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미운 오리' 신세였던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가 가을이 되자 화려한 '백조'로 다시 태어났다.

LG는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4-2로 제압했다. 파죽의 2연승을 질주한 LG는 1승만 더 거두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LG의 거침없는 질주에서 스나이더의 눈부신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정규리그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퇴출설까지 나돌았던 스나이더를 떠올린다면 최근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활약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스나이더는 성적 부진으로 퇴출당한 조쉬 벨을 대신해 지난 7월 한국 땅을 밟았다. 하위권에서 허덕이며 대반전을 꿈꾸던 LG는 확실한 거포가 절실했고, 고민 끝에 스나이더를 선택했다.

그러나 스나이더의 활약은 실망스러웠다. 타격은 정확도가 떨어져 홈런은커녕 안타조차 때리기 힘들었고, 한국에 온 지 3주도 되지 않아 허벅지 부상까지 당하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고 돌아온 후에도 스나이더는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팀의 유일한 외국인 타자를 내칠 수는 없어 가끔 대타로 출전했다. 장타력이 부족한 LG로서 스나이더는 '계륵'같은 존재였다.

그나마 안정된 외야 수비가 강점으로 꼽힌 스나이더는 결국 정규시즌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0, 4홈런, 17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만약 LG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면 곧바로 퇴출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부진한 활약이었다.

더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NC의 에릭 테임즈는 정규시즌에 타율 0.343, 37홈런, 121타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가장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 꼽혀 스나이더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스나이더, 반전의 비결은 바로 '눈(目)'

하지만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력을 뿜어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NC의 허를 찔렀다. 평소 잘 하지 않던 도루까지 성공하며 NC 내야를 흔들었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양상문 감독의 기대에 보답한 스나이더의 활약은 2차전에도 계속됐다. 1-0으로 앞선 4회 NC 선발 에릭 해커의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고, 이 홈런은 결승점이 되어 LG를 승리로 이끌었다.

스나이더는 1, 2차전 2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8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정규시즌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냈다. 정성훈, 박용택, 이진영 등 노련한 타선에 스나이더의 장타력까지 더해지자 LG 공격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스나이더는 반전 비결로 렌즈를 꼽았다. 코치진의 권유로 시력 검사를 받은 뒤 콘택트렌즈를 교체했고, 그 결과 공이 잘 보이면서 타격이 살아났다. 스나이더는 공식 인터뷰에서 "렌즈를 바꾸자 공을 더 잘 볼 수 있어 마음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스나이더는 "한국 야구가 좋다"며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내년에도 다시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지금처럼만 활약한다면 스나이더의 희망이 이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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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스나이더 LG 트윈스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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