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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A군은 학교에서 늘 급식을 꼴찌로 먹는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바로 성적순으로 배식을 받기 때문이다. 시험성적이 바뀌면 그때마다 순서도 바뀐다. 성적이 하위권인 A군은 1년 내내 거의 꼴찌로 급식을 먹고 있다.

먼 동네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대구 칠곡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난 30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구 칠곡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한 학급에서는 실제로 정기 시험 성적순으로 급식을 나눠줬다. 밥 먹을 때마다 자신의 성적이 드러나도록 줄을 서서 식사를 하게 한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초등학생에게 성적순으로 급식을 하다니 이건 너무하다"며 "아이들이 밥 먹을 때마다 얼마나 눈치를 보겠나"고 분개했다. 그는 "당장 시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배치고사 결과 교문에 부착하기도... 경쟁 교육 심각

이번 발표는 '경쟁 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 전국 순회 설명회'를 통해 모아진 제보 내용을 토대로 이뤄졌다. 1차로 남부 지역 학교들이 대상이다. 남부권에서도 대구와 광주, 울산의 상황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을 살펴보면 성적우수자를 위한 기숙사운영은 거의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인권위에서도 금지한 명문대 합격 현수막도 여전히 극성이다. 학교 독서실의 좌석 배치를 성적순으로 하는 학교도 있다. 대구의 경우 수성구로 위장전입을 통한 입학이 만연했다. 배치고사 결과를 교문 입구에 공개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모든 사례들이 순회 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이나 학교 관계자들이 직접 제보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남부권 지역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 모습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남부권 지역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 모습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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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실태를 관리 책임져야할 교육청의 조치는 유명무실했다. 광주의 어느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성적순으로 운영하는 '심화반'을 금지하자 이름만 '수능대박반'으로 바꿔서 운영했다. 교육청에서 금지하고 있음에도 휴일 등교를 하는 학교도 비일비재했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금까지의 제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후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 시정 조치할 사항들과 교육청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할 영역으로 나누어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남부지역에 이어 중부지역과 서울지역에서도 이어서 진행 후 현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인터넷 언론 <강북인터넷뉴스>(www.k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교 줄세우기 실태, #경쟁교육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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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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