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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7월 23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지난 2013년 7월 23일 서울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7주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애정씨는 삼성과의 피해보상 협상에 개별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 7월 23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지난 2013년 7월 23일 서울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7주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애정씨는 삼성과의 피해보상 협상에 개별 참여하기로 했다
ⓒ 삼성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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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가족 및 유족 8명으로 구성된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협상단 중 6명이 삼성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반올림과 가족들은 지난 29일 마지막 회의를 통해 서로의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도 막판 가족대책위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직접 협상에 나선 가족은 6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제 반올림 협상단에는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잘 알려진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와,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씨 2명만 남게 됐다.

그동안 삼성 측은 협상단에 참여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보상안을 제안해 왔고, 반올림 측은 산재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하지만 이번에 협상단 일부 가족들이 '선 협상 성사 후 전체 피해자 보상 틀 마련'을 전제로 삼성 측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동종 계열사 포함)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산재를 신청한 사람은 모두 233명으로 알려졌다.

정애정씨는 3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반올림 측을 존중하지만 그동안 피해자(가족)와 조율이 안 된 부분이 있었고 이 때문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며 "반올림과 삼성 간 2년째 실무교섭이 진행됐지만 하나도 해결되는 게 없는 등 갑갑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대책위가 삼성과 직접 교섭에 나서더라도 전체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할 것"이라며 "앞으로 6명의 가족대책위가 하나로 마음을 모아 삼성백혈병 피해 문제에서 적극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올림 존중하지만..."

삼성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5년 6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직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9개월 뒤인 2007년 3월 사망하자 아버지 황상기씨가 그해 6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신청을 하면서 공론화됐다.

이어 그해 11월 산업재해 관련 전문가들인 의사와 노무사 등이 피해자 가족들과 결합해 반올림을 발족, 그동안 반올림이 주체가 돼 삼성 측과 피해 보상 협상을 벌여왔다.

또한 반올림과 가족 5명은 지난 2010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2011년 6월 1심에서 고 황유미씨 등 2명만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았고, 3년 2개월 뒤인 지난 21일 항소심 선고에서도 역시 서울고법 행정9부(이종석 부장판사)는 2명만 산재를 인정하고 고 황민웅씨 등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반올림 협상단에서 가족대표 협상단으로 나선 정애정씨는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지난 2005년 7월 23일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아내다.

고 황민웅씨는 지난 1997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기흥공장에 입사한 후 설비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같은 회사에 다니던 정애정씨와 사내 결혼해 첫째 아들을 둔 후 아내가 막 둘째를 임신한 2004년 10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어 그는 아주대병원에서 10개월 동안 항암 투병을 벌였지만, 막내딸이 세상에 태어난 지 1개월 되던 때인 2005년 7월 23일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당시 정애정씨는 남편의 죽음에 대해 "개인질병"이라고 하는 회사 측 말을 믿고 2년간 삼성반도체에 더 근무하다 자녀들의 양육을 위해 2007년 퇴사했다. 하지만 그해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사망하면서 삼성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되자 대책위(현재 반올림)·삼성백혈병 유족·삼성일반노조와 함께 산재인정을 위해 싸워왔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그동안 거대기업 삼성에 맞서 같이 고생해 온 가족들이 협상에서 계속 같은 길을 걷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하지만 직접 협상에 나선 유족과 가족들이 '보상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협상 타결 후 전체 피해자에 대한 보상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태그:#삼성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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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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