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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대표가 '다음카카오'로 합병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다음카카오'로 합병 선언 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대표가 '다음카카오'로 합병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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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출범을 하루 앞둔 9월 30일 '다음커뮤니케이션(아래 다음)'에서 '뉴스펀딩' 서비스를 선보였다. 독자들이 기자의 취재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인데, 주진우 기자의 '당신,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오픈 첫날 목표액 1000만 원을 훌쩍 넘겨 이날 오후 7시 현재 16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모바일 기반 서비스다 보니 PC 메인화면으로 접속해도 모바일용 화면이 뜬다. PC에서도 서비스 이용에 큰 지장은 없지만 사진이 일부 잘리고 신용카드 결제도 할 수 없다. PC 접속자 배려조차 잊을 만큼 다음도 철저히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월 27일 다음카카오 합병 선언 당시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것으로 이해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분명 실적이나 직원 수 등 회사 외형만 놓고 보면 다음이 훨씬 큰 회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주식시장에선 카카오의 우회 상장이 분명했다. PC 포털 시대를 풍미한 다음이 '지는 해'라면, 모바일 신흥 강자인 카카오는 '떠오르는 해'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한메일과 카페, 검색을 앞세워 포털 시대를 이끌었던 다음. 지난 20년 사이 '포털 제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다음과 카카오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포털 흥망사를 돌아봤다.  

'포털 원조' 다음이 네이버에게 추격 당한 이유 

지난 2012년 7월 '파란닷컴'이 문을 닫았을 때 30~40대들은 그 전신인 '하이텔'을 많이 떠올렸다. 지난 2004년 PC통신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던 파란닷컴이 PC포털 시대 종언을 알린 셈이다. 

다음이 파란닷컴 일부 서비스를 이어받았지만 네이버를 넘기엔 역부족이었고, 안드로이드를 앞세운 구글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줌닷컴이 스윙브라우저를 앞세워 뒤늦게 가세했지만, 3위 네이트조차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PC 포털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이재웅 전 대표를 포함한 20대 젊은이 3명이 지난 1997년 무료 웹메일 서비스인 '한메일넷'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내 포털 시장은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였다. 네티앙, 한미르(파란닷컴), 라이코스, 네오위즈, 야후, 드림위즈, 엠파스, 프리챌 등 수많은 강자가 등장했고 하나둘 사라져 갔다.

한때 '국민 메일'로 추앙받던 다음 한메일도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우표제 논란'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대량 스팸 메일을 차단한다는 명분이었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은 이메일 유료화의 단초로 본 것이다. 다음은 결국 2002년 온라인 우표제를 강행했다 3년 만에 폐지했지만 그 사이 네이버의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해진 의장이 창업한 네이버는 1999년 뒤늦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한게임과 손잡고 몸집을 불리는 한편 '지식인' 서비스를 앞세워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포털 강자로 떠올랐다. 그 사이 다음의 핵심 서비스인 카페는 싸이월드에, 한메일은 구글 지메일과 네이버 공세에 조금씩 잠식당했다. 네이트온, MSN 등 인스턴트 메신저도 한메일을 위협했다.  

다음카카오 서비스 발자취
 다음카카오 서비스 발자취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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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톡으로 '이통사 밥그릇' 위협... 마이피플의 굴욕

결정적인 패러다임 변화는 2009년 말 아이폰 등장에서 시작됐다. 불과 몇 년 사이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PC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들이 모바일 중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다음도 로드뷰, 스카이뷰로 무장한 '다음 지도'와 유무선 메신저 '마이피플'을 앞세워 모바일을 강화했지만 이 분야 강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김범수 의장이 NHN 대표를 그만둔 뒤 만든 '카카오톡(카톡)'이었다.

국내 스마트폰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카톡은 스마트폰 성장에 맞춰 가입자 수를 급격하게 불렸다. 카톡이 처음 그 위력을 보여준 건 지난 2012년 6월 보이스톡 베타서비스였다. '보이스톡'은 값싼 데이터망을 통해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로, 이동통신사의 큰 반발을 샀다. 당시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통사가 고의로 보이스톡을 차단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관련기사: "보이스톡 품질 '이통사 장난'... 물증 있다" )

급기야 진위 논란을 거쳐 모바일인터넷전화 허용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사실 다음 '마이피플'에서 이미 그해 2월부터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결국 카톡이 '이통사 밥그릇'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012년 9월 '애니팡'으로 대표되는 '카카오 게임하기'가 뜨면서 '수익모델 부재'라는 꼬리표까지 뗀 카카오는 더 승승장구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사이에선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다음은 결국 카카오와 합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스마트폰에서 자주 쓰는 앱만 봐도 카톡이나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압도적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 조사에서도 '카톡'은 모든 연령대에서 사용률이 높은 반면 새로운 앱 설치는 한 달에 3개에도 못 미쳐 다른 서비스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관련기사: "스마트폰 80%, 새로운 앱 한 달 3개 못 넘어" )

네이버 주가가 지금 80만 원을 넘나드는 것도 사실 자회사인 '라인'의 높은 성장 가치 때문이다. 합병 선언 직전까지 8만 원을 밑돌던 다음 주가도 지금 현재 두 배가 넘는 16만 원대로 뛰었다.

'국민 메신저'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지난 18일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해 인터넷 공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겠다고 밝히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카톡도 검열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일었다. 이는 국내 메신저인 카톡을 버리고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나는 기현상을 불러왔다.
▲ 누리꾼의 사이버 망명지 '텔레그램' 지난 18일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해 인터넷 공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겠다고 밝히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카톡도 검열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일었다. 이는 국내 메신저인 카톡을 버리고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나는 기현상을 불러왔다.
ⓒ 텔레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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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민메신저'와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한 '국민포털'이 만난 다음카카오의 미래는 마냥 밝은 것일까? PC 시대도 그렇지만 모바일 시대는 훨씬 많은 글로벌 경쟁자와 직접 상대해야 한다. 한국 사용자들을 위해 국내에 국한된 서비스로는 장기적으로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관련기사 : "다음카카오, '라인' 넘어야 구글-페이스북 보인다"  ).

카카오는 9월 초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모바일 쇼핑인 '카카오픽'으로 수익 창출을, 뉴스 추천 앱인 '카카오토픽'으로 여론 영향력 확대를 꾀하던 찰라 '사이버 검열'이란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바로 정부가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를 강화하고 카톡 메신저 압수수색까지 벌이자 많은 이용자들이 독일 메신저인 '텔레그램' 등으로 '사이버 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사태 직후 국내 수사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구글 지메일이나 트위터 등 해외 서비스 이용이 늘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관련기사: '카톡→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이제 몸만 옮겨오면 되겠군요"  ).

한국에선 '국민 메신저'로 통하지만, 당장 '라인'에 비해 해외 사용자들을 배려한 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비교적 개방적인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달리 지인 중심이어서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모바일 메신저의 한계도 있지만 카카오페이나 카카오픽 같은 신규 서비스 대상을 카톡 이용자들로 국한하는 건 문제다.(관련기사: '카톡' 새 친구들, '국민 메신저' 함정에 빠지다 )

물론 카톡을 사용해야만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긴 하지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비가입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거꾸로 카톡 사용자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절대 다수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만 우선하다 보니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사용자 비중이 높은 아이폰 앱 개발을 미루는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PC 포털 시대가 지는 데는 스마트폰 등장도 한 몫 했지만 '가두리'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폐쇄적인 포털 운영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는 지식인 등 자사 서비스의 외부 검색을 차단하고 검색 시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등 폐쇄적인 운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아울러 전반적인 인터넷 생태계는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까지 답습하다 결국 역풍을 맞았다.

앞으로 '새로운 IT-모바일 역사를 쓰겠다'는 다음카카오에게 남은 과제는 자신들이 PC통신과 PC포털 시대를 거치면서 배운 교훈을 잊지 않는 것이다. 


태그:#다음카카오, #다음, #카카오톡,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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