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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잘했네."
"어? 엄마 왜에?"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유치원. 검정석 패딩 점퍼를 입은 윤준혁(가명·4) 군이 상자 속에 팔을 넣어 주황색 탁구공을 꺼내자 윤군의 허리를 잡고 있던 엄마 이희진(가명)씨의 얼굴에 바로 화색이 돈다. 윤군이 내년부터 이 유치원에 입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서울 지역 사립유치원 중 가군에 속하는 곳들은 이날 일제히 원아모집 추첨을 실시했다. 윤군이 당첨된 유치원에는 정원보다 2~3배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다. 이씨는 "걱정했는데 마음 속에서 1순위로 찍었던 유치원에서 당첨이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치원에서 한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입학 추첨을 하고 있다.
 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치원에서 한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입학 추첨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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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보다 2~3배 많은 지원자 몰려... "나라에서 유치원 좀 늘려줬으면"

이날 이 유치원에는 120여 명의 학부모가 아이와 함께 참석했다. 학부모들의 유치원 중복지원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아이 손을 잡고 추첨을 기다리던 학부모 김아무개(40)씨는 "그만큼 유치원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만3~4세인 학생들은 얼굴에 천진함이 흘렀지만 학부모들은 대체로 긴장한 표정이었다.

추첨은 학부모가 탁구공을 직접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크릴 상자에 신청자 수 만큼 탁구공을 넣고 상자를 가린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공을 꺼내는데 그중 주황색 공을 뽑으면 당첨, 흰색은 입학 대기자 명단에 올라간다. 주황색 공은 입학정원 수 만큼만 들어있다.

유치원 측은 혹시 생길지 모르는 이의 제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고심한 모습이었다. 유치원 관계자는 "흰색 탁구공과 주황색 공의 촉감이 다르다는 얘기가 있을지 몰라 비닐 장갑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공정한 추첨을 위해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가 추첨 도우미로 나서기도 했다.

학부모 김미정(가명)씨는 이날 6명을 뽑는 만 4세 여아 추첨에서 주황색 공을 뽑아 주변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샀다. 김씨는 "엄마들의 입소문에 따르면 이 유치원이 이 지역에서는 상위권"이라고 웃으며 귀띔했다.

직접 자신이 주황색 공을 뽑은 윤준혁 군이 단상 아래로 내려가자 "네가 금손인가보구나" 등 엄마들의 부러움 섞인 축하가 잇따랐다. 반면 흰색 공을 뽑은 학부모들은 조용히 한켠에 있는 입학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추첨에서 떨어진 학부모들은 대체로 굳은 표정이었지만, 심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드물었다. 김원교(가명)씨는 "아직 세 곳 더 지원할 수 있으니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 "회사 퇴근 일정을 조절해야 하는 게 번거로울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을 가·나·다 군으로, 공립유치원은 가·나 군으로 나누고 총 네 차례만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유치원 원아모집 개선안을 내 놨다. 중복지원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지난 3일에는 일선 유치원들에 공문을 보내 '중복지원을 하면 합격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이날 입학 자격을 얻지 못한 학부모 유아무개씨는 "이 동네는 그래도 가, 나, 다군이 잘 분배되어 다행이지만 다른 지역 사는 친구들은 좋은 유치원이 한개 군에 몰려 걱정이 상당하다"면서 "나라에서 유치원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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