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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9월 당인리 발전소의 폐쇄를 외치는 가운데 발전소 정문 앞에서 삭발식 후 13박 14일 동안 투쟁에 나섰던 '당인 문화 지킴이' 이봉수. 그는 이제 활동가로 머물지 않고, 의회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 마포구 기초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30여 년간 악기업을 하던 중 당인리 발전소가 지역 문화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인식, 붉은 머리띠를 매고 폐쇄 투쟁에 뛰어들었던 이봉수 의원. 그는 이제 구 의회에서 구민들의 이익들 대변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그는 기초 의원이 되기 전 바라본 의회와 마포구 집행부와의 관계를 6개월 여가 지난 지금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인터뷰는 지난 9일 오후 마포구 월드컵로에 있는 이봉수 구의원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에 응한 이봉수 구 의원
 인터뷰에 응한 이봉수 구 의원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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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의원 하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 게 당인리 발전소 폐쇄 운동과  관련해서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여간 '당인리발전소 이전 촉구 합정·서강 주민대책위원장'으로 투쟁했는데 먼저 그 성과는 무엇이었는지, 폐쇄 운동의 경과 과정을 말해 달라.
"마포구는 서울 시내 25개 구 가운데 한강을 접하고 있는 길이가 가장 길다. 이 때문에 마포구에는 한강을 둘러싼 문화도 많은데, 당인리 발전소가 현재 자리에 80여 년 동안 자리하면서 마포 고유의 문화 발전을 저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선 공약 100대 사업으로 당인리 발전소 이전을 들고 나오기에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인수위에서 당인리 발전소를 존치한다는 결정이 났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그때부터 준비한 후 2008년 정식으로 6월부터 주민 투쟁을 시작했다. 힘을 모아 계속 투쟁하자 2008년 10월 22일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은 '주민의 반대로 더 이상 당인리 발전소 유지가 힘들어 공약대로 이행하겠다'면서 '2012년 12월 31일부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관의 공식 선언은 2년여 만에 번복됐다. 그 배경에는 2009년 당시 강용석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지역에 국회의원이 없다 보니 발생했다. 갈 데가 없다는 한전 입장을 정부가 수용해 당인리 발전소의 존치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인리발전소 폐쇄를 위한 강경 투쟁을 선포하고, 2011년 9월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13박 14일 동안 발전소 정문 앞에서 삭발식을 한 후 단식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와중에 당시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던 박원순 후보가 다녀가는 등 관심을 기울여 줬지만, 결국 당시 박홍섭 마포구청장이 282억 원이라는 돈을 지원받는 대가로 한전에 지하화 허가를 내줬다. 현재 당인리 발전소는 2012년 1월부로 최종 허가를 내줘 공사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구청 허가와 정부 허가를 받았기에 쫓아낼 수 는 없어 공사 기간 동안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위험성이 없는지 지켜보고 있다. 오는 2019년 당인리발전소 지상에 약속대로 문화 창작 공간이 개원되기만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5년여를 끌었던 투쟁 기간동안 보람된 일은 무엇이었고,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가.
"보람됐던 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009년 4월 첫 번째 집회를 시작한 후 4개월 만에 당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으로부터 '주민 반대로 더 이상 추진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대선 공약대로 이전을 이행하겠다'는 발표를 이끌어 냈던 순간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주민참여율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집회에 나오시는 분들은 주로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로, 보통 200여 명이 참석했고 적게는 100여 명 정도에 머물렀다.

또한 집회가 일부 이익에 좌우되는 분들 때문에 결국 주민들의 분열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지식경제부 장관으로부터 이전 발표를 공식적으로 이끌어 냈음에도 2년여 만에 번복돼 지하화로 결정 났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지하화 되는 당인리 발전소는 어떤 규모로 지어지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은 또 어떤 게 있는가?
"지하에 들어서는 당인리 발전소는 연료로 천연 가스를 사용한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지하에 대규모 발전소가 건설되는 것은 당인리 발전소가 처음이라는 점이다. 지하에 들어서는 규모는 건축 면적만 일만 평에 지하 30미터 공간에 들어서게 되는데,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세계 최초다 보니 폭발 위험성 등 각종 재난 대책이 안전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감시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또한 당인리 발전소가 지역 주민의 편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게끔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하에 건설되는 당인리 발전소는 발전 용량은 3배로, 열 발전은 2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현재 당인리 발전소가 마포에 있지만 지역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현재 당인리발전소는 전기는 생산치 않고 열 발전만 하고 있는데 지역 난방 공급 지역이 여의도, 이촌, 반포의 6만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지하화 되는 당인리 발전소는 인근 주민에게 전기료 30% 할인은 물론이고, 지역난방이 일차적으로 마포구에 공급될 수 있게끔 하는 협정이 맺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어쨌든 당인리 발전소 전체 부지 3만 6천 평 가운데 지하화 되는 1만 평과 한전 전용부지 6천 평을 제외한 나머지 2만여 평은 공원화가 되는데, 지하화 되는 1만 평 위의 지상에는 당인리 창작 문화 공간이 약속대로 반드시 지어졌으면 한다."

-지역 현안 중 군부대 폐쇄를 위해 주민 협의체를 구성하고자 한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합정동에 군부대가 있는데 굉장히 오래됐다. 이 부대는 수도권 방위를 위해 포병 부대가 들어와 있는데 지금은 그 기능이 상실된 상태로 관사로만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합정동의 군부대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인 강변 도로에 위치해 국제 도시 서울의 전체적인 인상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의 재산권을 장기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서울시와 수도방위사령부(아래 수방사)가 협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방사는 이전하겠다면서 대체 부지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마포구에는 사실상 대체 부지가 없다. 서울시 쪽의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기에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해당 군 부대 이전 후 이 곳을 공원으로 조성한다면 한강권 경관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합정 군부대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자 한다. 조직이 만들어지면 망원동, 서강동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은 후 그것을 청와대 민원실은 물론이고, 국회 국방부 수방사 권익위 등의 청원을 통해 이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자 한다."

- 활동가로 일하다 구 의회에 들어가서 보니 어떤 느낌이 드는지?
"저는 악기 사업을 30여 년 동안 해오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당인리 발전소 공약을 번복하는 것에 분노해 투쟁에 뛰어 들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약속은 힘 있는 자가 깨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었지만, 당인리발전소 존치에 대한 부당함에 대해 이슈화하고자 노력했다. 당인리 발전소 폐쇄 투쟁을 이끌면서 약자에게 짓밟히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의 사연을 어루만지고,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크게 내보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구 의회라는 생활 정치에 뛰어 들었다. 

저는 구의원들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민의 심부름꾼이다. 의회에서 6개월 동안 해보니까... 공무원이 일 처리를 잘못해 억울한 사람이 많이 생기는 현실을 봤다. 구의원, 국회의원이 주민의 편에 서지 않고 힘 있는 골리앗 쪽에 서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저는 구의원이지만, 정치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역 주민이 불편해 하는 것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가는 그 심부름꾼의 역할이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서강초등학교 인근에 육교가 하나 있는데, 이 육교를 둘러싼 갈등을 얼마 전 중재했다. 이 육교 바로 옆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조권이 침해돼 겨울에 육교가 얼어 안전 사고 위험이 많아 갈등이 생겼다. 법적 분쟁 일보직전까지 치달았는데 제가 심부름꾼 역할을 하면서 한 달 만에 약간의 예산을 들여  미끄럼 방지 시설 등의 설치로 갈등이 해소될 수 있었다."

-을미년의 마포 비전과 신년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서울 25개 구 중 마포는 한강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타 구에 비해서 문화가 가장 많다. 서양문화와 전통문화가 산재해 있다. 모든 문화가 다 있다. 그 문화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행부와 협의 하고 있다.

또 '문화걷기 U자 벨트'를 구상해 보고 있다. 즉 홍대 걷고 싶은 거리를 시작으로 당인리 문화의 거리 창작 공원을 경유해 인근 천주교 성지인 절두산 성지, 그 옆의 망원정을 돌아서 난지 하늘공원으로, 이어 월드컵 경기장을 경유해 상암DMC로 이어지는 관광 코스를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집행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특히 홍대의 문화가 살아 나게 되면 용강동, 공덕동 쪽으로도 그 문화가 흘러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합정 군부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협의체 구성으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한발 한발 다가가 보려고 한다. 이와 함께 당인리 발전소가 안전하게 건설될 수 있게끔, 그리고 그 지상에 문화 창작 공간이 들어설 수 있게끔 눈을 부릅뜨고 지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 해가 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봉수, #당인리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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