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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안장에 벌집을 지은 쌍살벌
 자전거 안장에 벌집을 지은 쌍살벌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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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아파트 앞 현관을 나서다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자전거 안장 아래에 둥지를 튼 벌. 쌍살벌이다. 자전거 주인이 장기간 이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나 바람을 피해 그곳에 집을 마련한 것으로 보였다.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위치에 교묘하게 집을 지은 쌍살벌. 주인이 무심코 자전거에 손을 댔다가는 집중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파트 관리소에 이 사실을 알렸다.

산골사람과 도시사람, 같은 벌에 쏘여도 차이가 있다?

말벌과 집 모양
 말벌과 집 모양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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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살벌이란 이름은 사전을 통해서 알았다. 어렸을 때, 동네사람들은 '땡삐'라고 불렀다. 산에서 산딸기를 따다가, 숲길을 걷다가 쏘이기도 하고, 숱하게 많이 쏘였던 벌 중에 하나가 쌍살벌이다.

벌에 쏘였다고 말을 해 봐야 어머님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시골에선 그 또한 생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면 된장을 발라 주는 것이 유일한 약이었다. 치료를 받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이후 이상 하리 만치 통증은 없었다. 쌍살벌에 쏘인 부위는 꼭 우두주사를 맞은 것처럼 동그랗게 부풀었다가 하루 정도 지나면 깨끗이 나았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벌에 쏘이기만 해도 구토 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곤 한다. 심지어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어렸을 땐 수없이 쏘여도 별 문제가 없었다. 같은 벌인데 왜 이런 차이를 보일까.

면역력보다 자연친화적 측면을 말하는 게 옳을 듯하다. 과거 산골아이들의 간식은 계절별로 다양했다. 봄에는 진달래꽃도 따 먹고, 찔레도 꺾어 먹었다. 여름철엔 뽕나무 열매인 오디, 산딸기, 멍석딸기가 지천이었다. 가을엔 머루와 다래, 돌배, 팥배 등이 주 간식품목이었다.

그런 것들을 먹고 자란 아이들 체질이 자연친화적으로 바뀌어졌을 거란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쌍살벌이나 땅벌, 심지어 말벌에 쏘여도 병원에 간 아이들은 없었다.

벌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

두눈박이쌍살벌의 모습
 두눈박이쌍살벌의 모습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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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되던 해 어느 여름날, 혼자 주전자를 들고 산딸기를 따러 나섰다. 산딸기에 (설탕은 귀했기에) 사카린이라 부르던 동그란 알약 모양의 당원을 넣고 비비면 단맛 때문에 간식으로는 최고였다.

풀숲을 헤치고 한참을 나아가다 묘한 장면을 목격했다. 발밑에서 갑자기 먼지가 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벌떼였다. 잘못해서 땅벌집을 밟은 것이었다. 기겁을 하고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뽀얗게 솟구치던 땅벌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머릿속에도 들어오고, 사타구니에도 수십 마리의 벌떼가 파고들어 쏘기를 반복했다. 뛰면서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 던졌다. 수백 마리는 옷을 향해 몰려가고 일부는 나를 향해 달려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정신이 들었을 땐 벌거벗겨진 채 안방 윗목에 누워 있었다. 어머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찬물로 마사지를 해주며 '이놈 이거 올겨울엔 감기 안 걸리겠구만' 하며 웃으셨다. 적어도 수백 방은 쏘였을 텐데, 일주일 후에 거뜬히 일어났다. 그로 인한 면역력이 생겼는지 몰라도 이후 벌에 쏘여도 무감각해졌다.

한번은 길을 가다 큰 말벌 집을 만났다. 그것들을 가지고 장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팔매로 돌이 날아갈 정도의 거리에서 벌집을 향해 돌을 던지곤 바위 아래에 몸을 숨겼다. 빗맞았다. 고개를 빼꼼히 내놓고 보니 벌집 입구에 나온 말벌들이 '어떤 놈'인지 찾고 있는 듯했다. 다시 한번 힘껏 돌을 던진 후 고개를 드는 순간 엄지손가락 크기의 말벌 두 마리가 머리에 두 방을 쏘고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방법은 삼십육계 줄행랑. 역시 치료약은 된장 덩어리 하나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말벌에 쏘인 통증 기억 탓인지 이후 말벌집 근처에도 얼씬대지 않았다.

벌초 시즌... 벌, 이렇게 대처하세요 

벌집 제거 후 전날 외출에서 돌아온 벌들이 모여있다.
 벌집 제거 후 전날 외출에서 돌아온 벌들이 모여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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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지금 조상님 묘에 대한 금초 시즌이다. 항상 벌에 쏘이는 사고가 동반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벌에 대한 주의점을 짚어본다.

우선 벌에 대한 습성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먼저 쌍상벌이다. 등검정쌍살벌, 뱀허물쌍살벌, 두눈박이쌍살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봄철에 풀이나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여왕벌 한 마리가 집을 짓기 시작해 숫자를 늘려 이 즈음엔 벌집 하나에 수십 마리가 모여 산다. 집 모양은 둥근 타원형으로 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다음은 왕탱이라 부르던 말벌이다. 어미는 어른 엄지손가락 보다 크다. 벌집은 호박 모양으로 엷은 황토색을 띤다. 보통 큰 나무나 바위 밑에 집을 만들고 입구에 조그만 출입구를 낸다. 쏘였을 경우 통증과 독성이 치명적이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벌은 땅벌이다. 땅을 파고 수백 마리가 군집을 이뤄 사는 이 벌은 크기는 꿀벌 정도의 크기로 작은 편이다. 벌집 입구를 밟거나 건드렸을 경우 한꺼번에 무리가 달려드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에 경계 대상이다. 옛날 어른들이 '물속까지 따라 온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집요하게 공격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벌들은 한번 쏘면 죽는다'는 말은 토종벌이나 꿀벌을 일컫는 말이다. 쌍상벌이나 땅벌, 말벌들은 벌침 부위의 근육이 발달해 침이 빠지지 않는다. 한 마리가 수십 번 쏘는 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에 물고 늘어지는 능력까지 지녔다.

따라서 묘지 금초나 야외 캠핑 전엔 반드시 벌집이 있는지 주변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필수다. 상대적으로 주위보다 높은 곳에 앉아서 벌들이 드나드는 곳은 없는지 살펴본다. 흐린 날은 벌들의 활동이 둔화되기 때문에 쉽게 포착되지 않을 수 있다. 보다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벌집을 발견하면 얼굴까지 가려지는 그물망 모양의 장비 구입 및 벌집을 완전히 제거 후 금초에 임하도록 한다. 벌집 제거작업을 실시할 땐 반드시 팔소매나 바지 가랑이 아래 부분을 묶어 벌들의 침투를 방지한다. 땅벌이나 말벌을 발견했을 경우엔 섣부른 시도보다 119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한다.

벌집을 제거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이유는 벌집제거 전날 외출했던 벌들이 벌집이 있던 주변에 몰려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벌들은 집이 없어진 것에 대해 적개심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근처에 얼씬 거리는 물체만 봐도 공격을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벌집 제거 후 이틀 정도 지나 벌초 등의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태그:#쌍살벌, #말벌, #땅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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