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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7월 19일 서울 근교 한 공원에서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의 모습.
 지난 2013년 7월 19일 서울 근교 한 공원에서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의 모습.
ⓒ 한겨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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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문고리 3인방'(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정윤회(59)씨를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내부 및 정부 동향을 보고했다는 내부 감찰 문건이 나왔다.

사실상 정씨를 꼭지점으로 하는 '비선라인'의 실체가 일부 드러난 셈이다. 특히 정씨가 이들을 이용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을 확산시킨 것으로 알려져 여권 내 권력투쟁 속살이 드러났다.

28일 치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난 1월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김기춘 교체설'의 출발점이 어딘지 파악한 결과물이다.

감찰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문고리 3인방'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문고리 3인방' 외에도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외부 인사 4명 등이 참석했다.

"김기춘 사퇴 분위기 조성하라"... 김기춘과 권력암투 벌였나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1억 원대 헬스장비 구입과 관련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스치고 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1억 원대 헬스장비 구입과 관련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스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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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 한 송년모임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유포를 지시했다. '문고리 3인방' 등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하라고 한 것이다.

감찰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당시 모임에서 "(박 대통령의 자문 원로그룹인 7인회의) 최병렬이 VIP(박 대통령)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지만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김기춘 실장의 거취 문제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 감찰 문건에서 "정씨가 '문고리 3인방' 등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VIP의 국정 운영과 BH(청와대)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정씨가 박근혜 정부의 '막후 실세'임을 방증한 것이기도 하다. '민간인'인 정씨가 '왕실장'이라 칭해지는 박근혜 정부의 2인자인 김 실장의 거취 문제를 청와대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와 '문고리 3인방'은 1998년 박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당시 보좌관·비서관 등으로 함께 일했고, 정씨가 이들을 직접 인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는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 지시로 경찰 출신 A경정이 작성했고, 김 실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찰 보고서 제출 한 달 만에 관련된 사람들은 청와대에서 나가야 했다. A경정은 원대 복귀했고 조 비서관은 사표를 제출했다.

'비선라인' 줄곧 부인했던 청와대... 박지원 "이제 사실 부인 못할 것"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청와대 본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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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정씨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박영선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비선 조직의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종종 청와대 서류를 싸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사실상 확인됐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 6월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외부 인사 개입 등 비선이 움직이고 있다, '만만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말이 세간에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여기서 '만만회'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의 마지막 이름자를 따서 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 7월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한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과) 접촉이 없다, 인간적인 정의(情誼)로 보면 이들이 나에게 연락하는 게 도리인데…, 나는 섭섭하다"라면서 '비선 라인'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만만회' 의혹 등을 보도한 <시사저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당시 정씨는 "만만회는 박지원 의원이 붙인 이름일 뿐 실체 있는 모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보수단체인 '새마음포럼'이 같은 사유로 박 의원을 고발하자, 즉각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 24일 이 같은 감찰 사실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당시 정씨에 대한 감찰 사실과 함께 감찰을 지시했던 조 전 비서관을 좌천시켰다는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통상적인 인사였다"라고 밝혔다. 특히 "사실이 아닌 기사에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비선 실세' 의혹 정윤회 억대 비리, 감찰 중단?).

한편, '만만회' 의혹을 제기했던 박지원 의원은 이날(28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세계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정윤회의 국정개입은 사실이다, 이러한 감찰 보고서를 입수했다면 (정씨 등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검찰은 과연 '만만회 사건'을 기소할 수 있는가, 청와대도 이를 묵인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태그:#정윤회, #김기춘, #박근혜, #비선,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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