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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 37일째인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청와대 정문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경찰에 가로 막혀 있다.
▲ "유민아 아빠가 널 위해 싸우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 37일째인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청와대 정문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경찰에 가로 막혀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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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고 단식 그만하라 마시고, 친구와 이웃에게 특별법을 알려주세요.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 제정되게 해주세요."

광화문 농성장에서 38일째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경을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이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로 '극적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20일 오전 6시 28분이었다.

김씨는 이 글에서 최근 건강을 우려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답했다. 그는 "어제 아침에 한 시민이 제가 있는 텐트 앞에 오랫동안 엎드려 계셨어요, 저 단식 그만하라고"라고 운을 뗀 뒤, "피켓에 쓰신 대로 살아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 밝혀지고 정의가 세워지는 걸 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찾아와 말로, 편지로, 단식을 말리시는데,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이 저를 돕는 길"이라고 남겼다.

이어 "오늘(19일) 유가족의 의사는 묻지 않았는데, 특별법 극적 타결이라고 기사가 떴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서명한 400만 국민과 유가족 뜻은 어디로 가고 무슨 극적 타결이라는건지, 제대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특별법 아니면 의미 없다"고 썼다.

또 청와대로 항의 방문을 갔지만 경호원에 가로 막혀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때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19일 오전에 청와대로 갔는데, 대외비 행사라며 경복궁 돌담길 중간부터 막았다"라며 "알고 보니 새누리당 중앙위원 오찬행사였다"며 허탈해했다.

같은 날 오후에 김씨가 다시 청와대 앞을 찾았을 때 경호원은 '대통령경호법'을 근거로 또다시 앞길을 막았다. 이에 김씨는 "변호사에게 확인해 보니 (대통령경호법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할 때만 활동하는 것인데, 37일 굶은 제가 무슨 위해가 되나요"라고 일갈했다. 이어 "차라리 가방들고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 그렇겠다"라며 "그 사람들은 다 지나가는데 저는 갈 수 없없다"고 전했다.

글 끝에서 김씨는 다시 한번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을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진이 빠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라고 쓴 뒤 "정말 두려운 건 제가 잘못되는 게 아니라 유민이 왜 죽었는지 못 알아내는 것"이라고 남겼다. "제대로 된 특별법 통과되면 그 때 기쁘게 밥을 먹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광화문 농성장에 있는 김 씨를 찾아 여야 원내대표가 재합의한 특별법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이 요구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얻어내지 못한 데 양해를 구하면서도, '재재협상'은 불가능 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7일째 단식중인 단원고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분수대에서 2시간 넘도록 선 채로 기다리다 광화문광장 농성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 마른 몸 이끌고 청와대까지 갔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7일째 단식중인 단원고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분수대에서 2시간 넘도록 선 채로 기다리다 광화문광장 농성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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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영오씨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8월 20일 단식 38일차. 처음 3일만 하자던 단식이 38일째가 될 줄…

어제 아침에 한 시민이 비가 오는데 제가 있는 텐트 앞에 오랫동안 엎드려 계셨어요. 저 단식 그만하라고. (알고 보니 우리 유가족이 농성을 시작하기 훨씬 전인 4월28일부터 매일 4시간씩 광화문에 나와 일인시위를 한 분이네요. 자녀가 5명이나 있는데도요. 리멤버0416 오지숙님. 마음 아파 하지 말아요. 저 괜찮아요. 피켓에 쓰신데로 저 살아서 세월호 참사 진실 밝히고 정의가 세워지는 것 볼거에요.) 문재인 의원도 저 그만하라고, 자신이 이어서 단식하겠다고 오셨고요, 전국의 교육감 10분도 동조단식 하신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말로, 편지로, 저 단식 그만하라고 말리시는데, 절 진짜 돕는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되는 거에요. 저보고 단식 그만하라 마시고, 친구, 이웃에게 특별법 알려주세요.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 제정되게 해주세요.

오늘 유가족들 의사는 묻지 않았는데, 특별법 극적 타결이라고 기사가 뜨더군요. 400만 서명한 국민과 유가족 뜻은 어디가고 무슨 극적 타결이라는건지. 제대로 진상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 아니면 의미 없습니다. 의원님들 수사권, 기소권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제대로 진상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을 갖다주세요.

기자회견한 데로 오늘(19일) 청와대로 갔습니다. 오전에 가니 청와대 행사로 일반인 다 통제한다고 경복궁돌담길 중간부터 막더군요. 무슨 행사냐니 대외비래요. 알고보니 새누리당 중앙위원 오찬행사였어요.

돌아왔다가 오후에 다시 갔어요. 예전처럼 끝까지 못하게 하고 청와대 분수에서 길을 못 건너게 막네요. 외국인 관광객, 일반인 다 가는 길을요.

경찰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길 건너 가는 걸 막는 근거가 뭐냐, 법을 말해봐라 했습니다. 대통령경호법 하더군요. 변호사가 확인해보니 경호 목적상 불가피할 때만 위해 방지하는 활동하는 거에요. 37일 굶은 제가 무슨 위해가 되나요. 차라리 가방들고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 그렇겠어요. 그 사람들은 다 지나가는데 저는 갈 수 없었습니다. 2시간을 서 있었지만 계속 막고 비키지 않았습니다.

그럼 청와대 영풍관 민원실에 대통령 면담 신청서라도 적어 낼테니 가게 해달라 했는데 그것조차 아무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지난번에 편지 대통령에게 잘 전해졌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조차 묵살했던 것처럼. 저를 외면하기로 작정했구나 느꼈습니다. 기대도 안했지만 철저히 무시하더군요. 어느 새누리 의원이 그랬죠, 대통령이 바빠서 광화문 단식하는데 갈 수 없다고. 이게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요? 제가 국민이 아닌가요? 유가족충이라는 말도 있던데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돌아와 8시도 안돼 쓰러지듯 잠이 들었습니다. 진이 빠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집니다. 상관없습니다. 저들은 제가 위험해져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여론이 일어나는 것은 부담 느낄 거에요. 여론이 일어나 저들이 부담 느껴 특별법 통과될 수 있다면 저 좀 힘들어져도 괜찮아요. 제가 정말 두려운 건 제가 잘못되는 게 아니라 유민이 왜 죽었는지 못 알아내는 거니까. 제대로 된 특별법 통과되면 그때 기쁘게 밥 먹을거에요.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국민의 힘만이 저의 단식을 멈출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태그:#김영오, #세월호 특별법,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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