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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아이를 때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국민적인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어린이집 운영 정지, 전국 어린이집 아동학대 전수조사, CCTV 의무화 방안 추진 등의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이를 두고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마이뉴스>는 4차례 기획 기사를 통해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헤치고, 행복한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보여줄 예정이다. [편집자말]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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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육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한 아이 엄마가 '아이가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 학대하지 않았느냐, 아이가 잘못되면 당신 책임'이라고 했대요. 원장 선생님도 보육교사도 그런 일이 없다고 했는데, 아이 엄마는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계속 항의하고 있대요. 이 보육교사는 밤마다 경찰서에 끌려가는 꿈을 꾼다고 해요."

이 말을 전하는 보육교사 심선혜(37)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이를 때린 사건이 전 국민적 분노로 이어지면서, 보육교사들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어린이집마다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부모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보육교사들은 입을 닫은 채 움츠러들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심선혜씨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보육교사들도 가해 보육교사에게 화가 많이 났다"면서도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보육교사들을 다그치는 데 혈안이 돼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13년 전 보육교사의 길로 접어든 심씨는 네 살배기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이기도 하다. 심씨는 딸을 맡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했다. 그는 "어린이집에 CCTV를 달자고 요구하는 것보다 보육교사를 믿어주고,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동학대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심씨는 5년 전에도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했다. 당시 "보육교사의 처우가 개선되면, 보육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아이 때리는 보육교사? 우릴 괴물로 만드는 건..."). 5년 지난 지금, 보육교사의 처우는 아직도 열악하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는 계속되고 있다.

학대 영상 보자, 구토증세... "아이들에게 미안"

심선혜씨는 지난 13일 인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를 때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가해 보육교사 마녀사냥만 남고, 곧 관심이 사그라지겠지'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앞섰다. 곧 마음을 바꿔 영상을 보기로 했다. 보육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모습에 구토 증세를 느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맴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쾌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같은 보육교사로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라면서 "특히 아이들한테 미안하다, '우리 보육교사들이 보육환경을 바꾸는 데 더 열심히 노력했더라면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보육교사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비난의 화살이 전국 25만6000여 명에 달하는 보육교사들에게 쏟아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경찰이 전국 어린이집 CCTV를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보육교사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라면서 "보육교사들의 훈육을 두고 부모들이 학대라고 생각한다면, 경찰서에 끌려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보육교사들은 '감시의 대상'이 됐다. 아이들과 산책을 나가도 시민들의 시선은 보육교사에게 향한다는 게 심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 명의 보육교사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맡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이는 거의 없다. 심씨는 "아동 대비 교사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보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 보육교사 한 명이 몇 명의 아이를 맡고 있나.
"교사 한 명은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를 3명까지 맡을 수 있다. 만 1, 2, 3, 4세 이상 아이들의 경우는 교사 한 명이 각각 5, 7, 15, 20명까지 돌볼 수 있다. 하지만 2~3명 더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초과보육을 허용하고 있다. 잔인하다. 사실상 아동학대 유발하는 보육환경이다."

- 얼마나 힘든가.
"기저귀를 하고 있는 아이 10여 명을 돌본다고 상상해보라. 아이들이 똥오줌을 쌀 때마다 기저귀를 간다면, 하루에 몇 번이나 기저귀를 가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몸무게 10kg가 넘는 아이들을 안고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엄마들은 아이 엉덩이를 때리고 훈육할 수 있지만, 보육교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욱할 때가 많지만 참고 또 참는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한순간도 쉴 수 없다"

심 의장은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민주적인 소통을 하려는 노력은 보육교사들로 하여금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라면서 "보육의 질이 보육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듯, 어린이집 원장의 질은 보육교사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심 의장은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민주적인 소통을 하려는 노력은 보육교사들로 하여금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라면서 "보육의 질이 보육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듯, 어린이집 원장의 질은 보육교사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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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월 평균 급여는 144만3677원이었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기본급에 지방자치단체의 처우개선비를 얹은 것이다. 주당 근무시간은 55.1시간이다. 법정근로시간(40시간)보다 15시간 이상 길지만 44.6%의 보육교사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하루 중 휴식시간은 17분에 불과했다.

심씨는 "현실보다 좋게 나온 조사"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면서 한순간도 쉴 수 없다, 누군가는 '아이들이 낮잠 잘 때 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모두 보육교사의 책임 아니냐, 마음 놓고 쉴 시간도 장소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집 원장을 향해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민주적인 소통을 하려는 노력은 보육교사들로 하여금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라면서 "보육의 질이 보육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듯, 어린이집 원장의 질은 보육교사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했다.

심씨는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만 주장하지 않는다. "어려운 환경에서 대다수 보육교사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격증을 따기 쉬운 보육교사 양성 과정과 함께 부실한 재교육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보육교사들은 3년마다 40시간의 직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3급에서 2급, 2급에서 1급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80시간의 승급 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육 교사의 자질을 향상하거나 방전된 상태를 충전할 수 있는 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대체교사가 부족한 탓에 보육교사들은 퇴근 후나 주말에 교육을 받는다. 사이버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멍한 상태로 화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재교육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부모들, CCTV보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관심을..."


심씨는 CCTV 의무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5년 전 8년간 다닌 구립 어린이집을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CCTV를 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100% 이해한다"라면서도 "문제는 CCTV만 달면 아동학대가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대안을 놔둔 채 CCTV 의무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안심한다.
"보육교사들은 처음엔 CCTV를 의식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을 돌보기 힘든 상황이 되면, CCTV를 등지고 아이들을 훈육한다. 웃으면서 화내기도 한다. 보육교사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아이들도 감시받는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CCTV를 보고 싶어 하는데, 개인정보보호법상 바로 보여줄 수 없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이 은폐하려고 안 보여주는 것 아니냐'면서 불신한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 그렇다면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하나. 
"부모들은 보육교사가 몇 시간 동안 몇 명의 아이들을 돌보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하루 종일 돌보고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보육교사가 제대로 일할 수 없다. '내 아이를 혼자 보는 것도 힘든데, 보육교사는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을 갖고 어린이집 원장에게도 이런 요구를 한다면, 보육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심씨는 "아침 출근길 아이를 어린이집 차량에 태워 보내는 엄마들도, 노심초사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도 참 안쓰럽다"라면서 "엄마들과 보육교사가 서로 믿고 함께 아이를 돌본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더 좋은 보육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보육교사의 목소리를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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