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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깔로 물드는 농촌의 들녘
 황금빛깔로 물드는 농촌의 들녘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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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우리 곁으로 조금씩 다가오는 길목에는 연둣빛 황금들이 펼쳐집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한 낮의 뙤약볕으로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엔 벼알이 영글어가고 있습니다. 한 여름의 농부의 땀방울이 알알이 영글어가는 황금 들판을 바라보는 농촌의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한낮에는 더워야 벼알이 잘 영글고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야 사과가 잘 자란다고 동네 어르신이 말씀하십니다.

      수수밭에서 일을 하시는 86세 김어르신
 수수밭에서 일을 하시는 86세 김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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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우리집 앞을 지나 동네 입구에 있는 들로 농사를 지으러 다니던 어르신이 마침 수수밭에서 일을 하시길래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수수를 수확하여 어떻게 드시냐고 여쭸더니, 수수 방아를 찧어서 껍질을 벗기고 밥을 해 드신다고 하더군요.

86살 김어르신은 영글어가는 수수대를 끌어당겨 수수 알맹이들을  망사안에 집어 넣고 끈으로 묶고 계십니다. 그 이유는 참새들이 날아와서 영근 수수를 모조리 까먹어 기 때문입니다. 농촌에서 오랜 세월동안 살아온 노인들은 하늘 구름 빛깔과 바람의 방향만 보고도 날씨를 예감합니다. 그리고 언제 씨앗을 뿌려야 하고 수확해야 하는지를 훤히 꿰뚫고 계십니다. 지금 농촌 실정은 자식들을 잘 키워서 도시로, 미국으로 보내고 농토를 지키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농촌은 이렇게 자연속에 사는 생물들과 농사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머리싸움이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집니다. 봄에는 산비둘기가 소나무에 앉아서 농부가 콩을 심는 광경을 지켜보았다가 싹이 나는 동시에 콩 싹을 싹둑싹둑 죄다 잘라 먹습니다. 옛날에는 농부가 콩이나 옥수수 씨앗을 5알씩 심어서 두알은 새가 먹고 나머지 3알은 싹이 터서 콩을 수확했습니다. 지금은 새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콩싹을 다 잘라먹기 때문에 콩에 약을 발라 심는 사람도 있습니다.

농사법은 꼭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베인 지혜로움으로 절반은 해결합니다.

"어르신, 올해는 땅콩 좀 캐셨어요?"하고 묻는 필자의 말에 올해도 땅콩을 많이 캐셨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이 땅콩들을 일일이 손으로 껍질을 까서 팔아 생활하십니다.

"그런데 어르신 저희 집 땅콩은 껍질은 큰데 비해 알맹이는 작아요"라고 그 이유를 물었더니, 석회를 땅콩 심기전에 밭에 뿌려 흙과 함께 섞은 다음에 심어야 알맹이가 굵고 실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김장가 한창 자라고 있어요
 김장가 한창 자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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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동네 이장님이 무료로 김장 배추 모종을 주민들에게 한 판씩 무료로 나누어 주는 바람에 집집마다 밭에 배추를 심었습니다.

얼마 전에 동네 이장님이 스피커로 "배추 모종이 왔으니 주민들은 나오셔서 받아 가시길 바랍니다"라고 해서 저도 따라가서 배추모종 한판 100개를 받아와서 텃밭에 심었습니다.

배추는 미리 퇴비를 땅에 뿌려서 흙을 곱게 만든 후에 고랑을 만들고 두둑에 심어야 비가 와도 안 녹고 잘자랍니다. 올여름은 가물어서 직접 물을 주기도 했습니다.

     들깨 씨앗이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들깨 씨앗이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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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향이 가득한 들깨 밭에는 눈꼽만한 하얀 꽃을  피우더니 이내 들깨 씨앗을 만들고 있습니다. 덜 여문 들깨 씨앗을 꺾어다가 튀김가루 입혀서 튀김을 만들면 들깨 향이 가득한 튀김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머잖아 결실의 가을이 오면 동네 사람들은 일제히 들깨를 베어 눕혀 말린 후에 들깨를 터는 도리깨질이 요란할 것입니다.

      예산사과가 가을햇살아래 익어갑니다
 예산사과가 가을햇살아래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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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충남 예산은 일교차가 심하고 흙이 황토라 맛이 좋은 사과가 유명합니다. 지금 사과 농장에는 먹음직스러운 사과들이 햇살 아래 자랍니다. 요즘 사과농장에는 대형 냉장창고를 만들어서 사과를 수확한 다음에 저장창고에 보관했다가 명절 전후에 팔기도 합니다.

5년 전만 해도 가을 사과 수확철에 사과 밭에 가면 사과를 콘테이로 저렴한 가격에 사 먹을 수 있었는데요. 그 풍경이 사라져서 조금 아쉽습니다. 지금 농촌은 현지 가격이나 마트가격이 거의 비슷하고 농장 직거래 마케이팅 방식으로 인터넷 판매를 합니다. 사과나무 아래에는 진분홍빛 여뀌가 한껏 멋을 내며 자랍니다. 여뀌는 독성이 있는 식물이라 해충 예방과 살충 효과가 있습니다.

      올해 귀향한 농가에선 지금 쪽파 재배를 합니다
 올해 귀향한 농가에선 지금 쪽파 재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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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교회를 돌아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백일홍이 한창입니다. 작년에 귀농한 소나무집 아주머니 집에 잠깐 들렀습니다. 여름에는 비닐하우스에 오이나 방울토마토를 재배한 후에 쪽파를 심었네요.

자동 물주기를 설치하여 가느다란 물줄기가 뿌옇게 쏟아 오릅니다. 가을 김장을 대비해서 쪽파 씨앗을 파종하고 김장철 즈음에 수확하여 우리 동네 농협에서 수거해 갑니다. 그리고 도매시장으로 출하하여 3일 후에 생산자의 통장으로 그날 시세대로 입금됩니다.

물주기 설치가 안된 다른 하우스에서 아주머니가 긴 호스를 직접 끌어가며 물을 주고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젊은 시절에 도시로 나가 살다가 작년에 고향집으로 귀향하여 1000여 평의 밭을 일구어 농사짓고 삽니다. 최근에 인근 어린이집에 일자리를 얻었다고 자랑합니다. 농촌의 실정은 대농이 아닌 다음 소농인들은 농사로는 수입이 적기 때분에 대부분 낮에는 바깥일을 하여 수입원을 얻습니다.


태그:#황금들녘, #예산사과, #배추밭, #수수, #쪽파재배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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