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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구)소방방재청에게 날벼락 같은 해였다. 세월호 사건 이후 조직의 문제점을 드러낸 해경과 함께 해체돼 국민안전처로 통합된 것이다. 물론 이 조직해체는 재난사고 대처에 있어 일원화된 조직 체계와 지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대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진행됐다.

그러나 현직에서 사건사고를 매일 접하는 현직 소방관들은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다. 하루 아침에 본청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더불어 지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물어보았다.

기자가 방문한 소방서는 부산의 소방서 3곳인 중부소방서, 항만소방서, 남산119구급센터 였다. 이곳에서 만난 현직 소방관들은 소방방재청의 해체와 더불어 자신들의 근무환경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아래는 공통 질문에 대한 소방관들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평균 하루 근무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남산A: "3조 2교대로 근무중이다. 3교대를 원칙으로 하나 실정이 안 되기 때문이다. 주간 9시간 야간 15시간 근무 중이다."
항만A: "평균 주간 54시간 정도다. 주간과 야간 근무로 나뉘어 하루 근무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중부A: "3조 2교대로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한다."

- 보급품의 보급은 만족스러운지?
남산A: "시 자체의 한정된 예산으로 고가의 장비를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장비는 항상 부족하다."
항만A: "만족스럽다."
중부A: "상당 부분을 공용으로 쓰고 있다."

- 개인적으로 비품을 사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지? 있다면 그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남산A: "장갑이나 이런 간편한 소모품을 사서 많이 사용한다. 필요한 것을 신청하는 형태가 아니라 위에서 할당해 주는 식이다."
항만A: "부산의 경우 보급품 지급이 제대로 지급되는 편이다. 그러나 방화복 또는 개인지급물품들이 공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중부A: "현장에서 손상되거나 분실되기 쉬운 물품들의 경우 사비로 보충하는 경우가 잦다. 일일이 신청하기도 번거로울 뿐더러 신청한다고 바로 지급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음 상황 땐 꼭 필요하기 때문에 기다릴 시간이 없다. 애초 신청할 때 조금 넉넉하게 신청해 서로 필요할 때 메꿔주곤 한다."

- 근무 강도와 비교해 임금은 만족스러운지?
남산A: "사람이라면 언제나 임금은 적다고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추가수당, 야근수당 이런 부분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에 비해 동결되거나 떼가는 세금이 많다고 느낀다."
항만A: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중부A: "임금만을 생각했다면 애초에 이 일을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 현재 근무 중인 소방서는 인력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남산A: "펌프차, 탱크차, 구급차, 특수차량(고가차, 굴절차, 화학차, 산불차) 등 차량의 인력 TO가 있다. 구급차는 3명, 펌프차는 5명, 탱크차는 2명 등이다. 실제적으로 부산소방의 실정에서는 TO대로 운영되지 않는 실정이다."
항만A: "준수하려고 하나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중부A: "어느 곳이나 인력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정대로 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 인력충원의 필요성을 느끼는지?
남산A: "인력충원은 필요하나 재정 문제가 너무 크다.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도 않다. 3교대를 하지 못해 3조 2교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휴가를 가기도 쉽지 않다. 휴가를 가려면 상대조의 사람을 붙잡아야 가능하다(그러면 상대방은 24시간 이상을 근무해야 한다). 구급차에 모자란 인원은 의무소방원이 대신 타고 출동을 나갈 정도다."
항만A: "아직 정확한 3교대가 실현되지 못했다. 3명이 타야 하는 구급차에 1, 2명이 타는 경우도 많다. 인력충원이 필요하고 4교대로 차차 진행될 필요가 있다."
중부A: "항상 모든 인원이 가용 상태인 것은 아니다. 부상이나 개인 사정으로 이탈하는 인원도 있기에 항상 인원부족으로 고생하는 편이다."

-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남산A: "업무적인 차원에서 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느낄 때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 부분에서는 다른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항만A: "월급을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
중부A: "아이가 그린 내 모습을 봤을 때 가장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꼈다."

- 직장에서의 복지환경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남산A: "연말 연초에 신청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반영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역시 예산문제다."
항만A: "갖추어져 있다."
중부A: "최대한 편의를 봐주려 하지만 예산이나 공간의 문제로 이뤄지지 않는다."

- 소방공무원이 업무에만 치중할 수 없게 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남산A: "예산 문제가 가장 크다. 예산 문제로 인해 복지나 장비, 시설 문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이뿐 아니라 보여주기 식의 행정은 인력이 부족한 소방공무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예를 들면 전날 당직을 서고 다음날 인력 부족으로 인해 휴식을 하지 못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항만A: "행정일이 너무 많다. 청에서 내려오는 공문, 시에서 내려오는 공문, 본부에서 내려오고 서에서 내려오는 공문들로 근무시간에 못하고 비번 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중부A: "요새 부쩍 미래에 대한 불안이 늘어났다. 공무원 연금 삭감에 대한 논의도 그렇고 내가 은퇴하거나 무슨 일을 당했을 때 내 가족이 겪어야 할 경제적 부담에 대한 걱정이 많다."

- 소방방재청의 국민안전처 산하 소속 결정에 대한 생각은?
남산A: "체감상의 변화는 없다. 독립적 기관이었던 것에 비해 지위가 좀 낮아진 느낌도 든다."
항만A: "공문이 더 많아지겠다고 예상된다. 현장 근무자들에게 지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진다. 그리고 산하 소속기관으로 격하돼,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이 소방 출신이 아니게 됐다. 재난 전문가가 아니어서 실제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대처가 잘 될지, 그리고 소방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써줄지는 미지수다."
중부A: "큰 변화는 없을 거라 예상한다. 이 기회에 뭔가 실질적인 조치가 있을 걸로 기대했기에 조금 실망했다. 외국의 경우 재난시 해당 지역 소방기관장이 지휘권을 가져 일사분란하고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번 국민안전처의 경우, 비상시 국무총리가 지휘권을 가진다. 물론 그분들이 전문가 의견을 듣고 현명하게 판단하겠지만 위급상황을 상정한 기구이기에 실무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 소방관들의 95%가 국가직을 요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배경과 이유는?
남산A: "국가직이 되면 독립된 예산으로 받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비나 차량 등의 보급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직 전환이 되면 정부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 시에다 요구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
항만A: "일하는 손발이 많아져야 하는데, 지방직이라서 시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고, 국가안전처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중부A: "서울이나 울산 같은 부유한 도시는 지방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줄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가난해지는 부산이나 다른 약소지방은 충분한 지원을 받기 힘들 것이기에 안전에 위협이 될 거라고 본다. 그나마 부산은 다른 지방에 비하면 상황이 좋은 편이다. 소방장비까지 중앙정부가 지급하면 제일 좋다. 그게 힘들다면 소방대원이라도 국가직으로 전환 시켜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현직 소방관들은 인력 부족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재정 문제가 엮여 있었다. 법적으로 3교대를 명시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많은 소방서들이 탄력적으로 인력운용을 하고 있다. 인력 문제, 장비노후화 문제, 복지 문제, 근무시간 문제 등 여러 문제는 재정 문제로 귀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관들은 현재 극소수인 국가직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태그:#부산, #소방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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