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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3가에 볼일이 있어 거리를 지나가는데 구두 수선소가 마침 눈에 띄었다. 내가 신고 다닌 구두의 뒤창이 약간 달았기 때문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어 구두 수선을 위해 들어갔다. 내가 신은 신발은 약 2년 전에 프랑스에 여행 갔을 때 둘째 아들이 사준 프랑스산 고급 구두라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 신고 다녔다.

당시 둘째 아들은 프랑스 주재원으로 나가 있을 때여서 여행 삼아서 아내와 같이 아들을 만날 겸 여행하게 된 것이다. 그곳에 있는 백화점에 갔는데 아들이 구두를 보더니 가르치면서 "이것이 맘에 드십니까? 라고 물었다. 직접 내가 만져보고 또 신어 보았더니 발도 편하고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재질도 좋게 보였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이 끝나자마자 얼른 "내 맘에 아주 든다"고 했더니 구두 한 켤레를 아들이 바로 사 주었다. 그런 후에 아내에게는 등산화를 한 켤레 사 주었다. 그런데 벌써 그때 선물 받아 가져와서 신은 구두의 뒤창이 약간 닳아 보기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찰나 종로3가에 가서 우연히 A 구두 수선소를 발견하게 돼 의뢰를 한 것이다. 고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실례이지만. 아저씨를 바라보니 오랫동안 이 일을 해 온 것 같은데 구두 수선한 지 몇 년이나 되셨나요?"
"이렇게 구두 수선한 지가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네요."
"이 일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특별한 동기라고 할 것은 없지만 우선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가방끈은 짧고 밑천도 없다 보니 구두통 하나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구두 약칠해주고 돈을 받아 끼니를 이어 가고 살아왔답니다. 이러다 보니 평생 구두가 인연이 돼 이렇게 수선공으로 변신하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고충이 많았으리라 생각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별 고충사항은 없었지만, 애로사항이라면 이렇게 도로 가에서 일을 하다 보니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통행인들이 보시는 바와 같이 길을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한가롭게 앉아서 길을 안내하는 사람도 아닌데 바쁘게 일하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이 넘는 답니다."

나와 이야기 한 사이에도 벌써 길을 묻는 사람들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바쁜 중에도 수선공 아저씨는 친절하게 답변해 준 모습도 보았다. 그런 가운데 어떤 젊은 통행인이 구두 수선공 아저씨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아저씨 00 은행이 이 근처에 어디에 있습니까?."
"앞으로 곧장 가면 사거리가 나오며 바로 우측 편에 있습니다"
"여기서 거리가 얼마나 멉니까?"
"앞으로 곧장 가면 사거리에 있다고 했지 않습니까? 멀다면 안 갈 겁니까?"

그 후 수선공 아저씨는 내게 말했다. 지금도 손님이 보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답니다. 나름대로 친절히 가르쳐주어도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심지어는 거리가 몇 미터나 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바쁜 내가 나가서 줄자를 가져가서 재어보고 올까요?"라고 하면 아무 말도 못하고 간 사람도 있다며 유머 섞인 말도 하였다.

심지어 어떤 이는 여기에 와서 구두 수선도 하지 않고 이곳에서 고쳤다고 떼를 쓰는 사람도 있어 간혹 언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구두만 고친 사람이 어떻게 내가 수리했던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느냐고 말하면서 별별 사람이 다 모여드는 곳이 서울 종로3가 바닥인 것 같다고 푸념을 털어놓았다. 

구두 수선공이 내 구두를 수리하는 시간은 무려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 때 정성껏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만족했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정성을 다해 수리를 했기 때문에 내 구두가 마치 새것처럼 보이도록 하여 너무나 흡족했다. 그래서 처음 약속한 수리비에다가 더 보태서 사례비까지 팁으로 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사람위에 사람 없다'는 인권표어가 생각난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구두수선공 아저씨를 찾아가서 격려의 인사를 하고 올 계획이다. 비록 남의 밑바닥 신발인 구두를 닦아주고 수선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으며 다른 수선공들도 본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구두수선공 아저씨에게 "힘내시오!"라며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시니어리포터 유사내용



태그:#구두수선공 , #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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