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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풀은 축제 기간 내내 북새통 이었다.
 해수풀은 축제 기간 내내 북새통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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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올 여름을 잘 마무리 지었어요.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기쁘고요. 축제하기 전에 왔을 때는 참 조용한 곳이었는데, 색다르네요. 시흥 갯골의 진면목을 보게 돼서 기뻐요."

8월 31일, 시흥 갯골 축제 현장에서 만난 주부 최아무개씨 소감이다. 최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유치원생 딸과 함께 '해수풀(소금기 있는 수영장)'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이들 보다는 본인이 더 즐거워 보였다.

'2014 시흥갯골 축제'가 지난달 31일을 마지막으로 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 축제 마지막 날인 31일 방문한 시흥 갯골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해수풀(소금기 있는 수영장)은 아이들로 득실거렸다. 먹거리 장터는 사람들로 빼곡해,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무료로 빌려주는 자전거는 일찌감치 동이 나 자전거를 빌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축제 하이라이트는 '송삼제전'

시흥시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만든 20m 초대형 삼목어
 시흥시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만든 20m 초대형 삼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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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갯골축제 하이라이트는 '송삼제전(送三祭典)'이었다. 시흥갯골축제 2일째인 8월 30일 오전 11시께 '삼목어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송삼제전' 막이 올랐다. 삼목어(三木漁)가 행사장인 갯골 생태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물을 뿌렸다. 이들이 뿌린 물은 생명수다. 뭍에 올라온 삼목어에 불을 뿌려 살리자는 의미다.

'송삼제전'을 위해 시흥시민들은 1개월 전부터 각 동별로 '삼목어'를 한 마리씩 만들었다. 메기, 돌고래, 참치 등 모양이 제각각 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유는 '삼목어'를 탄생시킨 이상범 축제 감독의 의도였다. 이 감독은 '극작가'이며 극단 '기린'의 대표다.

이 감독은 "동네마다 삼목어 모양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이 세 개처럼만 보이면 된다고 했고, 나머지는 상상력을 발휘 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삼목어 모양이 제각각인 이유를 설명했다. 

눈길을 끈 건 시흥시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만든 20m크기 '초대형 삼목어'와 '시흥 토박이 모임'에서 만든 '갈대 삼목어'다. '초대형 삼목어'는 크기 때문에 눈에 띄었고, '갈대 삼목어'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의 명물인 갈대를 엮어서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시흥갯골의 명물인 갈대를 엮어서 만든 삼목어
 시흥갯골의 명물인 갈대를 엮어서 만든 삼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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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목어 몸통에는 비늘대신 시흥시민들 소원이 붙어 있었다. 시흥시민들 소원은 "살 빠지게 해 주세요", "행복하게 해 주세요", "아들아 엄마 말 좀 잘 들어라", "우리아들 앞길 열리게 해 주세요" 등 무척 다양했다. 이처럼 대체로 개인적인 소원이었는데, 간혹 "성공적인 서울대 조성으로 시흥을 교육명문도시로", "세월호 특별법 통과"라는 사회적 이슈가 시선을 붙잡았다.  

김윤식 시흥시장도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식구로 사는 시흥시민'이라는 소원을 삼목어 모형 '소원게시판'에 적었다.

삼목어를 탄생시킨 이상범 감독의 소원은 '송삼제전'을 통해 공동체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 감독은 "송삼제전은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삼목어를 살려 보내자는 의미" 라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과 생명의 소중함 일깨우기 위함"이라고 '송삼제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삼목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전설속의 물고기는 아니다. 축제를 위해 이 감독이 만들어 낸 상상속의 물고기다. 삼목어를 왜 만들었는지 이 감독한테 직접 들었다.

"축제 내용을 만들기 위해 고민 하다가 만들어 낸 게 '삼목어'다. 시흥은 내만갯골이라는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삼목어'는 이런 환경에 있을법한 일종의 '설화'다. 눈이 세 개라서 '삼목어'인데, 실제 눈이 세 개라는 건 아니고, 눈이 두 개 있고 이마에 큰 혹이 하나 있는데, 혹 중앙에 큰 점이 있어 마치 눈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여 '삼목어'라 부른다."

삼목어를 살려서 바다로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수조에 물 채우기 경연
 삼목어를 살려서 바다로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수조에 물 채우기 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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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이 만들어낸 '삼목어 설화'는 축제 홍보지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먼 옛날 태산 같은 파도가 들이쳐 갯골이 황폐해 졌을 때, 큰 물고기 한 마리가 밀물을 타고 갯골에 왔다가 썰물을 놓쳐 그만 갯골에 갇히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잡아먹을까 하다가 범상치 않은 생김새와 애절한 눈빛이 흐르는 상서로운 기운에 매료돼 살려 주기로 결정한다. 살리는 방법은 바닷물을 퍼다 날라서 갯벌을 채우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해 갯벌을 채웠고 물고기는 그 바닷물 덕에 생명을 유지 한 뒤 밀물을 타고 넓은 바다로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자 비도 오지 않았는데 무지개가 선명했다. 그 뒤 큰 비가 내렸고. 사라졌던 물고기들이 갯골에 모여 들었다-

'송삼제전'에서 이 이야기가 경연 형식으로 재현됐다. 삼목어가 단긴 수조에 물을 빨리 채우면 승리한다. 시흥시 17개 동이 경연에 참가했다. 우승팀은 신현동이다.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삼목어'를 바다에 띄워 보내며 '송삼제전'을 마무리했다.

김윤식 시흥시장 "시민축제, 진화 할 것이다"

염전체험
 염전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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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목어 모티브 재밌다. 이 땅의 역사 이야기를 재구성 한 것이다. 완전시민주도형 2회 째다. 작년엔 배(어형선) 만들고 소원을 실어서 띄웠다. 시가 주도 할 때보다 시민참여 넓고 반응도 좋다.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 진화 할 것이다. 재임 기간 동안 계속 이렇게 할 것이다. 사무국도 설치했다. 이 흐름(시장 바뀌어도)뒤집지 못 할 것이다."

김윤식 시흥시장 말이다. 축제의 의미에 대해서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김 시장 말대로 시흥 갯골축제 특징은 완벽하게 시민들의 힘으로 축제가 기획·진행된다는 점이다. 시민이 추진위원단을 만들어 직접 축제를 준비했다. 축제 준비위원장도 시흥시민이고 '삼목어' 이야기를 만든 축제 감독도 시흥시민이다. 20명의 추진위원단 또한 당연히 시흥시민이다.

갯골에서 뗏목 타기
 갯골에서 뗏목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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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영 축제 추진 위원장은 "축제의 주체가 시민이라는 점, 축제자체를 시민이 만든다는 게 중요하다. 축제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우리 모두 다함께"라며 시민이 만든 축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축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우리 모두 다함께'라면 이번 축제는 성공적인 셈이다. 덩실 거리며 어깨춤을 추는 어르신과 세련돼 보이는 k-pop 댄스를 하는 소년·소녀가 한데 어울렸다. 네팔과 파키스탄 유학생, 동남아에서 온 결혼 이민 여성, 시흥 스마트 허브 외국인 근로자 등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하나가 돼서 축제의 한 페이지를 채웠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거운 축제였다. 아이들은 소금 긁어모으기나 염전수차를 돌리고 어른들은 소금찜질을 하며 피로를 풀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갈대를 엮어서 인형을 만들고 갈대를 염색해서 발을 만들었다. 또, 갈대 잎으로 돛단배를 만들어 갯골에 띄워 보내기도 했다. 친절한 해설사에게 갯골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갯골을 걸었다.

이주 여성도 축제의 주인공
 이주 여성도 축제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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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풀은 물놀이 하는 어른과 아이로 장관을 이루었다. 그 모습이 부러워 옷을 입은 채 해수풀장으로 다이빙 했다. 잠시 후 호루라기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노란 옷을 입은 안전 요원이 잰 걸음으로 다가왔다.

"다이빙 하지 마세요, 이렇게 얕은데서 다이빙 하면 다쳐요. 다 큰 어른이…애들이 따라서 하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로 아이들이 텀벙거리며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어른 허리정도 잠기는 수영장에서 다이빙 하는 건 무리다. 핀잔 섞인 말이라 살짝 기분은 나빴지만 이럴 때는 얼른 수긍하는 게 상책이라 판단, 재빠르게 "네"하고 자리를 옮겼다.

취재를 하는 기자도 즐거운 축제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시흥갯골축제, #삼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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