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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1박 2일 행진에 도로 통제에 나선 경찰들.
 유가족 1박 2일 행진에 도로 통제에 나선 경찰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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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부터 24일 이틀간의 유가족 행진에서 경찰은 협조자였다. '4·16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4일 오전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한 유가족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무릎 보호대를 차고, 등과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유가족들은 완주했다. 단식 12일째인 유가족들도 뜨거운 땡볕 아래서 아스팔트 위를 걸었다.

그들 곁에서 경찰은 안전 사고에 대비했다. 인도보다 도로를 걷는 행진에 경찰 협조는 필수적이었다. 경기도 안산과 시흥, 광명을 거쳐 서울로 이동하는 동안 해당 지역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했다. 한 유가족은 "이게 바로 민중의 지팡이 아닌가"라며 "경찰이 이렇게 고마울 때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유가족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었다. 사복 입은 경찰 정보관이 진도로 가던 유가족들을 미행하다 덜미를 잡힌 바 있다(관련기사 : 경찰 세월호 유가족 미행하다 '덜미'). 또 청와대와 KBS 사옥으로 향하던 길에서도 많은 병력 배치로 유가족들의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이날 국회에서도 경찰과 국회 경위들은 고분고분했다. 시민 행렬 500여 명이 국회로 진입했으나 별 충돌이 없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발 행사를 진행했다. 미리 경찰과 국회 경비대와 협조된 사항이었다.

앞서 일주일 전과는 전혀 달랐다. 지난 16일 국회까지 행진해 온 생존학생들을 배웅하고 국회로 복귀할 때 경찰이 가로막았다. 유가족들 사이에 섞여 있던 시민이 국회에 들어와서 시위를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헌법기관인 국회는 특별경호기관이라 집회 및 시위가 불가능하다.

이날 일부 유가족이 국회 출입에 제한 받으면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에 유가족들이 국회 사무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결국 영등포경찰서장과 국회 경비대장이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관련기사 : 22시간 만에 국회 도착...눈물 바다).

청와대 행진 두려웠을까...'박근혜 방패막이'?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 참가했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중인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차벽을 쌓아 저지하고 있다.
▲ '특별법 제정' 유가족 행진 가로막은 경찰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 참가했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중인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차벽을 쌓아 저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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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 참가했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중인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차벽을 쌓아 저지하고 있다.
▲ '특별법 제정' 유가족 행진 가로막은 경찰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 참가했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중인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차벽을 쌓아 저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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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지막 300m였다. 24일 오후 10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100일 추모 문화제'가 끝나자 유가족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중인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행진의 마지막을 장식할 서울광장-광화문광장 행진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2m 높이의 경찰 차벽이었다. 경찰 차벽은 세종대로를 가로로 잘랐다. 세종대로와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 병력 1000여 명이 배치됐고 경찰버스는 곳곳을 막았다. 협조자였던 경찰이 마지막에 빼든 '칼'이었다. 세찬 장맛비는 유가족들의 가슴을 적셨다. 한 어머니는 "하늘에서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성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미신고 불법집회와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하니 즉시 해산하라"고 명령했다. 50km내내 적용하지 않았던 법 조항을 목적지 300m 앞에서 들이댄 셈이다. 시민들이 청와대로 행진할 것을 두려워 과잉 대응했다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꼼짝할 수 없었다. 앞뒤로도 경찰 차벽이 깔리면서 발이 묶였다. 유가족들은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거세졌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공소권∙기소권을 보장한 특별법 제정하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도 나왔다.

유가족들은 300m 거리를 2시간 만인 25일 자정이 돼서야 갈 수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뒤에도 경찰에 둘러싸여 발이 묶였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3시가 돼서야 국회 농성장과 안산의 집으로 흩어졌다.

무분별한 불심검문도 문제였다. 유가족에 한 해 행진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경찰은 시민과 유가족들을 구분하기 위해 신분증을 요구했다. 취재진과 시민, 유가족들에게도 불심검문을 했다. 이는 범죄와 관련된 수상한 자에 한해서 심문이 가능하도록 한 경찰관 직무직행법 3조 위반일 수도 있다.

"구조와 수사에 무능하던 경찰, 한 치 흔들림 없었다"

25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유가족과 수만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를 마치고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막아서 유가족들이 비가 쏟아지는 바닥에 앉아 있다.
▲ 바닥에 주저 앉은 유가족들 25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유가족과 수만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를 마치고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막아서 유가족들이 비가 쏟아지는 바닥에 앉아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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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는 25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경찰을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304명이 희생될 때에는 그렇게 무능하고 부실하더니 유가족 행진에는 철두철미하고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며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할 경찰이 국민들을 외면한 채 오직 청와대를 지키려 했다, 이 나라의 공권력은 오직 청와대를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김혜진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구조와 수사에 무능한 경찰이 어제 보인 기민한 대응은 이 나라 경찰이 무엇을 위한 조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유가족을 고립시켜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정권 안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 순간 경찰은 시민을 위하는 공권력이 아니라 정권을 위하는 사사로운 권력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민들이 모두 광화문 광장에 진입했을 경우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에 불편을 끼칠 우려가 있었다"며 "때문에 유가족들에 한 해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을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심검문과 관련해서는 "유가족들을 확인하기 위한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답했다.


태그:#유가족 도보 행진, #경찰 차벽, #박근혜,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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