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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는 말광량이다. 조금씩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돌이 엊그제 같은데 훌쩍 자랐다.
▲ 사탕을 입에 물고 콩이는 말광량이다. 조금씩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돌이 엊그제 같은데 훌쩍 자랐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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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렇게 하면 어때요?"
"..."
"제 생각인데요."
"..."
"한글 3줄 쓰고 TV 보고, 또 3줄 쓰고..."
"..."

TV보자고 협상하는 아이

콩이가 TV를 보고 싶은 모양이다. 귓속말로 조건을 제시한다. 협상하자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숙제를 할 테니 뽀로로, 타요 등 만화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제게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어요."

손녀 콩이는 여섯 살(63개월)이다. 이제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려 한다. 반항 같기도 하고, 자신의 주관이 투철한 것 같기도 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애절한 말투... TV를 보고 싶거나 놀이터에 놀러 가고 싶을 때는 어김없이 쓰는 수법이다.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때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조건부 협상에 들어간다. 나에게만 하는 줄 알았더니 엄마, 아빠에게도 쓰는 수법이다. 밥을 먹을 때나 유치원에 갈 때도  마트에 가자 거나 TV를 보여 달라는 조건이 붙는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지만 TV나 스마트폰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 시대를 거스르는 구식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한번 시선이 꽂히면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습관이 아니라 중독이다. 중독은 아편, 흡연, 알코올처럼 자신의 의지로 제어할 길이 없다.

어른인 나 자신도 그렇다. TV를  틀어놓고 별 내용이 없는데도 끄지를 못한다. 스마트폰으로 SNS도 하고, 뉴스를 보고, 음악도 듣는다. 조금 지나친 것 같아 주 1회 스마트폰 안 보는 날을 정했다. 아예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했다. 조금 답답했지만 생활에 큰 불편은 없었다.

요즈음 초등학생 중 일부는 '랜덤 채팅'을 한다고 한다. 자신의 나체 사진이나 음란물을 SNS에 올린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문제가 커지자 자살까지 하는 사건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랜덤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초등학생을 협박해 알몸 사진을 전송 받은 1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순수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램이다. 초등학생들이 랜덤채팅이라니 걱정이다. 철모르는아이들이다.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 콩이와 친구 순수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램이다. 초등학생들이 랜덤채팅이라니 걱정이다. 철모르는아이들이다.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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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비밀이에요."

콩이와 비밀 약속을 했다. TV 보는 것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통 때면 콩이는 '할머니 보고 싶어요. 빨리 오세요'라고 할머니를 기다린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할머니 오지 말라고 눈물을 글썽인다. 아내도 서운한 눈치다. 거짓말을 가르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4000만 시대, 최근 사람 간 대화보다 스마트 폰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드라마 시청, 스마트폰 쇼핑 등 스마트폰 하나로 많은 것이 편리해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부작용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TV부터 보여 주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콩이가 보채도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른인 내가  스마트폰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콩이도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단호하게 거절하자 눈물, 콧물, 범벅으로 서럽게 울더니 잠이 들었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할아버지만 보면 눈물이 나요."

콩이가 몇 겹으로 접어서 준 편지다.

'할아버지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괜히 시큰해진다.
▲ 콩이의 편지 '할아버지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괜히 시큰해진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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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콩이,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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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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