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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경찰관이 민원해결을 빌미로 민원인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돈을 준 사실을 적어놓은 탁상달력.
 대구의 한 경찰관이 민원해결을 빌미로 민원인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돈을 준 사실을 적어놓은 탁상달력.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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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경찰관이 민원인에게서 사건 해결을 빌미로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요구해 받았다가 뒤늦게 돌려준 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대구수성경찰서 A경감은 지난 2011년부터 알게 된 민원인 B씨가 2013년 5월 자신의 전 남편으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검찰과 사건수사 경찰관에게 친분을 이용해 잘 해결되도록 도와주겠다며 식사비와 수고비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

B씨는 유부남이면서도 미혼남이라고 속이고 결혼했던 전 남편과 2011년 이혼했지만, 전 남편이 지난해 5월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2건의 고소장을 접수하자 평소 알고 지내던 A경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A경감은 사건이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되자 "법원에 아는 후배가 있으니 공판중인 사건이 무죄가 되도록 힘써주겠다"며 "담당재판부 직원들과 식사를 하려면 현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5만 원권 현금으로 110만 원을 받아갔다.

이후에도 A경감은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힘을 쓰려면 고소인이 재판부를 매수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500만 원을 줘야 한다"며 소개비 등을 합쳐 700만 원을 받는 등 올해 2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1350만 원을 받았다.

A경감은 돈을 받는 과정에서 치밀함을 보였다. 그는 현금 액수를 정해준 뒤 미리 준비하도록 하고 B씨가 운영하는 학원에 찾아가 직접 현금으로 받고, 수표일 경우 현금으로 바꿔 받았다. 지난해 11월 B씨가 수표를 준비하자 A경감은 B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은행으로 가서 현금으로 바꾸기도 했다.

A경감은 이렇게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을 받아가면서 자신이 근무했던 경찰서의 직원들에게 말을 잘 해준다거나 검찰이 기소단계에서 무혐의를 받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을 수시로 해 안심시켰다. B씨가 불안해하며 자신을 조사하려는 검찰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자 A경감은 "지난번에도 만나 식사대접하고 했는데 민원인이 직접 만나는 것은 곤란하다"며 "무혐의 될 테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경찰관이 요구해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건넨 수표. 하지만 대구의 한 경찰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도록 해 돈을 받기도 했다.
 경찰관이 요구해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건넨 수표. 하지만 대구의 한 경찰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도록 해 돈을 받기도 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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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B씨가 기소됐고, 신뢰가 깨지기 시작했다. B씨는 "받아간 돈을 검찰 관계자나 경찰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무혐의를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기소됐으니 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A경감으로부터 지난 6월 300만원을 돌려받았다. B씨는 또 9월 중순 A경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나머지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취재가 시작되자 A경감은 지난 26일 B씨의 통장으로 1100만 원을 송금했다. 이후 27일 B씨를 찾아가 자신이 그동안 받은 돈은 빌린 돈으로 해달라고 사정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경감도 돈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A경감은 27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그동안 알고 지내면서 억울한 사연이 많아 도와주려고 했다"며 "선의로 주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받았지만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A경감은 또 "다른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모든 것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는 "전 남편이 사실이 아닌데도 사기로 기소해 억울했지만 무혐의를 받도록 해주겠다는 말에 어쩔 수없이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경감이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청문감사담당관실이 조사를 하고 있으며 직무고발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경찰 뇌물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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