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3부리그 팀(스윈든 타운)에서 뛴다고 얕볼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미드필더 위치에서 뛴다고 뒤에서만 어슬렁거리는 역할이 아니라는 걸 결승 상대인 한국 선수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킥 능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언제든지 공격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는 신출귀몰 미드필더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호주 축구대표팀이 27일 오후 6시 호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준결승전 두 번째 경기 아랍에미리트와의 맞대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31일 오후 시드니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한국과 맞붙는다.

특급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의 인상적인 '도움 2개'

개최국 선수들이라는 경기 환경도 영향을 미쳤지만 호주는 기본적으로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이 훌륭했다. 경기 시작 후 3분도 안 되어 만들어낸 코너킥 세트 피스 선취골부터 이를 확인시켜 주었다.

오른쪽 구석에 공을 내려놓은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는 자로 잰 듯한 코너킥을 오른발로 올렸다. 이를 향해 비교적 키 큰 수비수 세인즈버리가 솟구쳐올라 이마로 결정냈다. 바로 앞에서 간판 골잡이 케이힐이 상대 수비수 둘의 시선을 끌어주었고 세인즈버리 뒤에서도 단짝 수비수 스피라노비치가 역시 상대 수비수를 이끌고 움직여준 조직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호주는 선취골 이후 11분 뒤에 믿음직스러운 추가골을 터뜨리며 경기 흐름을 너무 일찍 싱겁게 만들어버렸다. 여기서도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의 결정적인 활약이 돋보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짧고 정확한 연결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낸 호주는 온몸을 내던지는 아랍에미리트 수비수들 앞에서 왼쪽 풀백 데이비슨의 왼발 인사이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미끄러지며 이 골을 도운 마시모 루옹고의 순간 판단 능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호주의 4-3-3 포메이션에서 노련한 마일 예디낙과 함께 2선 미드필드를 책임지고 있는 마시모 루옹고는 이 도움 두 개를 보태며 단숨에 도움 순위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개인 기록이 팀 경기력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루옹고 시프트'라는 별명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호주 공격 연결의 중심축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루옹고의 미드필더 파트너가 마일 예디낙과 마크 밀리건이라는 경험 많은 베테랑이기 때문에 그는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공격 지원을 해주었다. 물론, 루옹고의 주요 공격 방향은 풀백 프라니치와 공을 주고받는 오른쪽 측면이다. 루옹고는 71분에 바로 그 자리에서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안쪽으로 접어놓고 왼발 감아차기로 직접 골을 노리기도 했다.

호주의 느린 중원을 공략하라

2-0이라는 점수판이 말해주듯 아랍에미리트는 개최국 호주를 충분히 흔들지 못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가 자랑하는 특급 미드필더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건재했다. 결승전에서 호주를 상대해야 할 한국 선수들이 참고할 만한 장면을 몇 차례 보여주었다.

아랍에미리트는 너무도 이른 시간에 선취골을 내주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역습을 전개했다. 0-1로 뒤지고 있었지만 단 7분 만에 오른쪽 측면 역습을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역시 그 중심에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있었고 오마르의 반 박자 빠른 패스를 받은 상쿠르가 골잡이 아흐메드 칼릴을 겨냥했다. 칼릴의 오른발 돌려차기가 호주 골문 오른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는 불운을 겪었지만 호주의 4-3-3 포메이션이 역습을 당할 때 측면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국이 A조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를 1-0으로 물리친 결승골 순간에도 기성용의 기습적인 찔러주기가 들어갈 때 호주의 오른쪽 라인(프라니치-마시모 루옹고)이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진 기억을 되살려봐야 할 것이다.

아랍에미리트가 자랑하는 최고의 공격 루트인 '오마르 압둘라흐만-알리 맙코우트'의 단짝 호흡은 호주 수비수들을 여러 차례 곤란하게 만들었다. 전후반 두 차례 모두 간발의 오프 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충분히 호주 수비 뒤쪽 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확인했다. 22분에 먼저 만든 기회는 호주의 왼쪽 수비수 데이비슨 쪽이었고, 48분에 만든 두 번째 기회는 호주의 오른쪽 수비수 프라니치 쪽이었다. 한국의 발 빠른 날개 공격수들(손흥민, 이근호, 한교원)이 분명히 기억해야 할 장면들이다.

이처럼 자신의 패스 줄기가 읽힌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FC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끌어올린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떠올리듯 유연한 왼발 드리블 실력으로 호주의 중원이 느리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39분에 중원에서 공을 잡은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자신을 따라붙는 호주의 노련한 미드필더 마일 예디낙과 선취골 주인공인 가운데 수비수 세인즈버리를 보기 좋게 따돌리는 왼발 드리블 실력을 맘껏 자랑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마시모 루옹고를 제외한 호주의 미드필더들이나 '세인즈버리, 스피라노비치' 센터백 조합은 상대 선수들의 개인 스피드나 짧고 정확한 연결에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남태희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오마르 압둘라흐만에 못지않은 드리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호주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승전을 염두에 두고 간판 골잡이 팀 케이힐을 67분에 벤치로 불러들여 노장의 체력을 배려해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과 호주의 재대결 결승전은 오는 31일(토) 오후 6시 시드니에 있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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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결과(27일 오후 6시, 뉴캐슬 스타디움)

★ 호주 2-0 아랍에미리트 [득점 : 세인즈버리(3분,도움-마시모 루옹고), 데이비슨(14분,도움-마시모 루옹고)]

◎ 호주 선수들
FW : 매튜 레키(경고-41분), 팀 케이힐(67분↔토미 유리치), 로비 크루즈(82분↔제임스 트로이시)
MF : 마시모 루옹고, 마일 예디낙(경고-64분), 마크 밀리건(58분↔매트 맥케이)
DF : 제이슨 데이비슨, 세인즈버리, 스피라노비치, 프라니치
GK : 매트 라이언

◎ 아랍에미리트 선수들
FW : 아흐메드 칼릴(65분↔사이드 알 카티리)
AMF : 알리 맙코우트, 오마르 압둘라흐만, 모하메드 압둘라흐만(46분↔이스마일 함마디)
DMF : 아메르 압둘라흐만, 에스마엘
DF : 왈리드 압바스(78분↔하부시 살레), 모하나드 알 에네지 살렘, 모하메드 아흐메드, 상쿠르
GK : 마제드 압둘라

◇ 3,4위전 및 결승전 일정
3,4위전 ☆ 이라크 - 아랍에미리트 (1월 30일 금요일 오후 6시 뉴캐슬 스타디움)

결승전 ☆ 한국 - 호주(1월 31일 토요일 오후 6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축구 아시안컵 호주 마시모 루옹고 오마르 압둘라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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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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