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허용에 아쉬워하는 붉은악마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과 벨기에와의 거리응원에서 후반전 벨기에 대표팀의 얀 페르통언에게 선제골을 허용하자, 붉은악마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선제골 허용에 아쉬워하는 붉은악마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과 벨기에와의 거리응원에서 후반전 벨기에 대표팀의 얀 페르통언에게 선제골을 허용하자, 붉은악마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일정이 6월 27일(이하 한국시간)로 종료됐다. 한국은 27일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열린 H조 선두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 1무 2패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조 4위에 머물며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한국 대표팀의 이번 월드컵은 '실패' 그 자체였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의 순탄치 못했던 행보는 그대로 월드컵 본선 무대로 이어졌다. 조 3위에 그친 러시아와의 개막전 1-1 무승부는 그저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H조 최약체로 꼽히던 알제리에 완패를 당한 데 이어 11-10으로 싸운 1.5군의 벨기에에게도 패하면서 한국은 씁쓸하게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최악의 경기력과 성적으로 월드컵을 마친 한국 대표팀이지만,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손흥민,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 등이 긍정적인 경기력을 보인 것이다. 네 명의 선수는 대표팀의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치며 다음 월드컵을 기대케 했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한 네 명의 선수 중 손흥민(레버쿠젠)을 제외한 세 명의 선수가 국내파라는 사실이다. 김신욱과 김승규(이상 울산 현대), 그리고 이근호(상주 상무)는 순수 국내파로, 세 선수 모두 러시아와의 개막전 때까지만 해도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채 벤치 멤버에 머물렀다.

하지만 세 선수는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효과적으로 살려내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러시아와의 개막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 된 뒤 선제골을 터뜨린 이근호는 알제리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구자철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1골 1도움으로 한국 대표팀 중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세 경기 모두 후반 교체 투입 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효율성을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신욱과 김승규의 활약상도 충분히 대단했다. 알제리전서 교체 멤버로 투입 돼 공중볼을 완벽히 장악하며 호평을 받은 김신욱은 벨기에전에서 박주영 대신 주전 공격수로 나섰다. 그는 벨기에 수비진의 샌드위치 마크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종일관 벨기에 수비진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벨기에전을 통해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골키퍼 김승규 역시 기존 주전 골키퍼인 정성룡을 능가하는 판단력과 노련함으로 한국의 골문을 든든히 지켜냈다. 비록 후반 35분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 실점 상황에 대해 김승규를 비난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처럼 이근호과 김신욱, 김승규 등은 주어진 기회를 효과적으로 살려내며 그들에 대한 우려와 근심어린 시선을 완벽히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이들의 성공적인 월드컵 데뷔로 인해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무임승차하는 특혜를 얻거나 국내파를 무시하던 기존의 해외파 주축 선수들은 '해외파'라는 자랑과 과시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국내파나 해외파나 똑같은 국가대표다. 국내파 선수들의 효과적인 월드컵 데뷔는 해외파에게만 올인 하던 축구협회와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악의 성적으로 2014 월드컵을 마친 한국 대표팀이 4년 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색안경'부터 벗어야 한다. 해외파라고 해서, 좋은 리그 혹은 좋은 팀 소속이라고 해서 무조건 '최고'는 아니다. 벤치를 뜨겁게 달구던 해외파들의 떨어진 경기력은 실망 그 자체였다.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한국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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