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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역사박물관 주변으로 미즈카페, 군산근대건축관 등 일제 강점기의 민족적 수난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근대문화유산들을 충분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알차게 짠 것이 인상적이었다.
▲ 군산 시간여행축제 포스터 군산역사박물관 주변으로 미즈카페, 군산근대건축관 등 일제 강점기의 민족적 수난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근대문화유산들을 충분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알차게 짠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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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일부터 5일까지 군산에서는 시간여행축제가 열렸다. 엄청난 군중들이 모여 들었다. 특히 자녀들을 앞세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었다.

군산은 부산, 인천과 더불어 일제가 근대식 건축물과 항구, 세관, 제18은행, 조선은행 군산지점, 군산 미곡취인소 등을 세워 조선을 병참 기지화하려는 총독부의 계획 중에서 첨병으로 활용되었다. 현재도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일본식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공간이 바로 군산이다.

그래서 군산시는 군산내항 앞에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지어 새 세대들에게 산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역사박물관 3층 근대생활관에는 도시의 역사, 수탈의 현장, 서민들의 삶, 저항과 삶, 근대건축물 등으로 구성해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의 아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나눠준 군산근대역사벨트 스탬프투어 일정에 따라 역사의 현장을 찾아갔다. 군산세관은 1908년 대한제국 자금으로 건립되었는데, 서양식 단층 건물로 서울역사, 한국은행 건물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본인이 운영하면서 식료품과 잡화를 수입해 판매하던 회사였던 구미즈상사건물인데 현재는 북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 미즈카페 일본인이 운영하면서 식료품과 잡화를 수입해 판매하던 회사였던 구미즈상사건물인데 현재는 북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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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즈카페로 운영되는 구 미즈상사 건물은 당시 일본인이 운영하면서 식료품과 잡화를 수입해 판매하던 회사였다. 현재는 북카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구 일본제18은행군산지점은 현재 근대미술관으로 사용된다. 18은행은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두고 있던 은행으로 숫자 18은 은행설립인가 순서를 의미한다.

군산지점은 조선에서 7번째 지점으로 1907년에 설립되었다. 18은행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미곡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단층의 본관과 2층의 부속건물 2동(창고, 사무실)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조선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하여 1922년에 준공한 은행건물이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조선과 대륙의 경제 수탈을 목적으로 일제가 세운 조선은행 군산지점으로 건립하였다.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에서 고태수가 다니던 은행으로 묘사된 곳으로 일제의 경제수탈의 상징적 건물이다. 현재는 근대건축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동국사를 방문했다. 이곳은 개항 후 들어온 일본 조동종 사찰인 금강사로 건립되었으나 광복 후 조계종 사찰인 동국사로 개명하였다. 대웅전과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는 복도로 연결되고, 지붕 물매는 급경사를 이루는 등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자료실에는 금불상 옆에 일본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일본식 탱화가 벽에 조각되어 있어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전시실에는 군산취인소의 조선미 위탁통장, 조선쌀열매 구입권, 도민증, 군민증, 쌀보관 요령 홍보지, 군산상희상회 철물거래 명세서, 1939년의 조선 식산은행 영수증, 1933년 쌀 구입 영수증, 국세조사 홍보전단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소규모 농장을 운영했던 일본인 히로쓰가 건축한 일본식가옥으로, ‘ㄱ’자 모양으로 붙은 건물이 두 채 있고 돌, 물, 나무로 구성된 일본식 정원이 있는 2층 가옥이다.
▲ 히로쓰가옥 일제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소규모 농장을 운영했던 일본인 히로쓰가 건축한 일본식가옥으로, ‘ㄱ’자 모양으로 붙은 건물이 두 채 있고 돌, 물, 나무로 구성된 일본식 정원이 있는 2층 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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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TV등에서 역사탐방에 많이 등장하는 '히로쓰 가옥'은 신흥동에 위치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소규모 농장을 운영했던 일본인 히로쓰가 건축한 히로쓰 가옥은 'ㄱ'자 모양으로 붙은 건물이 두 채 있고 돌, 물, 나무로 구성된 일본식 정원이 있는 2층 가옥이다. 2층은 좁은 나무바닥 통로로 연결되며 방은 다다미방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은 창의 모양이 원형으로 서양식 창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히로쓰 가옥을 나와 점심식사를 하러 가다가 유명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장소로 사용되었던 '초원사진관'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정면 유리창에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심은하와 한석규가 옷을 두 손으로 잡고 비를 피해 가는 장면의 사진이 붙어 있다. 입구에는 '받는 사람 초원사진관 한석규, 보내는 사람 심은하'로 된 편지봉투가 매달려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추억의 배우 심은하와 한석규가 주연을 맡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공간배경인 초원사진관이 그대로 보존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 초원사진관 추억의 배우 심은하와 한석규가 주연을 맡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공간배경인 초원사진관이 그대로 보존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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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가서 구식 사진기로 촬영하는, 고객이 앉는 자리 벽면에는 영화의 주인공들인 정원과 다림, 8월을 이야기하다는 테마로 영화의 여러 스틸컷이 걸려 있었다. 사진관 밖에는 영화에서 주차단속원으로 나오는 심은하가 몰던 티코 승용차 주차단속차가 올드 영화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주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장편 <탁류>와 <태평천하>를 창작하여 일제강점기에 수탈당하면서 삶의 고통을 처절하게 느꼈던 조선 하층민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내었던 채만식을 찾아나섰다.

1930년대 식민지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풍자작가 채만식을 조망해볼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이 망라되어 있는 역사적 산실.
▲ 채만식문학관 1930년대 식민지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풍자작가 채만식을 조망해볼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이 망라되어 있는 역사적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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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 밀랍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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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은 전북 옥구(현재는 군산시)에서 출생하여 중앙고보와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중퇴한 신문기자 출신의 소설가이다. 그는 1924년 단편소설 <세길로>가 <조선문단> 제3호에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그가 작가로서 각광을 받고 그 위치가 화고하게 된 것은 풍자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신동아>, 1934년)를 발표한 이후이다.

작가는 그 외에도 <치숙>(1936), <소망>(1936), <명일>(1936), <맹순사>(1945), <미스터 방>(1946), <도야지>(1948) 등 수많은 풍자소설을 남겼다. 채만식문학관에는 채만식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대한 상세한 자료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레디 메이드 인생>의 주인공 P는 대학을 나온 인텔리 계층이다. 그는 구직을 위해 신문사의 K사장을 찾아갔다가 계몽주의적 훈계만을 듣고 나온다. 그러다가 그는 같은 군상들인 M, H 등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괜한 객기를 부린다. 돈과 정조 문제로 어린 술집 여자와 값싼 관념론에 의한 심리적 갈등을 일으킨다. <레디 메이드 人生>이나 <치숙>, <명일 明日>, <소망 少妄>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이런 계열에 속하는 인물이다.

군산시가 복원을 예정하고 생가터를 구입하여 보존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 채만식 생가터 군산시가 복원을 예정하고 생가터를 구입하여 보존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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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생가터와 무덤을 찾아 나섰다. 생가터는 앞으로 복원을 위해 우선 집터를 구입해 보존하고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생가가 복원되어 수많은 문학애호가들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게 되길 기대해본다.

할머니 댁 근처에 있는 무덤은 유족들이 자주 찾지 않는지 잡풀이 뒤덮여 초라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어서 충격적이었다. 생가복원과 더불어 묘소의 단장도 시급한 과제로 생각된다. 월명공원에 있는 채만식문학비도 둘러보았다.

일본식 정원이 있는 고우당(현재는 일본식 가옥체험관인 유스호스텔로 사용 중)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간체험 여행의 마무리를 했다. 여러 곳을 바삐 다니다보니 군산 역사박물관에서 나눠준 역사스탬프를 모두 찍었다. 내년의 축제를 기대해보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태그:#군산 시간여행축제, #초원사진관-심은하,한석규, #히로쓰가옥, #채만식생가터, 무덤,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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