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1일 오후 6시경 여수시 공화동 소재 샹보르호텔 뒤편 컨테이너 창고에서 난 불을 소방서에서 진압한 모습.
 21일 오후 6시경 여수시 공화동 소재 샹보르호텔 뒤편 컨테이너 창고에서 난 불을 소방서에서 진압한 모습.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담양펜션 화재가 발생한 지 일 주일이 채 안된 가운데 전남 여수에서 용감한 고교생의 기지로 큰불을 막은 사실이 드러나 가슴을 뭉클케 하고 있다.

불길이 솟은 건 지난 21일 오후 6시경. 여수시 공화동 소재 샹보르호텔 뒤편 컨테이너 창고였다. 창고에는 인화성 물품인 포장재가 가득 쌓여 있었고 창고 뒤에는 밀집된 주변 식당가의 가스통이 늘어져 있어 자칫하면 대형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소식은 우연히 샹보르호텔 주변 식당가에서 식사를 하던 <여수넷통> 오문수 기자에 의해 알려졌다.(관련기사: 리더십 훈련 왔다 큰불 막은 고등학생들)

평상시 가진 '재난대응안전훈련' 큰 도움돼

안솔자인 마이스터고 학생인권부장 양종복 교사는 “학생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내일처럼 직접 나설 줄 몰랐는데 화재를 초기 진압할 수 있게 선뜻 나선 제자들이 장하다"면서 활짝 웃고있다.
 안솔자인 마이스터고 학생인권부장 양종복 교사는 “학생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내일처럼 직접 나설 줄 몰랐는데 화재를 초기 진압할 수 있게 선뜻 나선 제자들이 장하다"면서 활짝 웃고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불을 처음 발견한 건 여수를 찾은 자동차기계분야 마이스터고인 평택기계공고(교장 구자홍) 학생들이었다. 이날은 리더십 훈련차 학생자치회 간부와 기숙사자치회 간부 34명이 여수에서 1박을 보내는 첫날이었다. 마이스터고 2학년 5반 양석준군은 1층에서 밥을 먹고 3층 숙소로 올라가다 불길이 솟은 광경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로 "불이야"를 외치고 함께 식사를 마친 자치회 간부 6명과 함께 망설임 없이 불이난 곳으로 달려갔다.

불길은 컨테이너 내부 창고 안쪽에서 솟아올랐고 주변으로 불이 번진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119 신고 후 틈 사이로 물을 뿌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즉시 호텔로 달려가 각 층마다 있는 소화기 7개를 챙겨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후 각자 소화기를 들고 화점을 향해 분사했다. 하지만 이번엔 소화기가 말썽이었다. 양준석군은 "소화기 7개를 썼지만 3개는 불량이었고 실질적으로 4개만 분사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화기 약제충전이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용감한 학생들의 행동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식당가 주변에 주차된 차주들에게 일일이 10여 통의 전화를 돌렸다. 이후 소방차가 도착했고 불길이 완전 진압되기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됐다. 학생들의 재치 있는 기개가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을 막은 것이다.

인솔자인 마이스터고 학생인권부장 양종복 교사는 "학생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일처럼 직접 나설 줄 몰랐는데 화재를 초기 진압할 수 있게 선뜻 나선 제자들이 장하다"고 밝혔다. 양 교사는 "세월호 참사후 경기교육청에서 계속 강조해 매달 학교에서 가진 '재난대응안전훈련'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라며 제자들의 행동을 칭찬했다.

소화기 7개중 3개불량...피해액 사고원인 조사중

화재를 보고 용감하게 초기진압에 나선 학생과 교사의 모습. 좌측 아래부터 양종복 선생님과 학생자치회 간부인 양준석(2/5반), 김규환(2/4반), 염수민(1/4반), 김현(1/4반), 민경빈(1/3반), 이강하(1/3반)학생의 모습.
▲ 용감한 학생들 화재를 보고 용감하게 초기진압에 나선 학생과 교사의 모습. 좌측 아래부터 양종복 선생님과 학생자치회 간부인 양준석(2/5반), 김규환(2/4반), 염수민(1/4반), 김현(1/4반), 민경빈(1/3반), 이강하(1/3반)학생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앞서 <여수넷통>보도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피해액은 225만 원 정도이며,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날이 밝으면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수소방서 상황실 근무자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피해액을 묻는 질문에 "원인이나 피해액은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만약 초기진압이 늦었더라면 큰 피해가 날 뻔했다. 화재를 보고 용감하게 몸을 던진 학생은 6명이다. 학생자치회 간부인 이들은 양준석(2-5반), 김규환(2-4반), 염수민(1-4반), 김현(1-4반), 민경빈(1-3반), 이강하(1-3반)학생. 아래는 이들과 나눈 인터뷰다.

- 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훈련만 하다 처음 불을 접해 보니 당황했다."

- 맨 먼저 취한 조치는?
"밖에 불이 번진 곳 안쪽에는 문이 잠겨 있었다. 불이 붙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문을 부수려 했지만 실패했다. 문틈 사이로 물을 뿌렸는데 효과를 못 봐 객실로 뛰어가 소화기 7개를 썼지만 3개는 불량이었다. 실질적으로 4개만 되더라. 소화기가 안 돼 황당했다. 이후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골목에 주차된 차주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 불을 보고 무섭지 않았나?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어 걱정이 됐다. 지금 생각하니 만약 옆의 가스통이 불길이 번지지 않을까 하는 겁도 든다. 우리가 겁없이 뛰어든것 같다."

-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세월호 사고후 평소 학교에서 한 훈련이 도움이 많이 됐다. 여수에서 생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이스트고 평택공고, #화재, #용감한 학생들, #재난대응안전훈련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