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규선.

배우 김규선. ⓒ 손지오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짧은 분량임에도 대중의 눈을 확 사로잡는 신스틸러는 대부분 좋은 연기력과 캐릭터 해석력을 갖고 있다. 이제 데뷔 4년 차를 맞은 신인 배우 김규선도 그러한 면모로 인정을 받아 가고 있었다.

2010년 MBC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녀>)의 단역에서 출발해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에서 호텔 신입 직원 하소연으로 분하기까지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아결녀>에선 조한선의 상대역이었던 박진희를 향해 반지를 돌려달라는 당찬 모습으로 '반지녀'라는 별명도 얻었고, 이후 시트콤과 일일드라마를 경험하며 연기 폭을 넓혀갔다.

신인 배우에게 기다림이란 일상의 한 부분이다. 몇 분의 연기를 위해 수 시간을 대기하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김규선은 "연기를 하면서 인내심과 지구력을 배우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예열을 시켜놓고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최선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소중한 배움의 기회라 생각하고 있었다.

연기 잘 한다고 분량도 늘어나..."기분 좋았죠"

 JTBC 드라마 <맏이>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맏이>의 한 장면. ⓒ JTBC


<호텔킹>에서 김규선이 맡은 하소연이란 인물은 할 말은 하는 당찬 신입 호텔리어다. 설정 상 삼각관계도 있었고, 여러 사건을 주도하는 캐릭터였지만 촬영 도중 일부 분량이 바뀌기도 했다. 아쉬움도 컸을 법했지만 제법 밝은 어투로 촬영 당시 기억을 전했다.

"내심 기대했던 건 사실이지만 제가 또 언제 호텔 유니폼을 입어보겠어요. 신인이라 시키는 대로 잘 연기해야죠. 현장에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인사법, 와인 따르는 법, 손님 응대하는 법 등 몇 시간 동안 교육받으면서 연습했는데 요즘엔 친구들 만날 때 써 먹고 있어요(웃음).

추억도 많아요. 강원도에서 주로 촬영을 했잖아요. 정석용, 김선영 선배와 함께 박철민 선배 방에서 같이 맥주도 마시고 많은 얘길 들을 수 있었어요. 또 드라마 후반부엔 이다해 선배랑 함께 촬영했는데 도도해 보이시지만 전혀 안 그렇더라고요. 스태프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 위치에 가면 주변을 잘 챙기고 힘이 되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JTBC <맏이>에서는 또 달랐다. 철없어 보이는 새댁 재임 역을 맡아 영두(강의식 분)와 애틋하면서도 좌충우돌의 사랑을 했다. 기대 이상이었는지 당초 예정 분량보다 늘어난 채 극을 마무리했다. "언제 시누이랑 머리채 잡고 싸워보겠어요?"라며 김규선은 웃었다. 

"일상에서 안 해본 역할을 할 때 설레요. <맏이>에서 서로 치킨을 던지며 싸우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분량이 늘어난 것은 아마 작가님이 잘 봐주셨기 때문인 거 같아요. 밤샘 촬영도 꽤 했는데 역시 체력 싸움이더라고요. 원래 좀 약한 편이어서 체력을 더 기르고자 지금 크로스핏을 하고 있습니다. <맏이>에서 뵙게 된 진희경 언니가 절 인도했어요(웃음)."

중고 신인이라고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김규선.

"일상에서 안 해본 역할을 할 때 설레요. <맏이>에서 치킨을 던지며 싸우던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작가님이 잘 봐주셨는지 분량도 늘려주셨죠." ⓒ 더착한엔터테인먼트


나이로 치면 스물일곱. 경력으로만 치면 마냥 신인이라고 안주할 수 없는 때기도 하다. 여러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이 20대 후반에 조급함을 느끼곤 한다. 그만큼 국내에서 여배우들을 위한 작품이 다양하진 않기 때문이다. 또 그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신선한 매력을 지닌 실력자들을 찾기 어려운 요즘이기도 하다.

"조급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주변을 보면 20대 후반부터 잘 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때(안양예술고등학교)부터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었어요. 그땐 연기가 하고 싶기보단 입시가 목표였죠. 예고를 간 것도 단순하게 TV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에 들어간 면이 있어요.

대학에서도 연극을 전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기를 이어오게 됐어요. 그러다 데뷔를 하고 시트콤 <도룡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를 끝냈는데 약 2년 간 작품이 하나도 안 들어왔었어요. 예전 회사와의 문제도 있었고요. 진짜 집에만 있었어요. 부모님 보기엔 죄송하고 늘 작아져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또 다시 연달아 세 작품을 했잖아요. 다 때가 있나 봐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도중에 연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요. 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돈도 벌어야 하니까요. 전 그나마 버티는 쪽이죠. '조금만 더 견뎌보자 조금만!' 이러면서 지금까지 왔네요. 부모님은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궁금해 하시지 않고 묵묵히 응원하고 계세요. 사실 그게 더 죄송하죠. 제가 외할머니에 대해 애틋함이 있는데 할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꼭 TV 일일극에 출연해서 보시게 하고 싶어요. 결국 가족이 제가 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 잘한다는 소리는 당연히 들어야 한단다. 김규선은 여기에 보태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탕웨이의 자신감 어린 미소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김규선은 "그녀를 보면 일상에서도 행복하고 긍정적이라는 게 느껴진다"며 "저 역시 관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속 인터뷰]
"제가 엉뚱한가요?"


마냥 밝아 보이지만 스스로에 대해 김규선은 "낯을 가리고 진중한 편"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약간 4차원 같아 보인다"다는 질문엔 "원래 다들 그런 말 듣지 않나"며 반문한다. 알면 알수록 더 미궁으로 빠질 것 같은 매력이 있었다.

"맞아요. 사실 저 B급 취향이 있어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과 <장고>를 좋아합니다. 또 공효진 선배가 나온 <미쓰 홍당무>도 좋고요. 그 안에서 황우슬혜 선배가 했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김규선 호텔킹 하소연 이다해 맏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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