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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책 표지
ⓒ 이케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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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구 천만 시대다. 국내 자전거 판매량이 2012년부터 한 해 250만 대를 넘어섰고, 매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조사)라고 할 정도니 자전거 인구 천만이라는 말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여가 문화의 확산과 함께 한강과 수도권의 자전거 도로 확충, 4대강 사업에 따른 전국구 자전거길 개발 등 자전거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전용도로가 늘어난 것이 자전거 인구 증가에 한 몫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평소 자전거를 타는 걸 좋아하는 기자는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가까운 한강으로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때마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불과 십여 년 전의 풍경과만 비교해 보더라도 차이는 명확하다. 자전거 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자전거의 형태, 종류, 장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간에 통용되는 규칙 등도 많이 바뀐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자전거 문화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매주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게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자전거와 자전거 문화에 대한 영감어린 사진 에세이

여기 매력적인 자전거 문화를 가꿔 온 자전거 애호가들의 이야기가 있다. 탈 것을 전문적으로 찍어 온 사진 작가 린던 맥닐의 사진에 더해 역시 탈 것에 푹 빠져있는 디자이너 크리스 해던이 자전거 애호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묶은 책,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이 바로 그것이다.

책에는 런던과 파리, 브뤠셀과 암스테르담, 뉴욕과 아프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전거를 즐겨온 사람들이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풀어놓고 있다. 스타일의 연장으로 자전거를 즐기는 패션족부터 옛날 자전거를 모으는 수집가와 자전거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예술가들까지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 속에서 펼쳐진다.

저자인 크리스 해던이 빈티지 문화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이기 때문인지 책에 실린 자전거들도 빈티지 스타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아직까지 보급형 자전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 자전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보다 먼저 자전거를 타고 즐겨왔던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자전거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켰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빈티지 스타일의 자전거는 무려 1800년대 후반에 생산된 것부터 최근의 것까지 그야말로 다종다양하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자전거와 관련된 65가지 유머러스하고 정열적인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자전거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며 읽는 이로 하여금 당장 나만의 스타일로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자전거를 소재로 한 사진 에세이집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싶다.

왜 우리의 자전거 문화는 획일적일까?

안타깝게도 한국의 자전거 시장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있다. 버려진 자전거의 재활용부터 유명 회사의 보급형 모델과 세상에서 하나뿐인 주문제작 자전거, 작은 가게들이 만드는 자전거와 고급 레저용 자전거 등등.

그야말로 다종다양한 자전거들이 생산되고 이용되는 자전거 선진국과는 달리 단 3개의 회사가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의 실정이 자전거 문화의 다양성을 구조적으로 무너뜨리는 요소다.

'삼천리자전거', '알톤 스포츠', 삼천리의 자회사 '참좋은레저' 이외의 업체가 보이지 않는 한국 자전거 브랜드의 상황은 개성을 추구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해외모델을 찾아나서는 경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삶이 반영된 빈티지 스타일의 자전거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옮긴이 김병훈의 말처럼 진정한 빈티지 문화란 경륜과 격조, 미학, 품위 같은 고상한 식견을 바탕으로 하는 느림과 성찰의 세계이며 이는 책에서도 보여지듯 다양한 자전거를 접하고 제작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마련되어야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자전거를 삶의 연장으로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 자전거와 자전거 문화에 대한 영감어린 사진 에세이

크리스 하던, 린던 맥닐 지음, 김병훈 옮김, 이케이북(이미디어그룹)(2014)


태그:#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케이북, #크리스 해던, #린던 맥닐, #김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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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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