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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에 복직투쟁을 벌이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신성여객 버스 노동자 진기승씨의 장례식이 사망 50일 만인 22일 열렸다. 진씨는 이날 저녁 광주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됐다. 하관식 과정에서 신성여객 노조원들은 진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막아선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단체 회원들 간 충돌했다.
 부당해고에 복직투쟁을 벌이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신성여객 버스 노동자 진기승씨의 장례식이 사망 50일 만인 22일 열렸다. 진씨는 이날 저녁 광주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됐다. 하관식 과정에서 신성여객 노조원들은 진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막아선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단체 회원들 간 충돌했다.
ⓒ 민중의소리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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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광주광역시 북구 망월동 5·18 구(舊)묘역(망월묘지 제3묘역)에 복직투쟁 중 사망한 버스 노동자를 안장하는 과정에서 5·18 관련 단체와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2년여 전 해고돼 복직투쟁을 벌이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신성여객 노동자 진기승(47)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벌어진 충돌이다.

민주노총과 신성여객 노조원들은, 안장에 반대하는 5월 관련 단체 회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며 진승기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5월 단체 회원 7명이 병원으로 후송됐고, 단체 회원들의 신고에 경찰 병력이 출동하는 등 묘역이 아수라장이 됐다.

노동자 안장 둘러싸고 5월 단체-노조원 충돌...안장은 했지만

복직투쟁 중 사망한 노동자의 5·18 구묘역 안장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진 물리적 충돌을 두고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5·18 관련 단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5·18 관련 단체들을 찾아 "진기승 열사를 구묘역에 안장하도록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5·18 관련 단체는 지난 21일 민주노총 측에 안장 불가 방침을 전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전주시장·전북도지사·문규현 신부 등을 통해 재차 협조를 구했지만, 5·18 관련 단체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22일 광주 망월동 5·18 구묘역에서 복직투쟁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신성여객 버스 노동자 진기승씨의 하관식이 열렸다. 진씨를 5·18 구묘역 안장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단체 회원들 간 충돌이 빚어졌다. 5월 단체 회원들이 진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막아 섰기 때문이다. 사진은 민주노총, 신성여객 노조원 등이 5·18 구묘역을 참배하는 모습이다.
 22일 광주 망월동 5·18 구묘역에서 복직투쟁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신성여객 버스 노동자 진기승씨의 하관식이 열렸다. 진씨를 5·18 구묘역 안장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단체 회원들 간 충돌이 빚어졌다. 5월 단체 회원들이 진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막아 섰기 때문이다. 사진은 민주노총, 신성여객 노조원 등이 5·18 구묘역을 참배하는 모습이다.
ⓒ 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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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승씨 장례위원회(위원장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는 진기승씨가 사망한 지 50일 만인 이날 오전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자장으로 영결식을 열고, 5·18 구묘역으로 향했다. 장례위원회는 묘역에 도착해 5월 단체 회원 등을 설득하면 안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3시께 구묘역에 도착한 진씨의 운구 행렬을 막아섰다. 진기승씨 장례위원회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나서 3시간여 동안 설득했지만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은 "여기는 아무나 묻히는 곳이 아니다" "여기 왜 왔느냐, 절대 안 된다"라며 완강하게 반대했다. 일부 회원들은 "운구 행렬이 되돌아 갈 때까지 여기에 있겠다"라면서 묘역에 천막을 치기도 했다.

이에 진기승씨 장례위원회는 오후 6시께 5·18 구묘역 안장을 포기하고, 전주로 되돌아 가기로 결정했다. 진기승씨 장례위원회와 전주 시내버스 노조원 등은 구묘역을 참배, 집회를 열고 전주로 되돌아 갈 예정이었다.

5월 단체 회원 7명 병원 후송, 경찰까지 출동...민주노총, 대책 논의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5·18 관련 단체 회원과 민주노총 노조원들 사이에 언쟁이 일어났고, 격분한 노조원들이 "어떻게 5·18 단체가 이럴 수 있느냐,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여기에 (진기승씨를) 묻고 가겠다"라고 나서면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지 6시간여 동안 이어진 '대치 상황'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진씨를 묘역에 안장하면서 끝이 났다. 장례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전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지만, 전북 신성여객 노조원들이 5·18 관련 단체와 몸싸움을 무릎쓰고 안장을 강행했다.

진씨의 안장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져 5·18 관련 단체 회원들 7명이 병원으로 호송됐고, 단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묘역 입구를 막아서기도 했다.

경찰은 5·18 관련 단체가 지목한 노조원 등 2명을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장례위원회는 5·18 관련 단체와 병원으로 후송된 회원 등을 찾아 사과 뜻을 전달했지만 격앙된 감정은 누그러 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동신 공공운수노조연맹 광주전남본부장은 "장례위원회에서는 전주로 되돌아 가기로 결정했지만 노조원들이 안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라며 "5월 단체와 회원분들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본의 아니게 이런 상황이 발생해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민주노총 등은 5·18 구묘역에서 빚어진 물리적 충돌과 안장 논란 등에 대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5·18 관련 단체들은 5·18 구묘역은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로 지정된 곳이고, 묘역에 안장되는 것은 민주열사로 인정받는 점 등을 이유로 진씨의 안장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진기승씨 장례위원회 측은 진씨가 부당한 해고에 맞서 복직투쟁을 벌였던 민주노동 열사라는 점, 5·18 구묘역에 41명의 민주화 열사들이 묻혀 있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거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역 분신 이남종씨도 논란... "안장 기준 정하자" 목소리도

부당해고에 복직투쟁을 벌이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신성여객 버스 노동자 진기승씨가 22일 저녁 광주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됐다. 진씨의 하과식 과정에서 진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반대하는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단체 회원들과 노조원 간에 충돌이 있었다.
 부당해고에 복직투쟁을 벌이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신성여객 버스 노동자 진기승씨가 22일 저녁 광주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됐다. 진씨의 하과식 과정에서 진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반대하는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단체 회원들과 노조원 간에 충돌이 있었다.
ⓒ 민중의소리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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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 관계자는 "5·18 관련 단체들의 주장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망월동 5월 묘역은 노동열사와 민주화 열사들이 안장된 곳"이라면서 "5·18 관련 단체들의 행태가 실망스럽다"라고 비판했다.

한 5·18 단체의 임원은 "우리(5·18 관련 단체)도 곤혹스럽다"라면서 "유공자 중에도 관련 법 때문에 신묘역에 묻히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 노동운동 등을 하시다가 희생된 분들이 계속 늘어날 수도 있는 마당에 계속 받아 줄 경우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슴 아픈 일로 희생된 분들을 모시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깝다"라면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5·18 구묘역 안장 기준 등을 정하고 이에 따르게 해야 한다, 매번 이런 논란을 겪는 것이 괴롭다"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와 5·18 관련 단체 간 5·18 구묘역 안장 기준에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이날 빚어진 물리적 충돌, 5·18 관련 단체의 반대에도 안장을 강행한 민주노총, 5·18 관련 단체이 입장 등에 대해 지역 사회가 어떻게 바라 볼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1월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박근혜 퇴진" 등을 외치며 분신한 이남종(40)씨의 5·18 구묘역 안장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애초 5·18 관련 단체들은 이씨의 5·18 구묘역 안장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광주시립 묘지에 관한 조례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이씨의 5·18 구묘역 안장이 가능했다.

5·18 구묘역은 망월동 시립묘지 제3묘역으로 1980년 5·18민중항쟁 당시 신군부가 희생자들을 매장한 곳이다. 1997년 5·18 관련 희생자들의 묘는 현재의 국립 5·18 민주묘지(신묘역)로 이장됐다.

현재 구 묘역 총 489기의 묘 중 5·18 관련자 가묘 149기,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 등 민주화 운동 희생자 묘 41기, 일반인 묘 등이 있다. 추가 안장이 가능한 개장분묘(파분묘)는 70여 기에 이른다.


태그:#5·18 구묘역 안장, #5월 단체, #민주노총,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 진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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