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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문학의 종착역은 어디쯤일까?

이에 대해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일화를 남긴바 있다.

"나는 아내와 말다툼을 해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내 직업이 소설 쓰는 것이니 작게는 한 권 많게는 열 권 스무 권 분량으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데 시인인 아내는 그것을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압축해 버립니다. 그러니 한 수 아래라는 것이지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저런 정도의 뜻이었던 듯 싶다. 우리 시대의 대작가 마저 문학적으로는 시인인 아내에게 한 수 접고 있다니 시와 소설이 각각 그 고유한 영역이 따로 있다 할 지라도 나같은 범인은 그저 위대한 소설가의 견해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 말은 함축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또 그 안에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가도록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려 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어려운 말 쓰지 않고 누구나 알아 보기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이 책이 바로 그렇다.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이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10대를 위한 책이니 쉽게 썼을 터이다. 그러면서도 한국 현대사의 핵심은 빠뜨리지 않고 담고 있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 즉, 먹을거리에서 자본을 대중매체에서 문화를 금지에서 국가를 선거에서 정치를 사회에서 교육을 만날 수 있게 하고 있다. 총 10개의 꼭지로 나누어 밀가루와 설탕에서 부터 미스코리아, 미니스커트 건강보험에서 국기와 국가 메이데이에 이르기까지 궁금했을 법한 여러 주제들의 유래와 현황을 통계를 곁들여 깔끔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치 신문의 짧은 칼럼을 읽는 듯 부담없는 분량. 그 어렵다는 압축해서 표현하는 내공을 저자는 잘 보여 주고 있다.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이라면 꼭 보고 배우고 익혔으면 하는 전범 같다고나 할까.

이 책의 저자와 나는 아이들 학교의 학부모로 만나 아주 쬐끔 아는 사이이다. 그래서 그동안 이미 나와 있던 저자의 책들을 찾아 본 적이 있는데 두께도 두께려니와 내용도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조금의 동요도 없이 웃으며 책장을 덮었던 적이 있다.

일단 말하고자 하는 개념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기나긴 서설에 이어 그를 논증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인용한 각종의 통계와 가득한 표. 어떠한 반론에도 견딜 수 있도록 완벽하기 위해 지리할 정도로 긴 설명이 필요한 결론 등등 발표 논문이나 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는 것 같았던 저자의 글쓰기가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만큼 이렇듯 크게 바뀐 것은 서문에서 밝힌 그녀의 말대로 조금은 다른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고딩 딸아이를 위한 부모의 배려일까?

책이 어렵게 나오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례로 정확한 학문적 개념을 위해 원어나 한자어 단어를 쓰는 것 등이다.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일단 그 용어나 개념에서부터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럴때 똑같은 내용을 쉽게 풀어 쓴 개설서나 입문서 같은 것 또는 그것을 만화 등으로 내놓은 책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느껴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분야의 전문가나 학자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정도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문화인으로서의 교양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문화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쉽게 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임하의 이 책,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현대사를 권한다! 패션에 관심 많은 고3 딸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쉽게 쉽게, 이야기 하듯 풀어 쓴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오탈자 하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교정 역시 칭찬할 만하다.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

이임하 지음, 철수와영희(2014)


태그:#이임하, #한국현대사, #문화로 읽는, #10대와 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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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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