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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내외 흑두루미 전문가들이 순천만을 탐방한 가운데 중국 구오유민 교수(북경산림대)가 논두렁에 서 있는 흑두루미를 관찰하고 있는 모습
▲ 흑두루미는 어디에? 26일 국내외 흑두루미 전문가들이 순천만을 탐방한 가운데 중국 구오유민 교수(북경산림대)가 논두렁에 서 있는 흑두루미를 관찰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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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Beautiful)."

통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알아들은 단어다. 영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와 일본어, 중국어로도 '아름답다'는 단어가 통역사의 입을 통해 전달됐다. 언어와 국적은 다르나 모두 '순천만 생태공원'을 접한 느낌은 한 단어로 압축됐다. 그것은 '아름답다'였다.

지난 26일, 전남 순천시에서 열리는 '순천만 흑두루미 국제 심포지엄'을 하루 앞두고 한국과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국내외 흑두루미 전문가들이 순천만 생태공원 탐방에 나섰다. 

순천만은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역으로 매년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시베리아에서 3000km를 날아온 흑두루미가 머무는 겨울 철새의 서식지다. 순천시가 '흑두루미의 고장'으로 불리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름답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이 불가능했던 이날 순천만 탐방에 동행했다. 오후 1시 35분, 탐방팀을 실은 버스가 순천만 정원 서문 주차장에 들어섰다.

순천만, 갈대와 새 그리고 갯벌이 공존하는 공원

"순천만 정원은 인공적으로 순천시가 만든 장소고 순천만 생태공원은 자연적으로 조성된 지역이다."

문경철 순천시 자연생태해설사의 순천만 정원과 순천만 생태공원을 구분하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매표소를 지나 순천만 정원의 입구에 들어서자 조감도가 눈에 띈다. 순천만 정원은 23개국 82개의 정원이 면적 111만㎡(약 33만 평) 규모로 조성됐다.

걸음을 옮겨 국제습지센터로 이동하자 실벚나무와 왕버들, 느릅나무가 즐비한 '순천만 WWT 습지'에서 고니와 오리들이 뒤섞여 물 위를 떠다닌다. 하지만 정작 탐방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다. 순간, 일행 중 누군가 다음과 같이 외쳤다.

"오! 홍학(Flamingo)"

'물새 놀이터'에 가득한 홍학이다.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모습이 흡사 음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하다. 정열적인 플라밍고 댄스처럼 일행이 눌러대는 디지털사진기의 '찰칵' 소리가 재빨라진다.

순천만정원 물새놀이터의 홍학모습.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음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 음표? 순천만정원 물새놀이터의 홍학모습.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음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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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에 빼앗긴 시간은 순천만 정원과 순천만 생태공원을 잇는 무인궤도 차량으로 되찾았다. 4.6km의 길이를 단숨에 내달린 '스카이 큐브'는 순천만 문학관 인근까지 일행을 실어 날랐다.

내리쬐는 볕은 더욱 풍부해졌다. 평소 사진기에 설정된 ISO 감도를 이미 한 차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최저감도인 'ISO 100'까지 설정을 변경해야 했다. 문경철 해설사가 말했다.

"오늘 같은 날씨면 용산 전망대에서 순천만 일몰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걸음이 가볍다. 발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동천'을 따라 조성된 갈대밭을 내달리 듯 걷는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갈대끼리 스치는 소리가 굉음을 만든다. 귓가에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스르륵' 소리가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오후 3시 5분경, 마침내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도착했다. 개천을 따라 늘어선 갈대밭이 '해룡천'과 바닷물을 만나면서 5.4㎢(160만 평)의 갈대숲을 이룬다. 햇볕의 방향에 따라 갈색빛으로 출렁이던 갈대가 바람결을 따라 은빛으로 탈바꿈한다.

유람선에 올랐다. '동천'에 부리를 집어넣고 갈지자로 물속을 휘젓고 다니는 노란부리저어새가 바삐 움직인다. 인근에는 왜가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 반대편 갯벌에는 청둥오리 두 마리가 돌덩이 위에서 다정한 포즈로 앉아 있다. 그 순간, 뱃소리에 놀란 오리 떼가 '푸다닥' 소리를 내며 하늘로 날아올라 군무를 펼친다. 모두 22.6㎢(690만 평)의 갯벌에서 목격한 모습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순천만'을 검색하자 다음과 같은 수식어가 나타났다.

세계 5대 연안 습지
2003년 습지보호지역
2006년 람사르 협약 등록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 지정

논두렁서 흑두루미 307마리 확인... 순천만은 경이로운 지역

망원경으로 보이는 흑두리미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한 모습. 이러한 촬영방법을 '디지스코핑'이라고 한다.
▲ 망원경 속 흑두루미 망원경으로 보이는 흑두리미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한 모습. 이러한 촬영방법을 '디지스코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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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리자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용산 전망대에 오른다면, 순천만의 일몰이 장관을 이룰 듯하다. 하지만 일행은 이구동성으로 "흑두루미를 보러가자"며 일정변경을 요구했다.

곧바로 논둑길을 따라 걸었다. 괴성에 가까운 소리가 어스름한 평야의 적막을 깬다. "흑두루미다"라고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의장이 말했다. 모두가 품고 있던 쌍안경을 꺼냈다. 중국에서 온 궈위민 박사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가져온 제법 큰 망원경을 설치한다. 곧이어 '째깍째깍'하며 한 손에 든 기계장치 눌러댄다.

307

망원경에서 눈을 때며, 궈위민 박사가 내민 기계장치에 적힌 숫자다. 논두렁에서 괴성을 질러대는 흑두루미의 수이기도 하다.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디지스코핑'(디지털카메라+스코프의 줄임말, 디지털카메라와 망원경을 이용한 촬영기법)을 시도했다. 순천만의 흑두루미가 스마트폰에 저장됐다.

"지금이라도 전망대에 가면 순천만의 일몰을 볼 수 있다"는 문경철 해설사의 말에 일행은 "여기서 흑두루미를 계속 보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순천만 천문대'로 자리를 옮긴 이유다. 결국 오후 6시, 모든 일정이 끝날 때가지 일행은 '흑두루미'를 관찰하는 데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

26일 순천시 흑두루미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관계자들이 만찬을 열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바랐다.
▲ 흑두루미 위해 모인 사람들 26일 순천시 흑두루미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관계자들이 만찬을 열고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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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천문대에는 다음과 같은 숫자가 기록되어 있었다.

흑두루미 683마리(천연기념물 22호)
재두루미 3마리(천연기념물 203호)
검은목두루미 1마리(천연기념물 451호)
큰고니 17마리(천연기념물 201호)
노랑부리저어새 46마리(천연기념물 205호)
오리류 5000마리
기러기류 142마리

러시아의 대표적인 흑두루미 번식지인 아무르주 무라비오카 공원의 세르게이 스미렌스키 의장이 뒤풀이 현장에 말했다.

"순천만은 경이적인 지역이다. 새가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누리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흑두루미, #순천만, #순천만 흑두루미 국제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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