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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대사관저에서 외교부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대사관저에서 외교부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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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가 27일 "미국은 지난 (오바마 행정부) 6년 동안 쿠바·이란·미얀마 등 테이블 반대편에 진지한 자세가 있는 대화자가 나온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engage)준비가 돼 있었다"라면서 "하지만 북한은 진지한 대화 자세를 갖고 있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미 대사관저에서 외교부 출입 기자들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쿠바와는 관계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 미국에게 쿠바와 북한의 차이점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과 박근혜 대통령은 조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조건을 붙이는 편"이라면서 "목표 자체가 남북대화의 재개라면 우리가 보기에 한국은 준비가 돼 있는데 북한 쪽에서 조건을 붙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조건을 붙이고 있다'는 언급은, 북한이 최근 박근혜 정부의 2차 남북고위급 접촉제의와 통일준비위원회 대화 제안에 대해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과 5·24조치 해제 등을 요구한 것을 말한 걸로 보인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대화의 속도와 범위에 대해서 우려를 갖고 있지 않으며, 저희는 한국 정부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면서 "북한이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로 이어질 수 있는 믿을 만한 준비가 돼 있다면 다른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대화에 임할 자세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에 북한 정권 붕괴론을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달라"라는 질문에 리퍼트 대사는 "한반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인 역동성, 문화적 역동성으로 혜택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사드 관련 내려야 할 결정 없다... 사드는 좋은 시스템"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왼쪽)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대사관저에서 외교부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왼쪽)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대사관저에서 외교부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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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의 한국 배치 문제에 대해서 리퍼트 대사는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등 모든 미팅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라면서 "어떤 (군사) 능력을 한국에 도입할 때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데 사드는 전혀 그런 시점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서는 내려야 할 결정도 없다, 문제 아닌 문제(none-issue)"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사드는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괌의 여러 자산들을 보호하기 위해 괌으로 사드를 옮긴 것"이라면서 "탄도미사일로부터 미국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방어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와 AIIB(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 가입 문제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리퍼트 대사는 "첫 번째로 (이 문제들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우리는 좋은 한중관계를 원하고 지지하고 있다"라면서 "두 번째로 한미관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관계라는 것이고, 우리는 이 관계를 다른 관계와 비교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한중관계로 인해 한미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양국을 공식적으로 중재하는 게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와 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미국의 역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아베 일본 총리가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올해 8월 발표할 담화에 과거사를 반성했던 역대 내각 담화의 핵심 키워드를 뺄 것임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서 리퍼트 대사는 "미국은 (일본이 강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속 지지해왔고, 그 담화들이 중요한 성명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와 개인 사이에 있는 일은 둘만 안다"

지난해 10월 대사 취임 선서식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오바마 대통령과 가까워 '오바마의 막내 동생'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과 얼마나 자주 통화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통령과 저 개인 사이에 있는 일은 둘만 안다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국에 부임한 그는 지난 19일 한국에서 낳은 첫 아들의 중간 이름(미들네임)에 한국식 이름 '세준'을 넣어 '제임스 윌리엄 세준 리퍼트'로 짓기도 했다.


태그:#마크 리퍼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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