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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테이블
 피렌체 테이블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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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우연히 도서관에서 내 손에 걸린 책은 <피렌체 테이블>입니다. 올 초에 아들과 함께 처음 가본 곳이며, 베키오 다리가 있는 피렌체라는 이름 하나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사진과 음식으로 가득한 책이 그리 무겁지 않았고, 혹시 내 눈 속에 담은 풍경이 나오나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히틀러도 사랑한 '베키오 다리'와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한 두오모 성당은 압권으로 보입니다. 베키오 다리는 우리말로 그저 '오래된 다리'에 불과하지만 1345년 아르노 강위에 지어진 다리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렌체에 있던 다리를 다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베키오 다리만 제외하라는 히틀러의 말로 유명하고,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곳이기도 하고, 보석 세공 상점이 즐비한 곳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오래되고 아담한 도시 피렌체는 영화 '열정과 냉정사이'를 통해 알게된 사람도 있고, 르네상스의 발생지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연세대 김상근 교수는 이 곳을 20여 차례 다녀왔다고 자랑하였고, 그의 강연 곳곳엔 피렌체 예찬으로 침이 마르지 않습니다. 이틀 동안 머물며 작고 아담한 도시 속에 다리와 언덕, 조각 그리고 금은 세공, 가죽 등 자랑할 게 많은 곳이구나라고 느낀 곳. 언제가 또 다시 가보고 싶은 곳. 그곳이 바로 피렌체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던 35세 젊은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때려 치우고 이 지구 어느 곳에 한 달간 정착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책에 의하면 하루 아침에 결정한 것이 아니고 몇 년에 걸쳐 고민한 후에 내린 결정이지만, 이 결정을 앞두고 31살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아내와 무던히 싸운 흔적이 보입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안락하고 편안 우리나라 땅이 아닌 이국 땅에서 한 달간의 생활이라. 참으로 당돌한 발상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그건 누구나 아는 프로스트의 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갈라진 두 길이 있었지.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니는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네!"

평범한 직장인에게 한 달의 공백을 허락해 주는 회사는 없습니다. 그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용기를 내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결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가 처음 가려고 했던 곳은 피렌체가 아닌 알래스카였다죠. 야생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를 쓴 호시노 미치오에 매료되어 알래스카로 가기를 고대했던 남자는 아내를 위해 따뜻한 남쪽 이탈리아의 포지타노로(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밀애를 즐긴 곳으로 유명함)로 변경한 후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 피렌체라 합니다. 아무래도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온 두오모 성당의 모습에 매료되었던 것이 확실합니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올랐던 463개의 계단을 오르고 싶은 열정이 두 젊은 부부를 피렌체에 머물게 하지 않았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장기간 여행을 할 때는 빈 집을 빌려주기고 하고 멀리 이국 땅에서도 빈집을 장기 임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을 알선해 주는 사이트도 많다는 사실까지. 어쨌든 젊은 부부는 무모하고 용감한 결정 덕분에 한 달간 피렌체에서 생활하며 직접 요리도 하고 관광도 하며 낯선 삶을 살아 봅니다.

그 한달의 생활로 하루 하루 '남편의 피렌체'와 '아내의 피렌체'란 타이틀로 각자의 일기식 글로 채워지고, 매일의 음식이 소개되는 매우 독특한 방식의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2013년 2월 한 달간의 피렌체 경험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되는 동안 그들의 삶은 이전의 삶과 크게 변화된 것은 없습니다.

여행 이후 남자는 다시 조그만 중소업체에 취직을 했고, 아내는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음식점 2호점을 내었으며, 스페인 바로셀로나와 덴마크 코펜하겐 등을 더 여행하게 되었다는 뒷이야기로 마무리 하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마크 트웨인의 '해서 후회하는 일보다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을 너무도 명확히 알고 실천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의 여정이 독자들에게 꿈같은 여정으로 오인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마라톤 경주처럼 여기며 하나의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좋다는 것, 모두 자기만의 길이 있기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도, 길에서 벗어나 조금은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 그것만 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현실에 안주하고 정해진 길을 가고 싶어하고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심지어는 사소한 결정조차도 귀찮아 합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시도하지 않는다면 변화란 없다는 것이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안전함도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들의 어려운 결정과 새로운 시도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피렌체 테이블 - 그곳에서 한 달, 둘만의 작은 식탁을 차리다

김은아.심승규 지음, 위즈덤하우스(2014)


태그:#피렌체, #피렌체 테이블, #쿠킹스튜디오,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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