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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월 16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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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선 명령', 그 한 마디 때문에 유족들은 또 다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20일 열린 세월호 선원들의 10차 공판(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은 그걸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법정에는 사고 당일 세월호 근처에 있었거나 구조에 참여했던 어선 선장 등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들은 '승객들이 밖으로 나와 있기만 했다면 주 선박들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진도군 조도면에 사는 어민, 장원희(34)씨는 4월 16일 오전 9시 35분쯤 자신의 어선 '에이스호'를 몰고 출발했다. '낚싯배가 침몰 중'이라던 이장의 말과 달리 사고 현장에선 대형 여객선이 좌현 쪽으로 기울어져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장씨는 '대기'하고 있었다. 배의 구조상 세월호에 접근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구해줘야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조자를 태우려고 했지만 다른 배가 싣고 갔더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배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같이 나간 진도호도 승객을 안 태웠다. 우리 동네와 옆 동네에서 어선들이 20척 가까이 왔는데 승객이 없어서 대기만 했다. 나는 세월호 1미터까지 접근했다."

어민들의 증언 "어선 20척 가까이 왔는데 그냥 대기만 했다"

세월호가 완전히 뒤집힌 오전 10시 20분쯤까지 승객들을 구한 전남 어업지도선 201호 박승기(44) 항해사 역시 비슷한 얘기를 했다.

"(4월 16일 오전 10시 6분경 세월호 주변에는) 큰 배 두 척, 헬기 3대에 4~5톤 규모 어선이 10척 가까이 있었다. 승객들이 갑판에 나와 있거나 바다에 빠져 있었다면 충분히 실을 수 있었다."

사고 당시부터 세월호와 가까이 있었던 '둘라에이스호'는 세월호 승객 476명 모두를 충분히 태울 수 있었다. 2720톤짜리 이 유조선에는 임시로 사람들을 수용할 공간이 충분했다고 문예식(63) 선장은 증언했다. 또 둘라에이스호에는 구명벌 등 구조장비도 갖춰져 있었다.

"사람들이 구조만 됐다면, 임시로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 승객들이 탈출하면 우리 라이프라인(배와 익수자를 연결하는 줄)이나 라이프뗏목(구명벌) 등으로 구조하려고 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구조할 능력을 갖고 있었다. 세월호를 구조할 수 있는 상황(여건)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둘라에이스호는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문 선장은 육안으로 봐도 세월호가 복원력을 상실해 침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 승객들이 뛰어들면 구조하려 했다. 그는 이 말을 전하려고 세월호 쪽으로 3~4회 교신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둘라에이스호는 세월호 좌현 선수 쪽으로부터 약 300미터 정도, 조타실에서 눈으로 확인 가능한 거리에 있었다. 세월호가 충분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세월호, 자꾸 해경만 찾아... 왜 승객들 탈출 안 시켰는지 의아"

하지만 세월호는 그저 해경만 찾았다고 한다. 문 선장은 "자꾸 해경만 찾아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됐다"고 설명했다. 또 "(선장이) 무엇 때문에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았는지 의아하다"며 "배가 복원력을 상실한 순간 퇴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의 의문도 여전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단원고 고 이창현 학생의 아버지는 "선원들이 조타실 쪽에서 30여 분간 모여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왜 '해경이 언제 오냐'는 통화만 하고 학생들에게 퇴선 명령을 안 했는지 검사님이 꼭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해경 수사가 많이 안 됐다"며 "철저한 수사"를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8월 26일 오전 10시부터 11차 공판을 심리한다. 이날에는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화물고박을 담당했던 우련통운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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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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