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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밤 이정현 후보가 “순천 시민과 곡성군민들께서 어느 지역, 어느 유권자도 못해낸 위대한 일을 해냈다”라고 말하며 큰절을 올리고 있다.
 30일 밤 이정현 후보가 “순천 시민과 곡성군민들께서 어느 지역, 어느 유권자도 못해낸 위대한 일을 해냈다”라고 말하며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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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 텃밭'이라 불리는 전남에서 26년 만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7·30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개표율 97.5%가 이뤄진 오후 11시 53분 현재 5만9203표(득표율 49.4%)를 얻어 4만8477표(득표율 40.4%)를 얻은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했다.

이 후보의 당선이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새정치연합 거대 양당체제의 균열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극심한 지역대결 구도에 의지해온 양당 체제에 작은 파열구 하나가, 다른 지역도 아닌 전남에서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평가를 받을 사건임엔 분명하다.

당선이 확정되어질 무렵인 오후 11시 10분께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을 찾은 이 후보는 "이번 승리는 이정현의 승리가 아닌 순천 시민과 곡성 군민의 승리"라며 큰절로 인사했다.

이 후보는 "순천 시민과 곡성군민들께서 어느 지역, 어느 유권자도 못해낸 위대한 일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천과 곡성 유권자들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한 발의 총성도 없이 가장 아름다운 혁명을 일으켰다"라고 말하며 "대한민국 정치는 이제 순천과 곡성을 보고 배워야 하며, 순천과 곡성은 이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이자 동서화합의 성지"라고 선언했다.

이 후보는 "선거는 끝났고 지역발전 위해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라며 "제가 잘나서 당선한 것이 아니라 일단 기회를 줘보겠다는 의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부터 저는 순천 시민과 곡성군민의 머슴이자 노예"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30일 밤 11시 10분 무렵 당선이 확실시 되자 전남 순천 조례동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실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는 이정현 후보.
 30일 밤 11시 10분 무렵 당선이 확실시 되자 전남 순천 조례동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실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는 이정현 후보.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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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곡성·순천의 머슴이자 노예"... 이정현 당선 요인 3가지

7.30재·보궐선거 최고의 이변으로 평가받는 이정현 후보의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보궐선거로 당선한 의원의 임기가 '4년짜리'가 아닌 '1년 반짜리'라는 점은 순천·곡성의 유권자들을 한결 자유롭게 했다. "여당 실세라고 하니 1년 반만 한번 맡겨보지"하는 이른바 '한시적 위탁론'이 통한 것이다.

두 번째, 이정현 후보의 '예산폭탄론'이 서갑원 후보의 '정권심판론'을 잠식해버렸다. 이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줄기차게 지역 현안을 파고들었다. 순천대 의대 유치와 순천만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겠다는 '왕의 남자'의 공약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이 컸던 전남 동부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정당 대결'이 아닌 '인물 대결'로 선거 구도를 만들고 이를 선거 막판까지 끌고 간 이 후보의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 이 후보는 당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나 홀로 선거'를 이어갔다. 정당에 대한 거부감을 인물에 대한 호감으로 전환시켜 승부를 본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으론 26년 만에 처음으로 전남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한 이정현 후보. 호남에서 네 번째 도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그의 행보에 예전 같지 않은 정치적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30일 밤 11시 10분 무렵, 당선이 확실시 된 이정현 후보의 선거사무실엔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몰려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30일 밤 11시 10분 무렵, 당선이 확실시 된 이정현 후보의 선거사무실엔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몰려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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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정현, #7.30?재보선, #지역정당, #새누리당,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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