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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울본부 노조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S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고 규탄 및 재발방지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조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S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고 규탄 및 재발방지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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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전 9시 30분]

일부 입주민의 지속적인 모욕과 멸시를 견디다 못해 분신을 시도한 강남 압구정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와 그 가족이 당장 병원 치료비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해당 경비원은 또다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관련기사: "동물에게 던지듯 과일 주기도"...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 

이번 사건의 공동대책위원회와 변호사 등에 따르면, 전신 약 60%에 3도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서 입원 중인 경비원 이아무개(53)씨는 이미 6000장 이상의 피부를 이식했고 앞으로도 수십 차례 피부 재생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갓 취업을 한 큰아들, 마트 캐셔직원으로 일하며 낮은 월급을 받는 아내 등 남은 가족들은 당장 내야 할 치료비를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상태다. 

이씨의 아내 유아무개(49)씨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남편이) 깨어나기만 하면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하루하루 계속 고비가 와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간병을 위해 휴학을 한 둘째 아들도 "아버지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다, 어머니께서도 제대로 잠을 못 주무시는 등 힘들어 하셔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관리자를 원망하는 내용을 유서로 남긴 뒤 분신을 시도한 경비원 이씨는, 약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채 섬망 증상(인지 기능의 저하로 환각, 초조함과 떨림 등이 나타남)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이씨 가족을 직접 만난 공익변호사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이들이 당장 내야 하는 치료비만 1000만 원이 넘고 앞으로 남은 수술에도 억 단위의 돈이 든다"며 "가족들이 당장 10월 안에 치료비를 내지 못하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데, 담당 의사는 그 경우 '(이씨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이런 사연이 담긴 한 트윗은 올린 지 12시간 만에 약 2000회 리트윗되기도 했다.

아파트 측 '자발적 성금' 모아준다더니 소식 없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유서를 남긴 뒤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10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아무개씨(사진, 53)가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유서를 남긴 뒤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10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아무개씨(사진, 53)가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 동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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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건 해결과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이씨 관련 산업재해 신청을 준비 중이지만 치료비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현재까지 모인 돈은 대책위 측이 매일 저녁 해당 아파트 앞 촛불집회를 통해 마련한 성금 약 300만 원이 전부다. 가해자로 알려진 74세 여성 입주민은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변호사는 "아내 분께서 저와 얘기하는 두 시간 반 넘게 계속 우셨다"며 "여기에는 단순히 돈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남편(이씨)이 힘들다는 내색을 했을 때 제대로 감싸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가해자에 대한 원망, 어려운 형편 탓에 혹시 남편을 떠나보내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섞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 아내는 마트 캐셔직원으로 100만 원 가량을 벌며 큰 아들은 최근에야 취업을 했고, 치료비 마련을 위해 살던 집도 얼마 전 부동산에 내놨다. 대책위 측 김선기 국장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에게서 '자발적 성금'을 모으겠다고 했지만 아직 들어온 성금은 없다,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씨의) 가족들만 남아 그의 생명과 치료,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파트 경비원들은 상시적 부당해고 위험, 일부 입주민의 지나친 민원과 모욕 등을 받음에도 이를 호소할 곳이 없다, 대부분 관리업체는 위탁을 위해 아파트 편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과 관련, 대책위와 함께 가해자와 관리업체 측에 모욕죄·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압구정 경비원 분신, #경비원 분신, #압구정 경비원 분신, #압구정 아파트, #경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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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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