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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위치한 고암 이응노 미술관 입구.
▲ 이응노 미술관 전경 대전에 위치한 고암 이응노 미술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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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미술관 내부 전시장의 풍경. 이응노 화백의 군상과 피에르 술라주의 작품이 보인다.
▲ 이응노 미술관 내부 전경 이응노 미술관 내부 전시장의 풍경. 이응노 화백의 군상과 피에르 술라주의 작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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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서늘한 바람과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나무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밖으로 이끈다. 산책하기 좋은 가을날은 문화생활을 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가을의정취를 캔버스에서도 느껴보고 싶다면 가을의 낙엽을 닮은 추상미술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전 이응노 미술관은 오는 10월 7일부터 2015년 2월 1일까지 고암 이응노 탄생 110주년과 파리동양미술학교 설립 50주년을 기념하여 <파리 앵포르멜 미술을 만나다: 이응노,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주, 자오우키>전을 선보인다. 

앵포르멜(informal)이란 '형태가 없는', '비정형'의 뜻을 가진 미술 용어로, 추상미술의 한 갈래를 지칭한다. 앵포르멜 미술, 즉 추상회화는 1960년대 유럽 화단을 중심으로 발전한 양식이며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고 화가의 행위를 강조한 화풍이 특징이다.

이러한 형식의추상미술이 대두하게 된 배경에는 세계대전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서구 합리주의에 대한 회의감과 허무가 자리잡고 있다. 유럽 화단은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예술로 타파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개인의 내면과 주관, 자유를 비정형적 색면 추상의 형태로 되찾고자 했던 것이고, 그중심에 앵포르멜 미술이 있었던 것이다.

고암 이응노는 1960년대 파리에 거주하며 이러한 앵포르멜 미술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현대미술의거장이다. 이응노와 함께 한스 아르퉁, 피에르술라주, 자오우키는 모두 앵포르멜 미술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체화하여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특히 아르퉁과 술라주, 그리고 자오우키는 1964년 이응노가 엘리셰프 세르누쉬 미술관장과 함께 세르누쉬 미술관 내에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할당시 적극적인후원자로 활동하였고, 술라주와 자오우키는 1967년이응노가 동백림 사건에 휘말렸을 때 유럽의 여러 지식인들과 함께 그의 구명서를 작성하는 등, 이응노 화백의 예술적, 정치적 후원자였다.

시대의 아픔을겪은  화가들, 추상회화에서 길을 찾다

이응노의 1970년 작품으로, 종이라는 특수한 재료를 통한 콜라쥬 기법과 문자추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다.
▲ 이응노, <구성> 이응노의 1970년 작품으로, 종이라는 특수한 재료를 통한 콜라쥬 기법과 문자추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다.
ⓒ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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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번 전시 출품작인 이응노의 1970년작 <구성composition>은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가소장 중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이응노의 콜라쥬 작품이다. 재료에 대한 실험정신에서 비롯된 한지,종이 등을 이용한콜라쥬작업은 이응노의 독자적인 '문자 추상'과 결합되면서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했다.

정치적 격동기를 살아냈던 이응노 화백은 정치 사건에 휘말려 오랜 수감 생활을 하는 등 많은 시대적 고통을 짊어져야만 했고, 그 아픔과 내면세계를 추상미술을 통해 주관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응노 미술관을 위에서 내려다 본 전경이 이작품의 형태와 흡사하게 건축되었다는 점도 눈 여겨볼 만한 특징이다.

번개와 천둥과 같은 순간적인 에너지의 분출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 한스 아르퉁,  번개와 천둥과 같은 순간적인 에너지의 분출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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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인 한스 아르퉁은 2차 대전 중 외인부대에 입대하여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되고, 전쟁이종료되는 1945년에 프랑스로 귀화하여 회화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그림에서 알수 있듯 아르퉁의 추상은 기하학적인 추상이 아니라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추상의 형태이다. 어릴적부터번개와 천둥 등 순간적인 에너지 분출에 관심이 있던 그는 선과 색면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전쟁의 경험을 표현한다.

어두운 색감을 주조로 역동적인 추상양식을 강조한 작품이다.
▲ 피에르 술라주, <무제> 어두운 색감을 주조로 역동적인 추상양식을 강조한 작품이다.
ⓒ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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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술라주는 2차대전에 징집되었던 경험 때문에 나치의 프랑스 점령 기간 중에는 작품활동을 중지하지만, 전쟁 이후 1946년 파리에 정착하여 본격적으로추상회화에 몰두한다.

술라주는 "그림이단순해질수록 회화의 표현은 강렬해진다."고 믿었다. <무제>는 검은색을 필두로 한 어두운 색감이 역동적인 화면을만들어 낸 독특한 작품이다. 술라주는 현재 프랑스 현대 추상미술의 대가로 손꼽히고 있으며, 2009년 퐁피두 센터 개관 이래 생존 작가 최초로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하게 하는 기법과 파리 앵포르멜의 서정적 추상이 맞물려 탄생한 독특한 작품이다.
▲ 자오우키, <20-03-1984>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하게 하는 기법과 파리 앵포르멜의 서정적 추상이 맞물려 탄생한 독특한 작품이다.
ⓒ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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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우키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할아버지로부터서예와 수묵을 배우며 자랐고, 항저우미술학교를 다니며 서양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8년 프랑스 파리로 간 자오우키는 당시 파리 화단을 휩쓸고 있던 앵포르멜 미술을 목격하고, 1957년 뉴욕을 여행하며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도 접하게 된다.

파울클레의 작품에서 추상의 방법을 배웠다는 자오우키는 1960년대부터 대형 캔버스 안에 마치 마그마가움직이는 것처럼 강렬한 색채로 공간감을 부여한다. <1984>는 동양의 수묵화를연상케 하는 색 선택과 구도에 프랑스앵포르멜의 서정적 색면추상이 결합된 독자적 화풍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본 전시는 동서양의 경계를 뛰어넘어추상미술의 화풍을 공유하고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던 이 네 화가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했다. 특히 이 네화가는 그들이 살고 있던 시대상의 부조리함과 전쟁의 상처를 추상미술을 통해 극복하려 했던 특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관람객들은 본 전시를 통해 그들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관람 팁.

실루엣 인터렉션을 통한 관람객과 <군상>의 만남
▲ 군상과 멀티미디어의 만남 실루엣 인터렉션을 통한 관람객과 <군상>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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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미술관 내부에는 이응노의 <군상>작품을 활용한 '실루엣 인터렉션'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관람객이 원 안에 들어가 포즈를 취하면 화면에 관람객의 포즈를 취한 군상이 나타나고, 그 군상들이 모여 이응노의 <군상> 작품이 재탄생된다.


태그:#이응노미술관, #앵포르멜 미술, #실루엣 인터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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