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 ⓒ CJ E&M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화제 속에 종영했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원작과의 괴리나 필요 이상의 캐릭터 구현으로 아쉬운 점을 남기긴 했지만, 고달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에서 길어낸 위로를 보낸 모처럼 따스한 드라마 한 편이었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미생>을 2014년 후반기 대표작으로 만든 데엔 김원석 PD가 있다. 바야흐로 '스타 PD의 시대다. 특히 tvN의 적극적 후원 아래 이적한 신원호, 나영석 PD 등이 각각 <응답하라> 시리즈와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대접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원석 PD 또한 <미생>을 통해 그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이미 <성균관 스캔들>(2010년)로 청춘 신드롬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꽃미남' 열풍을 일으켰던 김원석 PD는 이 작품 이후 KBS에서 CJ E&M으로 이직한다. 하지만 바로 탄탄대로가 열린 것은 아니다. 그가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인 '드라마'는 <슈퍼스타K3> 참가자들을 데리고 만든 음악 드라마였다. 막간극으로 잠시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김원석 PD의 정서가 잘 반영됐다.

드디어 2013년 5월 그의 진짜 후속작이 등장했다. tvN과 Mnet에서 동시에 방영됐던 <몬스타>가 그것이다. 이 작품으로 김원석 PD는 <미생>에서도 함께 할 정윤정 작가를 만나게 된다. 정윤정 작가는 이후 인터뷰를 통해 "만족감이 컸"으며 "케이블로서는 시청률도 잘 나왔다"고 밝혔지만, 음악을 통해 청춘을 논하고자 했던 드라마는 어설픈 시도로 평가받기도 했다.

<성균관 스캔들>, <몬스타> 그리고 <미생>까지. 이 속에 구현된 '청춘'의 정신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김원석 월드'의 주제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미생>이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마무리된 이 시점에, 세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는 '청춘'의 실체를 찾아보자.

김원석 PD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것, '청춘'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 4인방. 왼쪽부터 유아인(문재신 역), 믹키유천(이선준 역), 박민영(김윤희 역), 송중기(구용하 역).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 4인방. 왼쪽부터 유아인(문재신 역), 박유천(이선준 역), 박민영(김윤희 역), 송중기(구용하 역). ⓒ KBS


우선 세 작품 속 주인공들은 당대의 녹슬지 않은 파릇파릇한 청춘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가로막는 이들이 등장한다. 성균관 신입생들인 <성균관 스캔들> 속 잘금 4인방 앞을 가로막는 이들은 이선준(박유천 분)의 아버지이자 '노론'으로 대표되는 기성권력이요, 성균관 장의와 그 수하들의 대리 권력들이다.

노론이지만, 노론으로서의 특권보다는 그가 책을 통해 체득한 원칙을 깐깐히 지키고자 하는 이선준과 '반쪽짜리 양반'인 김윤희(박민영 분)-문재신(유아인 분)-구용하(송중기 분)의 우정과 반항이, 정조의 개혁 정책과 맞물려 역사 속 이야기 이상의 불의한 시대에 맞선 청춘상을 구현해 낸다.

<성균관 스캔들>이 노론의 시대에 맞선 청춘들이라면, <몬스타>에서 청춘을 가로막는 것은 기성 교육 제도이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재단하는 교육 체계, 공부만을 강요하는 학교, 집안과 성적에 따라 베풀어지는 특혜. 이런 기성 교육 제도에 맞서 아이돌 출신의 윤설찬(용준형 분), 뉴질랜드에서 양치다 온 4차원 소녀 민세이(하연수 분) 등이 자신들만의 무기인 '음악'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렇게 역사 속, 그리고 교육 제도 속 기득권은 <미생>에선 '대기업'으로 변형되는 우리 시대의 조직화된 경쟁 사회로 둔갑한다. 자격증과 학력이 조선시대의 '노론'처럼 보증서가 되는 세계에서, 그 무엇도 가지지 못했던 <성균관 스캔들> 속 김윤희처럼 대학조차도 나오지 못하고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장그래(임시완 분)가 원 인터내셔널에 던져진다.

그리고 역시나 잘금 4인방처럼 그의 곁엔 때론 그의 적이 되고, 동지가 되고, 결국엔 우정이 될 안영이(강소라 분)-장백기(강하늘 분)-한석율(변요한 분)이 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캐릭터를 지닌 듯 하지만 때론 문재신 같이, 때론 이선준 같이, 그리고 때론 구용하처럼, 각자 자신의 사연을 가지고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하고 장그래와의 우정을 엮어간다.

이렇게 김원석 월드를 통해 구현된 청춘들의 이야기는 결국 당대 청춘들의 고민과 열정을 대변함으로써 그것을 시청하는 '청춘'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다. 때문에 이들 드라마의 주인공들도 곧 청춘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이 이제는 모두 대표적인 스타로 성장하게 되었듯이 <몬스타>에서는 하연수라는 신성을 배출했고, <미생>에서는 임시완을 비롯한 신입 4인방 모두가 주목받는 재목이 되었다.

'청춘'들에겐 늘 '멘토'가 있고, 그들 간의 '브로맨스'도 존재한다

 지난 19일 방송된 tvN-Mnet <몬스타> 10회의 장면들.

tvN-Mnet <몬스타> 10회의 장면들. ⓒ CJ E&M


하지만 김원석 PD가 만든 드라마에 '청춘'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그의 드라마에는 그 당시 청춘들이 공감할 '멘토'가 등장한다. 어쩌면, 진짜 '김원석 표 드라마'의 매력은 청춘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런 청춘을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하는 '멘토'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성균관 스캔들>에는 정약용(안내상 분)과 정조(조성하 분)가 있었다. 정약용이 내적 갈등을 거듭하면서도 이들을 보듬고 구체적인 길을 제시하는 스승의 역할을 해 냈다면, 정조는 불의한 시대에 타협하지 않는 정치적 스승으로서 본보기가 되었다. 정약용 역의 배우 안내상은 <몬스타>에서도 한때 인기 작곡가였지만 이제는 실의에 빠진 과거의 스타로 등장,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표현하고자 했던 '몬스타'들의 '멘토'가 된다.

그리고 <미생>에서는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이 장그래 뿐만 아니라, 자기 보신에 급급한 이 시대에 '사람'을 책임지는 제대로 된 어른의 대명사가 된다. 이런 멋진 멘토들의 존재 덕분에 시청자는 청춘의 고민에 동조하는 동시에 멘토들이 제시하는 길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어 더욱 드라마에 매료되는 것이다.

또 하나, 김원석 PD의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브로맨스(bromance, 남자와 남자 간의 친밀한 관계 혹은 애뜻한 감정을 뜻함)'다. 물론 그의 드라마에 '멜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중심 줄거리 중 하나는 이선준과 김윤희의 사랑이었고, <몬스타> 역시 민세이를 둘러싼 윤설찬과 정선우(강하늘 분)의 삼각관계가 주된 이야기였다. <미생>에서도 원작에 비해 여성적 캐릭터로 등장한 안영이와 장백기, 그리고 장그래와 유치원 선생님 간의 '묘한 기류'가 양념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김원석 PD는 <성균관 스캔들>서부터 '남남 케미(화학작용, 조화를 일컫는 말)'에 주목한다. 이 작품에서 이선준과 김윤희의 로맨스가 흥미로웠던 것은 김윤희가 남자인 줄 알면서도 끌리는 이선준의 갈등에 있었다. 또한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을 정도였던 구용하와 문재신 사이의 케미는 두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다. <몬스타> 역시 윤설찬과 정선우, 그리고 차도남(박규선 분)과 박규동(강의식 분) 간의 '사연 있는 우정'은 멜로 라인보다 더 애절하게 드라마를 이끌었다.

심지어 <미생>은 19회에 이르러 오상식은 장그래의 정규직 채용에 그저 후배 부하 직원을 아끼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직장 생활을 건다. 명목상은 멘토와 멘티지만, 실제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것은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모습과 비슷하다. 어디 오상식 뿐인가. 원작과 달리, 한석율 역시 일관되게 장그래에 엉겨 붙는 캐릭터로 설정됐다. 장백기와 강대리(오민석 분) 간의 미묘한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남아 있는 '김원석 월드'의 과제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 포스터

tvN 금토드라마 <미생> 포스터 ⓒ CJ E&M


'브로맨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이에 주목하고, '멘토' 열풍이 불기도 전에 멘토들을 대거 내세웠던 김원석 표 드라마들은, 곧 당대의 대표작들이 되었다. 그러나 늘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원작이 없는 김원석 표 드라마는 상상하기 힘들다.

정조 사후 살벌한 노론 치하의 세도 정치로 들어선 것과 달리 <성균관 스캔들>은 알콩달콩한 이선준과 김윤희의 결혼 생활과 판타지 같은 구용하와 문재신의 후기로 역사에 천착했던 애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미생>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가 원작을 비껴간 순간, 드라마는 재미를 위해 '현실'의 정신에서 미끄러져 갔다.

심지어 오상식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사건에서의 장그래의 '민폐적 설정', 그리고 장황한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을 하면서까지 강조한 오상식과 장그래의 '완생'은 위로보다는 헛헛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김원석 PD가 구현한 <성균관 스캔들>과 <미생> 속 젊은 군상들의 이야기가 '원작 발'인지 '드라마 발'인지는 확언할 수 없게 됐다. 아마도 이것이 김원석 월드의 남겨진 과제이리라.

사족이지만, 김원석 PD가 만든 드라마에 등장한 좋은 음악들 역시 놓칠 수 없는 '약방의 감초'다.

<성균관 스캔들> 당시 방송을 통해서는 만날 수 없었던 JYJ의 절창이 빼어났던 '찾았다'를 비롯하여, 아직도 각종 프로그램의 BGM으로 등장하는 OST들이 두고두고 회자된다. <몬스타> 역시 이야기의 허점을 메워주던 음악들이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생>에 이승열의 '날아'와, 장미여관의 '로망', 볼 빨간 사춘기의 '가리워진 길'이 없었다면, 그 정서가 제대로 살아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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