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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여대생, 홀로 방콕으로 떠나다.
 22살 여대생, 홀로 방콕으로 떠나다.
ⓒ 강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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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겠어?"

혼자 방콕에 간다고 주변 사람에게 말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국은 불과 얼마 전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 반군의 행보 일체가 쿠데타로 규정되면서 나라 전체가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였다. 다행히 계엄령은 내려진 지 근 한 달 만에 철회됐지만, 여전히 많은 여행객이 태국행을 꺼리는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여자 혼자 간다고 하니 사람들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할 수밖에. 사실 방콕 여행을 계획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겨울,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 예매까지 모두 마쳤던 나였다. 하지만 태국 내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잦아지고 반군 측 사망자가 나오는 지경까지 이른 후 부모님은 극구 말리셨고, 결국 표를 취소해야만 했다. 그때 역시 혼자 갈 생각이었고, 주변의 반응은 이번과 비슷했다.

"위험해서 어쩌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같았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 걸요!"라고. 물론 우리나라에 비해 치안이 좋지 못한 게 사실이거니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쿠데타가 일어난 곳이기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방콕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여행지를 가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불문율이다. 하지만 그곳도 사람 사는 곳. 조심만 한다면 뜻깊은 시간으로 남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방콕행 비행기에 홀로 올랐다.

태국의 왕궁은 그 특유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한다.
 태국의 왕궁은 그 특유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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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이라는 시간은 사실 방콕을 만끽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워낙 관광지로 유명한 방콕이니 볼거리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길을 찾는 데에 선천적으로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는 짧은 시간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하니 가능하면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은데, 행여 길이라도 잘못 들어서면 몇 시간이고 길 위에서 허비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나.

내가 대안으로 선택했던 것은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여행자들의 성지로 유명한 카오산 로드 근처의 왕궁이나 사원은 직접 발품을 팔아 볼 수 있지만, 근교만 하더라도 개인이 찾아가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관광객의 경우 투어 프로그램의 시간표를 잘 짠다면 주변을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정해진 장소를 정해진 시간 동안만 구경해야 하는 투어의 기본 프레임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굳이 투어를 신청할 필요는 없다.

왕궁이나 사원 구경에 싫증 났다면...

코끼리 체험 이후 간식으로 바나나를 나눠주는 시간.
 코끼리 체험 이후 간식으로 바나나를 나눠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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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 위에 앉아 바라본 경관. 사진 속 가옥들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뗏목 위에 앉아 바라본 경관. 사진 속 가옥들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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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95%가 넘는 국민이 불교 신자인 대표적인 불교 국가다. 곳곳이 불교 사원으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왕이 존재하는 나라여서 곳곳에 왕조의 유산인 왕궁이 있다. 태국 여행의 랜드마크라고 할 법한 아유타야 유적지나 왓 포 사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처음 마주하게 되는 화려한 건물들은 태국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건물끼리 외향이 매우 닮아서 평범한 관광객들이 각 건물들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번쩍이는 사원과 궁전을 한동안 들여다보면, 여행이라기 보단 유적지 탐방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깐짜나부리 투어는 이런 여행객들을 위한 레저 활동들로 가득하다. 하루 정도가 소요되며 가격은 650밧 정도.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2만 원이 조금 넘는다.

깐짜나부리는 태국 서부 깐짜나부리 주의 수도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 일대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들로 투어가 구성되어 있는데, 코끼리 체험과 뗏목 체험이 대표적이다. 뗏목 체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코끼리 체험은 동물 학대의 여지가 있어 사실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가이드의 말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는데, 코끼리들은 주로 벌목 기간에 일을 도우며 지금은 철이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들을 위해 일하는 중이라고 했다. 오후에는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현지인의 삶이 보이는 시장 투어

어릴 적부터 엄마를 따라 시장을 자주 다닌 탓에 정서적으로 마트보다는 시장이 더 친숙하다. 시장에 갈 때마다 느껴지는 포근함이 있고, 그 포근함은 항상 나를 기분 좋게 했다. 그래서인지 어디든 여행을 갈 때마다 그곳의 시장에는 꼭 한 번씩 가보는 게 나만의 여행 의례로 자리 잡았다.

시장은 현지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지 않나 싶다. 주로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지 시장에서 파는 것들을 통해 충분히 파악 가능하기 때문이다. 태국의 경우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보다는 날마다 시장에서 음식을 조금씩 사다 먹는 식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연일 북적인다.

철로 위에 세워진 좌판 옆으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 매끌렁 내부의 모습 철로 위에 세워진 좌판 옆으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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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장 중에서도 위험한 기차 시장인 '매끌렁'과 수상시장은 단연 태국을 대표하는 시장. 이곳 시장들에 대한 관광객들의 관심 또한 높기 때문에 다양한 시장을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 또한 잘 마련되어 있다. 나 역시 시장을 꼭 둘러보고 싶었기에, 귀국하는 날 아침부터 점심까지 투어를 통해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매끌렁은 말 그대로 '정말 위험한' 시장이다. 철로 위에 서 있는 이 시장은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물건을 들여 두었다가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언제 기차가 지나갔느냐는 듯 자연스레 장사를 시작한다. 생각보다 기차가 매우 가까운 곳에서 지나가 많이 놀랐지만, 그곳 상인들이야 매일 겪는 일이다 보니 더는 놀랄 것도 없는 눈치였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이었다. 누군가에겐 놀라운 일이 다른 이에겐 평범한 일상인 곳.

태국의 기차는 정시성이 매우 부족하다. 사람이 전부 타야만 기차가 출발하기 때문에 매끌렁 위를 지나는 기차를 직접 보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단위로 시장을 둘러보려 한다면 기차 보기가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투어 프로그램의 경우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대에 맞춰 시장을 방문하도록 코스가 짜여 있기 때문에, 꼭 기차가 보고 싶은 여행객의 경우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신청한 투어의 경우, 매끌렁에 들른 이후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을 찾았다. 방콕 최대의 수상 시장은 암파와 수상시장이지만, 사람이 너무 붐비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담넌 싸두악도 괜찮다. 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보다 수상시장 특유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암파와 대신 담넌 싸두악을 가도 좋지 않을까 싶다.

배 위에서 음료 뿐만 아니라 갖가지 과일과 음식을 판다.
▲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 배 위에서 음료 뿐만 아니라 갖가지 과일과 음식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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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넌 싸두악의 입구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일반 상인들이 타고 다니는 배를 관광객들이 직접 타볼 수 있도록 따로 배가 몇 척 마련되어 있다. 이용 요금은 150밧(우리돈으로 약 5000원) 정도로 비싸지는 않은 편. 나의 경우 테라스에 앉아 배가 떠다니는 것을 보는 데에 만족했지만, 직접 배에 올라타 물건도 구입해보고 싶다면 이용할 만하다.

"혼자가 대수인가요"

나 혼자 해외를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직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극심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 뻔해 부모님께도 말씀드리지 않았다. 정말 막무가내로 계획한 여행이었다. 혼자 가는 만큼 건강하고 무사하게 다녀오는 것을 목표로 삼아 이것저것 많이 알아도 보았다. 그 때마다 '혼자 가도 위험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몰라요'다. 그곳이 위험한지 위험하지 않은지는 그 누구도 확답해 줄 수 없다. 본인이 하고 싶다면 하면 되는 것이고, 걱정이 되는 만큼 꼼꼼하게 준비하면 된다. 정 안 되겠다면 동행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 홀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니만큼 마음 맞는 동행을 만나는 것도 즐겁게 여행하는 한 방법이다.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다녔던 것은 홀로 여행을 떠난 나를 위한 나름의 대비책이었던 것 같다. 정해진 코스에 가이드까지 있으니 적어도 길을 잃은 위험은 없겠구나 하는 마음. 물론 모든 일정을 투어로 채우는 것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럴 바엔 아예 처음부터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본인이 숙고해서 일정에 맞게 적절히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화려한 조각상들이 쑤완나품 국제 공항을 장식하고 있다.
▲ 방콕 쑤완나품 공항 내부 화려한 조각상들이 쑤완나품 국제 공항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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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만난 이들에게 22살의 여대생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어린 나이에 혼자 나올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고. 난 저 나이 때 저렇게 나와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친구이든 연인이든,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 역시 즐겁지만, 혼자 떠난 여행 역시 굉장히 매력적이다. 더 늦기 전에, 홀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훌쩍, 미련없이.

덧붙이는 글 | 7월 10일~13일까지 방콕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태그:#나홀로 여행, #방콕, #22살, #방콕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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