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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편 가르기를 하는 대통령은 안 된다. 대통령이 파당적으로 또는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만을 위한 정치를 해서는 민주주의의 기본에 어긋난다.

대통령, 반대세력도 끌어안는 자세 가져야...

민주주의는 정당한 선거가 실시되면 그 결과에 대해 유권자가 책임을 진다. 대통령도 지지세력과 반대세력 모두를 끌어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만약 유권자가 자기가 선택한 정치인이 아니라고 해서 선출된 대통령을 외면한다면 민주주의는 온전히 실현될 수 없다.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기반이었던 정당이나 유권자만을 끼고 도는 식으로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가 모든 유권자를 위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서 발전한다. 만약 모두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지지세력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가 유지 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전 국민의 관심사이고 그런 만큼 영향력도 크다. 대통령의 언행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때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때도 분명 있지만, 역시나 모두가 동감할 수 있는 원칙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국가적 재난 발생 시에 대통령의 무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뉘앙스였다. 이전에 유가족 등에게 약속했던 내용을 스스로 외면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서 여당의 지도부만을 청와대로 불러 유사한 발언을 반복했다.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러 견해 가운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것만을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거듭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다수의 법학자들이 제시한 방안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세월호 유가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 세력으로 지칭하며 매도했다. 이어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설훈 의원의 발언을 거듭 언급하면서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설훈 의원의 발언이 정말로 대통령을 모욕했는가.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모욕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권의 이런 발언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국회의 위상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이렇게 질타했다.

불리한 사안에는 침묵하는 대통령

이처럼 대통령이 발끈한 모습은 국정원이나 군 사이버사령부가 지난 2012년 대선에 불법 개입했던 사건에 침묵했던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당시에는 국내외에서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심화되며 국격마저 훼손되는 상황이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다수의 해외 언론들은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을 두고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비판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한 태도를 취했다.

공직을 수행해야 할 시간 동안 미지수로 남은 자신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 해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껏 침묵하다가 이제서야 벌컥 화를 낸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어법은 물론 새롭지 않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국가기관 부정선거 등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 등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는 스타일을 고집했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들을 상대로 한 문답식의 기자 회견이 손에 꼽는다. 여야 지도부와 함께 만나 국정에 머리를 맞댄 일도 드물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은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외부로 유통 시킨다. 전형적인 일방향 소통 방식이다. 이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심각한 '불통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대통령의 독특한 소통방식은 대통령이 되기 전 수첩공주라고 불렸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자신에게 정치적인 플러스가 되는 사안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계속 반복하는 식의 대중 설득 방식을 써먹었다. 그리고 이 방식으로 결국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메시지 선전 홍보 방식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유용했을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발언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지 속단키는 어렵다. 그러나 투명한 원칙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전체 국민을 향해 편 가르기를 하거나 정치권도 여야로 나눠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을 되풀이 할 경우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 대통령은 조정하고 통합하며 큰 틀에서 화합을 이루는 언행을 해야 한다. 이를 계속 외면할 경우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남북 간 화해나 평화통일을 향한 기반조성은 요원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라이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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