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무>에서 갑판장 호영 역의 배우 김상호가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해무>에서 갑판장 호영 역의 배우 김상호가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김상호라는 이름은 이제 만능 조연의 영역을 넘은 걸로 보인다. TV 출연작까지 포함해 40편이 넘는 그의 과거를 돌아보면 선과 악은 물론이고, 조연과 주연 등의 비중 면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경상북도 경주 촌놈으로 태어날 때부터 짊어졌던 가난이 싫었기에 그저 집에서 최대한 멀리 떠나다 보니 서울에 정착했다. 공부를 한답시고 대학에 들어갈 형편이 아니었기에 무작정 대학로를 전전했다. 10년여 동안 무대를 경험하며 연기의 재미를 느꼈던 김상호는 "스스로도 신기했다"며 "학교 간판도 돈도 동료도 없던 내가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됐는지 용하다"고 회상했다.

"가난을 못 벗어나면 결혼은 안 하겠다"고 선언했던 당시, 김상호는 연극으로 내공을 쌓으며 지금의 발판을 다졌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본격적인 영화 데뷔로 꼽는 그는 현재를 살면서 "참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여전히 부유하진 않지만 꾸준하게 작품으로 만나는 그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석의 여지 많은 <해무>..."어르신들이 보면 뭐라 할까"

 영화 <해무>에서 갑판장 호영 역의 배우 김상호가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해무>에서 김상호가 맡은 인물은 어선 전진호의 갑판장 호영이다. 선장 철주(김윤석 분)의 바로 밑으로써 배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지시를 전달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실세다. IMF를 맞아 어업이 몰락하게 되자 조선족 밀항을 시도하는 전진호 위에서 호영은 동료들에게 다가올 비극을 몸소 헤쳐 가는 강인한 성격이었다.

"선장의 말을 잘 따른다고 순응적 인물로 보기도 하는데 사실 배라는 공간은 아주 위험합니다. 선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고 갑판장은 그보다 빠르고 명료하게 지시하고 정리해야죠. 그래서 배 위에서 욕이 난무합니다. 배에서 내리면 형, 동생 사이지만 바다 위에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니까요.

다른 선원과 달리 호영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밀항을 성공시키고 가족 품으로 가면 끝이에요.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을 보면서도 버틸 수 있다는 건 목표가 뚜렷하다는 거예요. 육지로 돌아가면 해무(바다 안개) 속에서 벌어진 일은 아무도 모를 건데 방해 요소가 생겨? 그럼 제거하는 거죠. 경구(유승목 분)과 창욱(이희준 분)이 불쌍한데 여자 하나 때문에 인간의 끝을 보여주잖아요."

▲ [스타영상] 영화 '해무', 배우 김상호가 배우 유승목에게 영화 '해무'에서 갑판장 호영 역의 배우 김상호가 롤러수 경구 역의 배우 유승목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 이정민


수년을 함께 했던 우정이 무너지는 순간, 인간이 확 변하는 순간을 표현하는 게 핵심이었다. 김상호가 <해무>를 택할 수 있던 것도 "패쇄된 공간에서 인간이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어서"였다. 그래서였을까. 김상호는 "생존을 건 상황이었고, 사실 큰 욕심이 아닌 그저 살아보려고 벌인 일이었기에 <해무>를 욕망에 대한 이야기로 보진 않는다"고 기존에 나온 해석과 다른 점을 내놓았다.     

"<살인의 추억>에 비교하는 분도 있는데 전 <레미제라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선원들은 모두 불쌍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들 중에 돈 많고 비빌 곳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조선족들 역시 왜 한국에 오려고 하겠어요. 이들이 권력이나 돈을 추구했다면 욕망으로 볼 수 있는데 그저 살아 보려고 한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부모님 세대 분들이 <해무>를 보시면 뭐라 할까 궁금해요. 삶의 결이 다르기에 펑펑 우실 거 같기도 하고요."

"복잡할 필요 없어! 작품 재밌으면 가는 것"

 영화 <해무>에서 갑판장 호영 역의 배우 김상호가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작품 선택요? 재밌으면 그냥 해요. 즐기고 나서 결과가 좋으면 신나잖아요. 차기작을 고를 때 제 이미지를 고려한다면 연기에 찌꺼기가 껴서 힘들어지겠더라고요. 제가 언제부터 연기 폭이 넓었다고 이런 계산을 할까요." ⓒ 이정민


보통 김상호는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즐기는 편에 속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활용하기를 좋아하는 셈인데 <해무> 만큼은 진중함과 집중이 필요했기에 절제를 해야 했다. "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했지만 작업이 즐거웠던 건 배우들과 함께 작품이 완성해 간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특별했던 감정을 전했다.

작품 선택에서 김상호는 이런 저런 계산을 하지 않는다. 이미지가 좋아지겠다거나 비중이 좋아지겠다는 걸 고려치 않는다는 말이다. 케이블 드라마 < 특수사건전담반 TEN >이나 영화 <모비딕>에서 주연을 맡은 것도 순전히 비중보다는 재밌는 스토리에 끌려서란다. 두 작품은 김상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 됐다.

"재밌으면 그냥 해요. 즐기고 나서 결과가 좋으면 신나잖아요. 차기작을 고를 때 제 이미지를 고려한다면 연기에 찌꺼기가 껴서 힘들어지겠더라고요. 제가 언제부터 연기 폭이 넓었다고 이런 계산을 할까요.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이야기가 소리처럼 들릴 때가 있어요. <해무>도 그랬고, 제게 처음 상을 안겨준 <즐거운 인생>도 그랬죠. < 특수사건전담반 TEN >도 제 몸과 같은 작품이에요."

특히나 김상호는 <해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단순히 최근작이라서만이 아니었다. "어느 누구 한 명이 작품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출연 배우들 모두 대표 선수처럼 각 장면을 책임졌다"며 "김윤석 선배를 비롯해 여러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해무>는 <명량>이나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 달리 유일하게 여름 시장을 노린 100억원 대 영화중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김상호는 "청소년들이 이런 진중한 작품을 보고 나중에 성인이 된다면 삶에 있어서 더 괜찮은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15세 등급을 위해 편집한 버전이 있지만 지금의 것이 훨씬 낫다"며 "<해무>를 보는 관객 분들은 손상되지 않은 완전한 이야기를 보시는 것인 만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 <해무>에서 갑판장 호영 역의 배우 김상호가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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