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2012년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유권자 초청 공개 강연 '대한민국을 감동케 하라'에서 일구이무(一球二無)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이 여전히 공석이다. 김성근도, 내부 인사도 아닌 제3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야신'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2012년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강연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시즌 종료 이후 일주일이 다 되가도록 신임 감독 발표를 미루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마무리 훈련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는 셈이다. 훈련을 앞두고 감독이 일주일이나 공석인 경우는 흔치 않다.

한화 구단은 "우리도 알 수 없다"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이유가 뭘까. 이전 사례를 감안하면 추측이 된다. 구단과 그룹이 엇박자를 내거나, 또는 여론 추이를 살펴보거나 생각지도 못한 인사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일 수 있다. 알 수 없는 한화의 행보 그 이유를 분석해 봤다.

회장님 의중은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

한화 구단이 구단주에 보낸 후보 리스트에는 이정훈 2군 감독, 한용덕 단장특별보좌역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구단에서 내부 승격을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만약 구단의 제안대로 모기업 그룹에서 내부 인사를 낙점했다면 감독 발표가 지연될 이유는 전혀 없다. 최근 육성총괄 김용희를 택한 SK 와이번스의 사례를 보자. 내부 승격을 하면서 감독 발표를 미룬 사례는 흔치 않다. 팀을 이끌 감독이 늦게 오면 올수록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준비에 실패한 한화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외부 인사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한화는 2년 전에도 신임 감독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김응용 카드를 꺼냈다. 김응용 영입은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선택으로 알려졌다. 김응용 카드가 실패한 지금, 그룹에서는 팀 체질 개선을 위해서 김성근 카드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 구단에서 김성근 전 감독을 후보 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면 이를 조정하기 위한 시간이 걸린다. 더욱이 결정권자인 김 회장은 지난 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아직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룹에서 김 전 감독 영입을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구단에서는 당사자와 세부 사항 조율까지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어렵다.

'모두가 김성근만 본다' 여론 부담으로 결정 미루나

김성근 전 감독의 프로 무대 복귀는 초미의 관심사다. '제10대 한화 감독! 김성근 감독이어야 합니다!'라는 이름의 다음 아고라 청원에는 24일 오후 현재 8300명이 서명했다. 또 유튜브에는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 청원 영상입니다'는 제목의 동영상이 23일 게시됐는데 1만 뷰(24일 오후 기준)를 넘었다. 해당 동영상에는 한화 팬들이 김 전 감독 영입을 바라는 마음이 영상 편지를 통해 드러난다. 마지막 화면에는 김 전 감독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합성사진이 등장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24일 오전에는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팬까지 나타났다.

스포츠 감독 영입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은 전례가 없다. 한화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대단히 부담스럽다. 여기에는 그룹 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팬들의 특별한 바람이 숨겨져 있다. 한화 이글스는 2014년까지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반면 이번 시즌 대전구장 관중은 24% 늘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한화팬들은 이제 구단이 김 전 감독 영입을 통해 팬들의 사랑에 대한 의리를 지켜달라고 말한다. 한화그룹의 사훈은 얼마 전까지 '신용과 의리'였다고 한다. 만약 김성근이 아닌 다른 감독을 택할 경우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은?

2년 전, 김응용 감독이 선임될 때 한화는 발표를 예정보다 많이 늦췄다.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이 등장할 때는 언제나 검토·협상·보고 등이 반복되며 확정 발표까지 시간이 걸린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여론 부담을 덜고자 김성근도 내부 인사도 아닌 제3의 인물을 선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제3의 인물이 등장한다면 그 대안으로 언급되는 인사가 김재박 KBO 경기위원이다. 현대 유니콘스를 4차례 우승으로 이끌었으나 LG 트윈스에서는 2007년 5위, 2008년 8위, 2009년 7위에 그치며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김성근 전 감독을 제외한 야인 중에 김 위원 정도의 이력은 흔치 않다. 그가 물밑에서 대안으로 계속 언급되는 이유이다.

참고로 김 위원은 김 전 감독과 악연으로 얽혀 있다. 지난 1997~1998년 김 위원이 현대를 맡고 김 전 감독이 쌍방울을 이끌던 시절, 두 감독은 마운드 높이, 빈볼 시비, 당시 신인타자 박재홍의 타격자세 등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한화는 팬들의 요구를 물리치고 김 전 감독과 대척점에 서 있는 김 위원을 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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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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