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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을 앞두고 계촌리에 뻥튀기 장수가 왔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계촌리에 뻥튀기 장수가 왔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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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신암면 계촌리 경로당 근처에서 마을 주민들이 시끌벅적합니다. 설을 며칠 앞두고 오랜만에 뻥튀기 장수가 이 동네를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겨울 농한기에는 노인들이 경로당에 50명씩 모여 점심을 함께 해 드신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농사지은 쌀, 서리태 콩, 말린 떡국 떡과 물엿, 설탕 등을 가지고 나오셔서 뻥튀기를 합니다.

오래 전 1970년대 우리 어린 시절에는 연중 행사로 설 대목을 며칠 앞 두고 동네마다 뻥튀기 장수가 찾아다니며 명절 먹거리 장만을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뻥튀기 해주는 일이 연중 행사였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는 농촌의 중년 층 40, 50대는 공장에 가서 돈 벌고, 읍내 마트나 장에가서 시장을 보며 명절 준비를 합니다. 더 젊은 30, 40대는 아예 인터넷 쇼핑몰이나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보기도 합니다.

뻥튀기 장수의 흐뭇한 미소

뻥튀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잡곡을 너무 말려도 안 되고, 온돌방에서 적당히 말려야 좋다고 뻥튀기 장수가 말했습니다. 어느 할머니의 콩은 너무 말려왔다며 뻥튀기 장수 아들이 콩을 물에 한 번 헹궈 콩을 튀깁니다.

아버지는 기계에 곡류를 넣어 뻥 튀기를 하고, 스무 살 되는 아들은 마을 사람들이 가져온 쌀이나 콩을 저울에 달고 튀긴 콩을 물엿과 설탕을 섞어 버무리는 일을 합니다. 곡류를 튀기는 값은 4kg에 5천 원이라고 합니다. 곡류를 튀기는 시간은 10분 정도 걸리는데, 기계 두 대를 놓고 10분 마다 두 대의 기계가 번갈아 가며 "뻥~"합니다.

       집에서 농사지은 서리태콩, 쌀을 뻥튀기로 왔네요
 집에서 농사지은 서리태콩, 쌀을 뻥튀기로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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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들이 아버지를 이어 뻥튀기 장수를 해도 좋을듯 합니다. 무엇보다 공기 좋은 시골을 다니면서 훈훈한 정이 있는 동네 사람을 만나며 친환경 전통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일도 몸과 마음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 될 듯합니다. 설탕을 조금 넣은 말린 하얀 떡국이 뻥튀기 기계에 들어가면 잠시 후 달콤, 부드럽고 바삭이는 하얀 뻥튀기 과자가 되어 나옵니다.

오늘은 동네 어르신들이 너도 나도 작년에 농사지은 쌀과 강냉이 콩 등을 가져와 뻥튀기를 하는 바람에 뻥튀기 장수 얼굴엔 미소가 가득 싱글벙글 합니다. 아버지를 돕는 아들의 부지런한 모습이 대견스러운듯 뻥튀기장수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바라봅니다.

    아버지는 콩을 튀기고 아들은 튀긴콩을 설탕에 버무려요
 아버지는 콩을 튀기고 아들은 튀긴콩을 설탕에 버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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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트럭에 있는 커다란 달력에는 명절 전 한 달 동안 요일마다 동네 이름이 빼곡 적혀있습니다. 뻥튀기 장수가 마을 방문 날짜를 차례 차례 정해놓고, 동네에 방문 날짜 쪽지를 미리 뿌린다고 합니다. 설 대목 전 한 달은 무척 바쁘다고 합니다.

뻥튀기 장수는 예산 달맞이 축제나 각종 문화 행사에 참여해 우리 농산물로 만든 친환경 과자 뻥튀기를 만들어 참가자에게 나눠 준다고 합니다. 저도 문화 행사에 돌아다니는 편이라 덥수룩한 턱수염의 뻥튀기 장수를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부자(父子)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라져 가는 전통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일을 정답게 하는 소박한 삶의 모습이 아름다운 날입니다.

"뻥~"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주민들이 하나둘 와서 방금 튀긴 콩에 물엿과 설탕을 넣어 버무린 달콤한 콩 과자 한 움큼과 바삭거리는 떡 과자를 나눠 먹었습니다. 옛 추억에 젖어들어 마음이 따뜻해져옴을 느낍니다. 물질 만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오늘 마을사람들이 집에서 각자 가져온 곡류로 뻥튀기를 만드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행복은 소박한 생활과 넉넉한 인심에서 온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말린 떡국으로 뻥을 튀겨요
 말린 떡국으로 뻥을 튀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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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뻥튀기장수, #마음의 풍요, #쌀튀기기, #콩튀기기, #떡국떡 튀김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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