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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가을 길은 고운길~"

아파트 곳곳 나무들이 서 있는 곳을 지날 때마다 이 노래가 절로 나오는 가을입니다. 해지기 전, 잠시 동네 공원에 산책 나간 길에서 곱게 물든 나뭇잎을 주워 모으는 아이들을 보며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뒤따라 걷습니다. 앞서 걷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합니다.    

낙엽을 정말 좋아하는 큰녀석입니다
▲ 단풍 속의 아이 낙엽을 정말 좋아하는 큰녀석입니다
ⓒ 김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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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다은이 알지? 우리 반에서 발표 제일 잘하고 씩씩한 친구 다은이 말야."
"응, 왜?"
"다은이는 꿈이 뭔지 알아?"

불가사리 모양의 단풍잎을 주워 이리저리 살피던 동생의 질문에 큰 녀석은 "선생님?"하고 대답합니다. 순간 "땡~" 소리가 나고, 또다시 "경찰?"이냐는 질문에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은지 다은이의 꿈을 알려줍니다.

"낙엽 쓰는 아저씨 같은 사람, 다은이는 빗자루질 하는 게 좋대."

뒤따르던 엄마는 궁금해져서 오늘 유치원에서 꿈에 대해서 얘기했냐고 묻습니다. 그랬더니 둘째 녀석은 "아니, 그냥 놀이하다가 얘기한 거야"라고 대답합니다. 낙엽을 좋아하는 큰 녀석은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지"라며 기발한 꿈을 이야기한 동생의 유치원 친구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지금까지 보통의 아이 중 구체적으로 '낙엽을 쓸어모으는 사람'이 꿈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를 본 적 없는 엄마는 조금 놀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한 이유가 뭘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꿈을 가진 이유는 정말 정직하고 건강했습니다. '빗자루질 하는 게 좋으니까...'

의사선생님은 진료중
▲ 내 꿈은 의사 의사선생님은 진료중
ⓒ 김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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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활동적이고 몸 놀이를 좋아하던 둘째는 어디서 뛰어내리기도 해서 다치기도 많이 다쳐 병원 응급실을 여러 번 갔습니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어린이집 생활을 해서인지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콧물 감기, 목 감기, 기침 감기 등 다양하게 감기를 걸려 병원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녀석의 꿈은 조금 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고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소아과 의사. 그리고 녀석은 꿈이 화가, 피아노 선생님, 선생님, 간호사로 계속 바뀌는 사이에도 한편으로는 '꿈이란 바뀌면 이룰 수 없어, 바꾸면 안돼'하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 꿈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고, 또 꿈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엄마는 잘 압니다. 그리고 꿈은 엄마가 생각하기에 '되면 좋겠다'싶은 꿈을 아이에게 가지도록 살살 건드려 방향을 바꾸려 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수다 속에서 엄마는 많은 것을 배우고, 다시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이 '낙엽 쓰는 아저씨'처럼 되고 싶은 그 친구처럼 그 일을 하는 게 좋아서, 그 일을 매일매일 하면 정말 즐거울 것 같아서, 그 꿈을 꿈을 갖고 키워나가듯이 말입니다.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엄마는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낙엽 쓰는 사람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 건강하고 힘도 세고 고운 마음을 가져야 하거든. 그렇게 되도록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거야. 알았지?" 하고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의 순수하고 건강한 꿈을 보면서 엄마도 마음을 고쳐봅니다. 그래, 네가 좋아하는걸 하는 사람이 되는거야~!



태그:#낙엽, #아이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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