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트랩 에서 시드니 브륄을 연기하는 김도현

▲ 데스트랩 에서 시드니 브륄을 연기하는 김도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지금은 한 물 간 작가 시드니 브륄이 작가 지망생 클리포드 앤더슨의 재능을 시기해서 그를 제거하려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 <데스트랩>은 스릴러인 듯하지만, 반전과 블랙 코미디가 골고루 녹아 있는 작품이다.

김도현이 연기하는 시드니 브륄은 겉으로는 엄숙한 척하지만 살짝 빈틈도 보이는, 장엄미와 허당기가 오묘하게 결합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마성의 카사노바로 관객의 요절복통을 이끈 적이 있는 김도현은 이번 <데스트랩>에서도 그만의 코믹 연기를 유감없이 펼치고 있다.

"대본은 음산한데, 무대에서는 웃게 되는 작품"

- 예매사이트에서 <데스트랩>이 최근 몇 주 동안 연극 부문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작품이 재미있다고 해서 기분이 너무 좋다. 몇 번씩 찾아오는 관객이 많다. 감사하면서도 긴장이 된다. 내용을 이미 알고 찾아오는 관객의 비중이 많아져서 긴장이 되는 거다. <데스트랩>은 스릴러이면서도 반전과 코미디가 결합된 작품이다.

그 유명한 <식스 센스>도 한 번 보면 누가 귀신인지 알게 되어서 두 번 보기는 힘들지 않은가. 반전만으로는 다시 찾는 관객을 아우를 수 없다. 극장을 오면서 (김)재범이와 '오늘은 어떤 장면을 빼고 무엇을 넣을까'를 의논했다."

- 김도현씨의 시드니 브륄은 4차원이라는 관객의 후기가 있더라.
"관객이 보고 느끼는 게 정답이다. 관객이 그렇게 보셨다면 그게 저만의 매력이 아닐까. <데스트랩>을 무겁게 다가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본을 처음 읽으면 음산하고 으스스한 지문이 많다. 대본 리딩을 처음 했을 때에는 지금처럼 밝은 작품이 아니라 무거웠다. 그러면서도 웃긴 장면이 많았다.

마지막에서 석궁을 드는 장면이 있다. 석궁은 역사물에서나 나오는 무기다. 캐릭터들 가운데 전문 킬러도 없다. 뜬금없이 석궁이라는 설정이 만화 속 황당한 설정을 떠올리게 해서 웃기다고 생각했다. 석궁 장면처럼 웃음을 제공하는 포인트가 작품 곳곳에 숨어 있다. 웃음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게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다."

데스트랩 에서 시드니 브륄을 연기하는 김도현

▲ 데스트랩 에서 시드니 브륄을 연기하는 김도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 이전 출연작 중 <데스트랩>과 겹치는 작품이 있다면.
"연출가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웃음의 대학>과 닮았다. 진지함 가운데서 웃음이 있다. <웃음의 대학>에서 검열관과 작가는 극이 진행될수록 서로의 관계가 뒤바뀐다. 권력을 갖는 검열관이 작가의 작품에 동화되어서 부드러운 모습으로 바뀌는 반면에, 작가는 강인해진다. 그 안에서 풍자와 해학이 나온다. <데스트랩>도 <웃음의 대학>과 같은 갑과 을의 역전이 보인다. <웃음의 대학>이 전화번호부 반 권 분량일 만큼 대사가 많은데 <데스트랩>도 마찬가지로 대사가 많다."

- 상대역인 클리포드 앤더슨은 트리플 캐스팅이다. 앤더슨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3인 3색의 앤더슨이 나올 텐데.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클리포드와 가장 가까웠던 인물은 전성우였다. 정석으로 연기하고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적인 면이 느껴지면서도 순수하다. 윤소호는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 장점이다. 박력이 넘치고 에너지가 하나 가득이다.

제가 연기하는 시드니 브륄은 나이가 제법 든 작가다. 윤소호와 연기할 때에는 나이든 척 하는 연기를 덜 해도 될 정도로 윤소호는 젊은 에너지가 하나 가득이다. 김재범은 동안이라 그렇지 저랑 두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클리포드를 연기할 때 셋 중 제일 노련하다. 클리포드가 어떻게 연기해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따라올지를 잘 안다."

데스트랩 에서 시드니 브륄을 연기하는 김도현

▲ 데스트랩 에서 시드니 브륄을 연기하는 김도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 연극 무대에만 계속 서서 뮤지컬 팬들이 서운하지는 않을까.
"연기적인 부분이 많이 강조되는 드라마적 성향이 강한 뮤지컬을 하고 싶다. 데뷔작 <천사의 발톱>이나 <뷰티풀 게임>은 음악과 대사량, 연극적인 성향이 골고루 안배된 작품이었다. 요즘 뮤지컬계는 대사보다 음악적인 부분이 많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장르는 돌고 돈다. 몇 년 후에는 <천사의 발톱>이나 <뷰티풀 게임>처럼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강조되는 작품의 트렌드가 돌아올 수도 있다고 본다."

- 손가락은 왜 다쳤나.(김도현은 한쪽 손가락을 붕대로 감싸고 있었다)
"아내가 임신을 했다.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하다가 컵을 깨뜨려서 손가락을 다쳤다.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는 싶지만 (손가락을 다친 것처럼) 살짝 어설프다. 아내가 감기 기운이 있으면 임신을 한지라 감기약을 먹으면 안 된다. 토종닭과 전복을 사서 요리하고 죽까지 풀코스로 만들어 먹였다. 요리까지는 좋았는데 부엌은 설거지할 게 천지가 되어서 난장판이 되었다. 그런 식으로 아내를 위해 한다고는 하지만 살짝 어설프다. 설익은 애처가다."

- 영화 <명량>이 얼마 안 있으면 개봉한다. 일본 왜장으로 류승룡씨가 출연하는데 김도현씨가 류승룡씨와 닮은꼴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류승룡 선배님과 닮았다는 이야기는 제게 있어 영광이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카사노바로 출연하셨는데, 연극으로 <내 아내의 모든 것> 공연할 때 찾아와주셨다. 류승룡 선배님과 제가 비슷한 연배였다면 닮은꼴 배우 가운데 저렇게 큰 배우가 있다는 점에 불안했을 것이다. 선배님과 제가 나이차가 있어서 다행이다.

저와 닮은 비주얼을 가진 선배님이 전국민적으로 사랑받는다는 건 저에게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나. 제가 가야 할 길을 미리 보여주는 개척자 같은 분이라 너무 좋다. 더 잘 되셔서 프랑스 칸영화제 시상식에도 가셨으면 한다.(웃음)"

류승룡 명량 데스트랩 김도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