 모집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을 직접 고발하기로 했다. 검찰도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밝힌 상태다.


태그:#공직선거법, #우동기, #유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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