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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가을야구를 위한 4위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아 흥미를 더해가지만 타이거즈 팬들에게 올 시즌은 이미 끝나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내년 아니 내 후년에도 타이거즈의 우승을 바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자의 초등학교 5학년 인 아들은 타이거즈를 그냥 '우리 편'이라고 부른다. 텔레비전에서 타이거즈가 지고 있으면 아들은 "우리 편이 또 지고 있네"라며 마치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에 지고 있는 듯 한 기분을 드러낸다. 하지만 기자는 한 번도 타이거즈가 우리 편이라고 가르쳐 준 적이 없다.

그랬다. 나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고 대부분의 호남인들에게 타이거즈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우리 편'이 되었다. 한국시리즈를 10연패 할 때도 그랬고 최하위에 떨어질 때도 무한한 애정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이제 그 애정이 한계점에 이른 것 같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 허전할 정도로 매일 텔레비전 앞에서 야구경기를 시청하던 많은 타이거즈 팬들이 이제는 다른 채널에 시선을 맞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기고 있던 경기도 후반 실책으로 자멸하여 장시간 텔레비전 앞에서 가슴 졸이던 팬들에게 허탈한 마음을 가져다 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타이거즈는 이제 술자리 오징어 안주처럼 되어 버렸다. 오징어를 씹으며 함께 타이거즈를 씹는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선동열 감독이다. 모 기업의 막강한 자금력과 베테랑 선수들을  데리고도 우승은커녕 4강 언저리에도 들지 못하는 리더십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룬다.

티이거즈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낸 선감독이지만 그가 보여준 코치진 구성과 선수 안배 등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십은 타이거즈에서는 낙제에 가깝다. 과거 김응룡 감독이 보여준 코끼리 같은 육중한 리더십도 없고 10번 째 우승을 이끌었던 조갈량(조범현 감독 별명)의 작전도 없다. 단지 호남 팬심에 의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는 타이거즈 선수들의 정신력이다. 해태 시절 호랑이와 눈싸움을 하면서 까지 보여주었던 정신력은 온데간데없고 흡사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 같다. 정신력만 그렇다. 감독, 코치, 고참, 중참, 신참이 똘똘 뭉쳐 목표 했던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았던 호랑이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제 몸을 먼저 챙기는 프로들만 있을 뿐이다.

세 번째는 걸출한 신인 발굴의 문제점이다. 큰 돈 들여 영입한 선수보단 자체에서 키워 낸 신인이 타이거즈의 진짜 재산 일 텐데 과거 이순철, 선동열, 이종범 이후 그 맥이 끊어져 버렸다. 안치홍, 김선빈이 어느 정도는 해 주고 있으나 과거 화려했던 선배들에게는 한 참 못 미친다. 우물에서 새 물이 솟지 않으니 마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량감 있는 중간계투진과 구원투수의 부재다. 송유석, 유동훈 같은 중량감 있는 허리의 부재는 역전의 빌미를 연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위급한 불을 꺼 주어야 하는 막강 구원투수의 부재는 타이거즈의 가장 큰 결함이다.

스포츠 팀 뿐 아니라 어떤 조직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강한 팀이나 조직은 위기의 순간을 지켜 낼 뿐 아니라 오히려 승리의 순간으로 전환 시킬 수 있는 구심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타이거즈엔 이런 선수가 없다. 한기주, 소사, 어센시오 같은 선수들로 뒷문을 막아 보려 했지만 기대 이상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을 보고 있으면 꼭 타이거즈를 보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선거 때마다 응원하고 이기기를 기대했지만 완패나 역전패를 밥 먹듯 하고 있다. 소속 국회의원을 하나로 묶어내는 지도자는커녕 제 살기에 급급한 패거리만 있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란다. 

21세기가 시작 되고 13년이나 흘렀는데 총망 받는 신인들은 386 이후 보이지 않는다. 특히 가장 무서운 것은 사분오열되어 가는 조직을 추슬러 거대 여당에 맞설 구원투수가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없다기 보다 자기편이 아닌 구원투수는 믿지 못한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타이거즈의 내년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의 다음 총선과 대선 승리를 예측하는 국민들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팬심이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 두 팀들이 한 가지만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팬심은 줄었지만 팬들은 아직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이 팬들의 마음속에 팬심이 다시 돌아오게 앞으로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 타이거즈가 잘해야 프로야구 타 팀들의 흥행이 성공할 수 있는 거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이 잘해야 새누리당도 함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을 각 자 '우리 편'이라 무조건적으로 믿으며 자라나는 순수한 국민들을 위한 플레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호남매일 칼럼란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태그:#타이거즈,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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