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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 칠보산 용화사 대웅전. 지붕이 약간 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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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 수원의 서쪽에 있는 239m의 높지 않은 산이다. 조선 시대에는 치악산으로 불렸으며, 화성지에는 칠보산을 화산의 주맥으로 기술하고 있다. 칠보산은 원래 여덟 가지 보물이 있다고 해서 팔보산이었는데, 그 여덟 가지의 보물은 산삼, 맷돌, 잣나무, 황계 수탉, 범절, 장사, 금, 황금 닭이 있었다고 한다.

그 여덟 가지 보물 중 하나인 황금 닭을 누군가 가져가 칠보산이 된 것이라고. 이 칠보산에는 용화사라는 작은 절이 있다. 칠보산을 오르는 등산로 중 제2코스인 용화사 길은 산중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905에 자리한 용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용주사의 말사다.

용화사는 절이 언제부터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는지, 또 누가 중건한 것인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구전에 의하면 용화사는 조선조 후기에 세워진 절이다. 이 절의 대웅전은 마애불을 주물로 모시고 있는데, 그 마애불의 형태나 가장 오래된 전각인 대웅전을 보면 200년 정도 지난 절로 추정된다. 

지방 장인의 솜씨...투박한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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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애불 용화사 대웅전에 주불로 모시고 있는 마애불. 우측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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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칠보산으로 길을 잡았다. 칠보산 등산로를 몇 곳 돌아보고 난 뒤 당수동 시민 주말농장도 함께 돌아볼 생각으로 길을 나선 것이다. 용화사는 칠보 맷돌 화장실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도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절 입구는 공사하느라 부산했는데 그곳을 피해 대웅전으로 향했다.

대웅전은 처마가 약간 뒤틀린 듯하다. 주초를 보니 잘 다듬어진 원형 주초를 사용하고 있다. 대웅전 안을 들여다보니 정면에 마애불 한 기가 놓여있다. 선주형으로 다듬은 돌에 마애불을 선각했는데 조금은 투박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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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계 육계는 크고 귀는 어깨까지 내려졌다. 전체적으로 투박해 보인다. 삼도를 표현했으나 사이가 벌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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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로 봐서 이 마애불도 조선조 후기에 지방 장인에 의해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선각이 된 마애불은 육계가 크고 귀는 어깨까지 늘어져 있다. 눈은 좁고 길게 표현했으며 입이 작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잘 조형되지는 않았지만 깊게 판 선각으로 인해 무게가 있어 보인다.

마애불을 조성한 바위는 우측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법의는 양 어깨에서 흘러내렸는데 가슴이 깊게 파여 있다. 하반신은 가려져 있어 정확한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마애불을 조성한 바위의 크기로 보아 좌상으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 주변에 두광은 후에 누군가에 의해 다시 조성된 듯 둥그렇게 파 놓았다.

목에는 삼도를 표현했는데 삼도치고는 그 간격이 너무 넓어 이상하게 보인다. 오른손은 가슴께로 들어 올렸으며 왼손은 정확하게 알아볼 수가 없다. 용화사 종무소에 들러 혹 연대를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보았지만 알 수가 없다는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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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광 선주형으로 조성한 바위에 새긴 마애불, 두광은 후에 선각으로 조성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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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정문화재이긴 하지만 현재 대웅전에 모셔진 마애불이니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조성 연대라도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투박하게 조성됐지만 나름 힘 있어 보이고 아직은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가끔은 이런 비지정 문화재를 만나는 일이 생긴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답답하기 일쑤다.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를 하고 싶지만, 알고 있는 식견이 짧은 것을 어찌하랴. 그저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리려고 그 앞에 머리를 조아려 무능함을 다시 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