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내레이터(해설자)를 연기하는 문종원과 존스턴 부인을 연기하는 구원영.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내레이터(해설자)를 연기하는 문종원과 존스턴 부인을 연기하는 구원영. ⓒ 쇼노트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문종원이 연기하는 내레이터(해설자)는 앞으로의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알고 있는 초월적인 캐릭터다. 존스턴 부인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쌍둥이 아들 중 하나를 다른 곳으로 입양해도 결국에는 둘이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아는 식으로, 등장인물의 운명을 꿰고 있으면서 극의 흐름을 전개한다. 캐릭터가 자유 의지로 움직인다 한들 운명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가 내레이터다.

문종원은 <블러드 브라더스>에 합류하기 전 영화 <화가>와 연극 <스테디 레인>, 드라마 <빅맨>에 출연했다. 연극과 드라마, 영화라는 전방위 작업을 통해 그가 얻을 수 있었던 연기적인 소득은 무엇이었을까.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관객이 훔쳐볼 수 있는 연기, 어필할 수 잇는 연기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문종원은 고백하고 있었다.

<블러드 브라더스>의 신 같은 존재, 내레이터

- 10년 전에 공연된 (1960~70년대 한국 상황으로 이야기를 각색했던)<의형제>와 <블러드 브라더스>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의형제>를 했던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같지만 <의형제>는 배경이 영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한국적인 정서로 이야기를 신파로 풀어갔다. 군부 정권이 학생을 탄압하는 식으로 우리나라 정서로 수정된 작품이었다.

<블러드 브라더스>는 사람들은 기구한 인생을 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희망을 바라보고 산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반연에 <의형제>는 어머니의 슬픔에 포커스를 맞추고 만들어졌다."

- 존스턴 부인이나 쌍둥이 아들들은 연기를 뿜어야 하지만, 반대로 문종원씨가 연기하는 내레이터는 극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라 억누르며 연기해야 한다.
"내레이터는 운명과 인간의 중간자적인 존재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방해하면 안 되고 내레이터 연기의 선을 긋고 연기해야 한다. 억누르는 부분에서는 억누르며 연기하지만 리액션으로 연기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감정적으로 충만하려고 노력한다. 상대 배우가 기쁠 때에는 기쁘게 연기하고, 반대로 슬플 때에는 슬프게 연기한다."

- <블러드 브라더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운명대로 움직이는 '신의 체스말' 같다는 느낌이 든다.
"좋은 표현이다. <블러드 브라더스> 속 운명은 등장인물들을 힘들고 어렵게 만든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내레이터는 <블러드 브라더스>라는 그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런 걸 원했느냐'고 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블러드 브라더스> 속 등장인물은 운명을 바꿀 수 없다. 다만 살아갈 뿐이다."

겉보기와 달리 여린 감수성..."다양한 연기 고민할 수 있어"

문종원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다. 어릴 적부터 트라우마가 커서 상처로 돌아오는 적이 많았다.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 문종원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다. 어릴 적부터 트라우마가 커서 상처로 돌아오는 적이 많았다.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 나무엑터스


- 드라마 <빅맨>과 영화 <화가>에도 출연했다.
"<화가>는 미개봉작이다. 감독님은 인위적인 연기가 눈에 보이면 하지 말라고 하는 스타일이었다.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바랐다. 저 스스로가 보아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 기회였다.

<빅맨>에서 조화수(장항선 분)의 오른팔인 용만을 연기했다. 오른팔 역할이다 보니 힘을 빼고 연기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깨에 힘을 주고 걸을 때도 절도 있게 걸어야만 했다. 대사는 많지 않은데 항상 각을 잡고 연기해야 했다."

- 작년에 <레미제라블>로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어릴 적에 수영으로 메달을 땄던 거 외에는 상을 받은 적이 없다. 당시 수상해서 부모님에게 효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저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감사했다. 어려울 때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분을 만나보면 배우로서 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인간 문종원을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팬 가운데 암 투병을 하던 분이 계셨다. 당시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받은 상을 암 투병하던 팬에게 등기 우편으로 보냈지만 제 우편물이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두셨다. 안타까웠다."

- 겉보기에는 터프한 외모지만 본인이 받은 상을 팬에게 보낼 정도로 다정다감하다.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다. 어릴 적부터 트라우마가 커서 상처로 돌아오는 적이 많았다.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문종원 "내레이터가 웃기게 보이지 않고 다양하게 보이도록 설정했다. 관객이 예상하지 못한 연기를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내레이터는 뭘 해도 되는구나'라고 인식시키고 싶었다. 웃기는 장면에서도 심각하게 연기하는 등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 보니 <블러드 브라더스>처럼 재미있는 작품은 오랜만에 접하는 것 같다."

▲ 문종원 "내레이터가 웃기게 보이지 않고 다양하게 보이도록 설정했다. 관객이 예상하지 못한 연기를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내레이터는 뭘 해도 되는구나'라고 인식시키고 싶었다. 웃기는 장면에서도 심각하게 연기하는 등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 보니 <블러드 브라더스>처럼 재미있는 작품은 오랜만에 접하는 것 같다." ⓒ 나무엑터스


- 여린 감수성을 연기적으로 어떻게 풀어가나.
"연기적인 고민을 많이 한다. 경우의 수를 다양하게 풀어놓는다. 요즘 되돌아보면 그게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 이게 유일한 답이라고 정해놓고 그 연기만 했다면 발전이 없었을 거다. 경우의 수를 다양하게 만들면 더 좋은 연기에 대해 깊이 있게 다가설 수 있다. 공연은 (상대 배우와 관객에 대한) 약속이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전제 아래에서 (연기적인) 완성을 위해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를 연기할 때는 누가 보더라도 강해보이도록 연기했다. 자베르가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다. 관객은 자베르가 뛰어내린 것으로 기억하지만 자베르는 떨어지는 순간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는 것처럼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편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어야 보다 생동감 있는 연기가 나올 수 있다.

<블러드 브라더스>의 해설자를 연기할 때 어떻게 연기하라는 연출가의 디렉션이 없었다. 이 지점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면 좋겠다는 큰 그림만 제시하고 배우에게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배우가 연기하는 폭을 연출자가 제한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스테디 레인> 할 때 (이)석준 형에게 '내레이터만 나오면 관객들이 웃는데, 웃지 않게 만드는 게 네 몫이야'라고 조언 받은 적이 있다. 석준 형의 조언을 받고 대본을 받아보니 전체적인 흐름과 맞지 않은 생뚱맞은 때에 내레이터가 등장한다는 걸 알았다. 석준 형이 경고한 대로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웃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레이터가 웃기게 보이지 않고 다양하게 보이도록 설정했다. 관객이 예상하지 못한 연기를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내레이터는 뭘 해도 되는구나'라고 인식시키고 싶었다. 웃기는 장면에서도 심각하게 연기하는 등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 보니 <블러드 브라더스>처럼 재미있는 작품은 오랜만에 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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