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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만이 문맹율을 낮추고 인간 스스로 권리를 찾고 누릴 수 있게 돕습니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의) 샤카족 후예 '차크마인(줌머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에게는 학교가 필요합니다."

차크마족 등 줌머 난민과 소수민족을 위한 인도 주재 교육기관 '스네하(SNEHA)'의 수잔터 차크마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장충동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수잔터는 참여불교재가연대의 '줌머 활동가 초대, 국제연대를 위한 간담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기본권 보장 못 받는 소수민족을 위한 학교

수잔터 차크마 스네하 대표
 수잔터 차크마 스네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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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머인은 차크마 등 11개 소수민족 70만 명을 통칭한 것이다. 줌머인 가운데서도 차크마들은 불교를 믿고 고유의 언어를 갖고 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시절까지 자치권을 행사했지만 1947년 인도 해방과 파키스탄 분리 독립, 1971년 동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줌머족 자치권은 훼손됐다.

줌머인들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소수민족으로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난민도 되지 못하는 신분이다. 이들은 박해와 학살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줌머인들은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수렵과 채취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이 캐온 나물조차 팔지 못하게 막고 있다. 국내에는 정치적 박해와 경제적 어려움 등을 피해 입국한 100여 명의 줌머인이 재한줌머인연대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스네하는 줌머인을 위해 수잔터 대표가 지난 2002년 인도의 저명한 사회활동가들과 함께 설립한 비영리단체이다. 줌머어로 '자비'를 뜻하는 이 단체는 차크마인 등 소수민족의 교육을 통한 사회적응성 강화를 목표로 세워졌다.

인도국가 재단, 샴다사니 재단, 호주의 개발건강이해를 위한 자비단체(BODHI)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12년 동안 접경지대인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등에 3개의 학교를 세웠다. 학생 1200명을 교육했으며 이 가운데 70여 명은 대학 진학도 했다.

수잔터는 줌머인으로서는 운 좋게 학교 교육을 받았다. 1991년 델리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친구들과 시민권 등 줌머인의 사회권을 요구하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1994년 주정부로부터 차크마족이 거주하는 지역의 모든 학교가 폐쇄되자 친구들과 차크마족 어린이 교육에 나섰다. 그와 친구들이 교육하는 대상은 고작 100여 명이었다. 수잔터는 수천 명의 차크마족을 가르치지 않고서는 시민권을 되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스네하를 설립한 까닭이다.

수잔터 차크마 스네하 대표는 "교육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할 수 있다"며 시민도 난민도 아닌 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줌머인들의 교육을 돕고 있다.
 수잔터 차크마 스네하 대표는 "교육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할 수 있다"며 시민도 난민도 아닌 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줌머인들의 교육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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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터는 "차크마족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교육은 필요하다"며 "교육만이 사회 속에서 연속적·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힘"이라고 했다.

이어 "문맹율이 100%에 육박한 차크마족의 경우에는 교육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다"며 "교육을 받아야만 자기의 권리를 찾고 누릴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빼앗긴 권리 되찾기 위해서는 교육이 절실하다

인도 동북부 지역과 방글라데시 치타공산악지대. 가운데 빨간점이 스네하가 새 학교를 세우려는 앗쌈 주 구와나티 시이다.
 인도 동북부 지역과 방글라데시 치타공산악지대. 가운데 빨간점이 스네하가 새 학교를 세우려는 앗쌈 주 구와나티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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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크마인 거주지 가운데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는 차크마인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있지만, 앗쌈 주는 차크마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수잔터는 "차크마인도 앗쌈 주에서는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글조차 읽지 못해 차크마인들이 권리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며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전에 보장된 권리라도 누릴 수 있으려면 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1996년과 2000년 인도 대법원 판결로 학교를 폐쇄했던 아루나찰프라데시 주가 다시 학교를 열었다. 주정부는 교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이때 스네하를 후원하는 인도 안팎의 단체들이 학교를 세우고 운영에 나섰다.

수잔터는 "학교까지 세우며 줌머인에게 관심을 보였던 단체들이 스네하를 돕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스네하의 투명한 재정공개에 믿음을 가졌고 10년 넘게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잔터는 "스네하는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해 운영된다"며 "투명성 신뢰성 지도력에 기반한 스네하의 운영은 그동안 교육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온 원동력이다"며 자부심을 표출했다. 이어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정부가 차크마에 대해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는 시기에도 여러 단체의 지원이 끊이지 않은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스네하가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디윤(Diyun) 시에 세운 학교. 2003년 개교한 후(왼쪽) 2013년 새 건물로 정비했다.
 스네하가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디윤(Diyun) 시에 세운 학교. 2003년 개교한 후(왼쪽) 2013년 새 건물로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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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하는 학생들에게 건강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잔터는 건강교육을 받은 학생 95%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방과 후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오염수로 인한 질병과 말라리아가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스네하는 학생들에게 건강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잔터는 건강교육을 받은 학생 95%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방과 후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오염수로 인한 질병과 말라리아가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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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하는 인도 앗쌈 주 구와하티 시에 학교를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학교는 영어기숙학교 형태로 중·고등과정을 포함한다. 앗쌈주에 학교를 세우려는 것은 이 지역이 인도 동북부 중심지역이기 때문이다.

수잔터는 "앗쌈 주 줌머인의 문맹율이 높다"며 "이들을 가르쳐 문맹율을 낮추고 법적지위를 갖게 하는 것과 별도로 스네하의 새 학교가 소수민족 학교로 인정받을 환경이 다른 지역보다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앗쌈 주는 치타공 산악지대 등 방글라데시 줌머인 거주지와도 가깝다"며 "앗쌈주에 세워질 새 학교는 줌머인 공동체의 중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줌머인 모두가 인도 다른 민족처럼 평등하게 살기를"

수잔터는 "새 학교를 세우려면 인도 정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학교부지 5에이커(6120평)에 기숙사 1에이커(1220평) 등 6에이커(7345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숙하는 아이들의 2년 식대비는 2에이커(2440평)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비용이다"며 "경작지까지 갖고 있다면 학교가 자급자족할 수 있고, 아이들도 농사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에이커(9800평)의 땅을 구입할 5만 달러(한화 5000만 원)가 있다면 줌머인들이 꿈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잔터는 "줌머인들은 법적 보장이 돼 있는 앗쌈 주에서조차도 배우고 익히지 못해 가난하게 살고 있다"며 "줌머인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기 위해서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교육을 통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이어 "스네하의 기존 학교들은 수업료와 후원으로 운영에 지장이 없다"면서 "기존 후원단체들에 새 학교 건립 지원까지 바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잔터는 "스네하를 통한 나의 바람은 줌머인 모두가 인도의 다른 민족처럼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평등하게 사는 것이다"라며 "줌머인들이 탄압과 박해 속에서 새 꿈을 꾸고 이룰 수 있게 용기를 달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격려와 지원을 바란다"며 다시 한 번 후원을 부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불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줌머인, #치타공, #차크마, #인도, #방글라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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