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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여름이불 보내달라고 해서 지난 24일 우체국에 갔는데 우리집의 구(區)가 7월부터 바뀌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기존 주소대로 적었다. 아직도 동네 이름이 도로명으로 바뀐것도 익숙하지 않는데 구까지 바뀌었으니 메모를 해놓고 다니지 않는 한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났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이 7월 1일이었으니 통합된 지 1개월이 다 돼 간다. 기존의 청주시인구는 67만 명이었지만 통합되고 나니 83만 명대가 됐다가 한 달 만에 금새 84만 명으로 늘어났다. 충북도 인구 중 5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통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46년에 분리되었다가 68년 만에 원래대로 재통합된 것이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이 통합을 대대적으로 축제처럼 거리마다 꽃장식을 하고 통합 전후에 대규모예술문화축제를 시행했다.

그런데 시민들 반응은 영 그게 아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가면 익숙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갈 수록 나는 지금 점점 더 헛갈린다.

수천만 원, 또는 수억 수십억 원을 들여서 통합잔치를 벌이는 것보다 좀 더 세심히 시민을 위해서 하나 하나 살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뭔가 급하게 장기판을 가지고 급한 대로 여기 저기 갖다 놓은 형상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상당구인데, 통합이 되기전 청주시는 흥덕구와 상당구 두 개 구로 돼 있었다. 통합 이후 네 개 구로 바뀌었다.

내가 일하는 기관 바로 10미터 옆에는 우리 건물과 붙어서 상당구보건소가 있었다. 통합이 되면서 상당구 보건소는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하고 그 보건소가 명칭이 바뀌면서 흥덕구보건소 별관이라는 명패가 붙었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기관 1킬로미터 앞에는 상당구청이 있었는데 그곳은 서원구청으로 변경됐다.

이렇게 되다보니 나는 내가 일하는 반경 1킬로미더 안에서 상당구와 서원구와 흥덕보건소 별관이라는 3개의 행정구의 명칭을 대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자꾸 헷갈린다. 그리고 일하는 곳의 어르신들이 물어도  난감할 경우가 자꾸 생겨 아예 지도를 책상에 놓고 자꾸 들여본다.

강의를 하러 가는 곳에서도 주민센터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담당자만 바뀐 것이 아니라 직함도 이전과 다른 명칭들이 붙어있다. 역할도 잘 모르겠다. 물어보니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이동이 된 것이라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통합! 청주시만을 위한 통합이었는지 아니면 시민을 위한 통합이었는지….

우리 집 주소를 매일 적을 일이 생기면 금새 외워지겠지만 도로명과 동 주소 그리고 바뀐 구 주소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바뀐 주민센터담당자는 이전처럼 평생교육계장님인지 그냥 직급에 의한 주사님인지 잘 몰라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공무원보고 선생님이라고 하려니 참 어색하다.


태그:#청주시통합, #사회인식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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